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이란다. 밥상에 올려진 찰밥과 각종 나물을 보고 알았다. 어머니 솜씨다. 어머니께서는 요리를 잘하신다. 예전 여자친구에게 종종 어머니 반찬을 가져다 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요리 솜씨가 대단하시다며 감탄을 거듭했다. 오빠는 그러니까 맨날 맛있다고 할 줄 모르는 거야. 그럴 지도 모르지. 어머니 덕분에 계절이 바뀌고, 명절이 오고 감을 느낀다. 그때마다 식탁엔 먹어야 할 음식들이 올라오거든. 난 항상 당연한 것처럼 그것들을 입에 물고 별 일없이 씹어 삼키곤 했지만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의심스러워졌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시하던 모든 것들이 생소해졌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일지 몰라. 언젠가 대보름에 찰밥이 그리워질 날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언젠가는. 누군가의 빈 자리는 그 사람의 대수롭지 않던 행위가 실로 거대한 의미였음을 깨닫게 될 때 알게 된다. 받는 놈은 몰라. 그게 염치없는 일이란 것도. 그러다 뒤늦게 알게 되는 거다. 찰밥은 따뜻했다. 그 온기를 기억해야겠다. 내 앞에 차려진 그 마음을. 어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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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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