SOLAR STORM
태양은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은 남자다. 자신을 불태워서라도 강렬한 음악이 될 남자다. 태양이 돌아왔다. 태양의 무대가 다시 떠오른다.
촬영은 재미있었나?
마음에 든다. 컨셉트도 좋았고.
새 앨범 타이틀을 <Rise>로 정했다던데.
일단 내 이름이 태양이니까. 사실 본의 아니게 꽤 오랜 시간을 준비했다. 3년 전에 솔로 앨범을 낸 이후로 다시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영감을 받지 못했거든.
지난 솔로 앨범 <Solar> 말인가?
맞다. 그 앨범을 작업할 땐 굉장히 힘들었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가 정말 즐기고 싶거나 하고 싶을 때가 아니면 하지 말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앨범 자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약간 오래 걸렸다. 그냥 여행을 다니면서 그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나 프로듀서들을 인연이 되는대로 만나러 다녔고, 무작정 그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앨범에 넣을 곡을 작업했다기 보단 그저 그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분위기에 취해서 작업을 해나갔다. 그러다가 한두 곡이 완성되면서 전체적인 앨범 컨셉트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솔로 앨범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사실 그래서 힘들었다. 그 당시엔 기분 좋게 받아들였지만 자꾸 그런 생각에 얽매이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내가 하는 음악들은 모두 이런 식이어야 될 것 같고, 누군가가 정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틀에 갇혀버리는 기분이었다.
하고 싶은 음악보단 인정받기 위한 음악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는 말인가?
맞다.
그렇다면 지난 앨범이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일단 내가 했던 음악이니 내 것이 아닐 리 없다. 다만 사람들이 좋아할지, 음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이런 집착이 생기면서 내가 남들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음악을 대하고 있다는 게 너무 싫어졌다.
타이틀곡에 대해서 알려달라.
'링가 링가(Ringa Linga)’는 강한 느낌의 곡이다. 사실 이번 앨범 자체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보통 지금까지 앨범을 작업할 때는 하나의 큰 컨셉트를 두고 전체 앨범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업했지만 이번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시도했고, 앨범에 담아냈다. 덕분에 듣는데 있어서 지루한 느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앨범에서 테디와 공동 프로듀싱을 했다. 이번에도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던데.
음, 아마 지난 앨범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곡이나 할 수 있는 곡들을 추려서 만드는데 참여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라는 큰 개념에서 내 이름을 더해준 것 같다. 사실 내가 프로듀싱에 참여한다고 해서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다 작곡, 작사를 할 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경우엔 나한테 오는 책임도 훨씬 크겠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괴롭혔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은 없나?
양 사장님?
어떤 면에서?
사장님의 배팅이 없으면 음반을 낼 수 없으니까(웃음). 어느 정도 앨범이 완성됐다는 판단이 서니까 계속 재촉하게 되더라.
지난 앨범처럼 이번 앨범도 예정보다 발매가 늦어진 감이 있다.
내 앨범은 유독 예정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내 고집이 너무 센 거 같다. 내 세계가 너무 강해지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앨범 작업에서도 꼭 하고 싶은 게 생겨버리니까 점점 더 확실히 이 앨범에 담아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그와 반대되는 색깔을 입히려고 하면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기울어진다는 게 좋은 앨범을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그걸 알면서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실 내겐 대중적인 감각이 없다. 대중적인 음악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대체로 우울하고 어두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잘 아는 우리 멤버들을 비롯해서 어렸을 때부터 나를 봐온 프로듀서 형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나에겐 방향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한 거 같다.
최근에 엠넷에서 방영하는 YG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WIN>에서 A팀의 멘토로 나왔다. 연습생 생활을 먼저 겪은 선배로서 할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맞다. 실제로도 많은 얘기를 해줬다. 그 친구들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긴 했다. 우리 또한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쳐서 나온 그룹이기 때문에 그 친구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정확히 몇 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나?
(권)지용이랑 같이 6년 정도.
정말 절박한 6년이었을 텐데.
음악을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내겐 절박함이 있었다.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반대했고,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했으니까. 빅뱅으로 데뷔하기 위한 서바이벌 당시도 물론 그랬고. 정말 절박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만큼 행복했던 시간도 없었다.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지금 연습생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순수한 열정이 보이니까.
빅뱅이 아닌 솔로 활동만의 충족감이 있을까?
예전엔 솔로 활동으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이 났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빅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땐 뭔가 보람도 덜한 것 같은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빅뱅으로 활동하는 게 더 좋다. 지난 2년 사이에 우리 멤버들이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크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우리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즐겁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빅뱅이라는 사실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많이 웃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결국 빅뱅으로 활동하나, 솔로로 활동하나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니까 그저 그 순간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성숙과 변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내게 중요한 게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는 점에선 분명히 성숙해졌고 변화했다고 느낀다. 그 전엔 내가 많이 어려서 무조건 내 위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멤버들이 잘 따라와주지 않는다는 피해의식도 있었다. 사실 그들도 최선을 다하는 건데 내가 너무 어렸던 거지. 지난 3년은 그런 사실을 많이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인터뷰에서 연애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발언이 화제였다. 그 이후로 이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 같고.
다시 그에 관한 애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더욱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고. 사실 그 당시엔 어린 마음에 정말 연애를 하면 안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연애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를 아예 안 만난 건 아니었다. 다만 아직까진 연애라고 생각할 만큼 깊게 사랑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예전에 한번 말했던 것 같기도 한데 나한텐 첫사랑이 있었다. 그 첫사랑이 내겐 너무 큰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만큼의 크기가 아니라면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욕심인 거지.
자꾸 이런 질문 받게 되면 기분이 어떤가?
휩쓸리는 기분이랄까? 나에겐 나만의 기준이 있고, 나만의 상황이 존재하는 건데 그 대답 하나를 두고 너무 확대 해석하니까.
하지만 외골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내가 그렇게 외골수 타입도 아니다. 노는 것도 좋아하고. 물론 내가 놀아봤자 뭐……사실 나는 음악 말고 하는 게 없다. 그렇게 나를 가둔 거다. 그나마 지금은 예전보단 나아졌다.
음악 말고 하는 게 없다니.
물론 밥도 먹고.
밥은 누구나 살기 위해서 먹는다.
음……
주로 누구랑 놀까?
거의 멤버들하고만. 아니면 멤버들의 친구들.
술은 마시나?
멤버들하고만.
멤버들이 정말 편한가 보다.
멤버들과 있을 때 나는 진짜 웃긴 사람이다. 진짜(웃음)! 멤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요즘은 위트가 더 느는 거 같다. 장난치는 것도 좋고. 사실 내 안엔 ‘흥’이 너무 많다(웃음).
흥보단 생각이 많은 사람 같다.
혼자 있는 시간엔 사색을 많아한다. 어떤 생각에 빠지면 그 답을 찾을 때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2년 전부턴 생각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각이 강해지면 오히려 생각대로 맞아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더라.
생각이 많으면 잠을 자기도 힘들다.
원래 불면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적인 방식으로 치유했다. 잠은 잘 잔다.
예전에 지드래곤이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을 피처링했던 걸 개인 앨범에서까지 빅뱅의 흔적을 남겨야 하냐며 속상해하는 개인 팬들이 팬클럽 커뮤니티 안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하더라. 빅뱅의 팬이 개인의 팬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걸 보는 기분이 궁금하다.
몰랐다. 지금 들어서 알았다. 나는 누구보다도 친한 지용이가 피처링을 해줘서 곡이 더 좋아졌으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나는 정말 그 누구보다도 우리 팬들을 사랑한다. 그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갈등이 있다는 건 아쉽다.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팬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외 팬도 많이 늘었다. 오래 전 미국 진출이 꿈이라는 얘기를 한적도 있었는데.
아마 처음 데뷔할 때였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오그라드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나한테 멋지고, 내가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지, 어떤 거창한 목표를 정해두고 달려가는 건 멋없는 일 같다.
지금 막 새벽 1시가 지났다. 보통 이 시간엔 깨어있나?
보통 이 시간엔 스튜디오에 있다.
야행성인가?
프로듀서나 엔지니어들이 밤부터 일을 시작하니까 아무래도 나 역시 뭔가를 시작하려면 그때부터 스튜디오로 나가있어야 된다.
이번 앨범이 어떤 앨범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이번 앨범은 정말 내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음악들은 다 넣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지난 솔로 1집 앨범 이전에 발표했던 싱글들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사실 나는 그런 부분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지만 이젠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순 없는 거다.
그 정도로 성적이 안 좋았나?
좀 더 잘됐어야 했다고 하더라. 나도 요즘에 알았다.
권한에 책임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게도 책임이 생긴 거지.
태양은 끝까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순진하게 들릴까?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다. 그럴 수 없는 건 단지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색깔이 담긴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들 수 없다는 건 내 부덕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애착이 남는다. 지난 앨범은 남들이 원하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는데 노력했다면 이번 앨범은 내가 원하는 방향을 보다 완성도 있게 닦아내려고 노력한 앨범이니까. 좋은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지금의 위치에서도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고, 음악이란 세계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꿈을 이루고 싶다기 보단 죽기 전까지 계속 쫓아가고 싶다.
너무 원대하게 들리는 꿈 말고 당장 해내고 싶은 목표는?
일단 이 앨범으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계속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계속 해나가겠지만 가장 컨디션을 좋다고 느껴지는 지금 같은 시기에 다른 데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집중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다.
역시 외골수 같은데……
진짜 흥이 많다니까(웃음)!
(ELLE KOREA 11월호 NO.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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