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2.02 아주 보통의 에디터들
  2. 2012.06.18 통증, 메시지, 마감
  3. 2009.12.10 마감

Under the wire

조용하듯 분주하게, 에디터들은 각자의 취향으로 세상을 감별한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가 모여 매월마다 한 권의 <엘르>로 전파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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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개를 기울일 때조차 쇠망치로 가격당하는 통증이 느껴졌다. 잠을 잘못 잔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뜰 때마다 통증은 더해졌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전기 신호와 화학 작용을 통해서 작동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목에서 팔로 내려가는 전기 신호의 구조만큼은 짜릿하게 느낄 수 있는 며칠이 지나고 어깨가 시큰거리기 시작할 즈음, 깨달았다. 침대가 과학이건 말건, 이건 침대 탓도, 베개 탓도 아니야. 의사 왈, 터틀넥 신드롬, 일명 거북목 증후군. 컴퓨터 앞에 자주 앉아 있는 현대인들에게 잦은 직업병이라나. ‘목디스크로 가기 딱 좋은 상태라 진단을 받은 나는 왜 이제야 왔냐는 의사 특유의 핀잔을 듣고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얻은 뒤, 치료 받았다. 그 치료란 것이 이와 유사한 증상들을 용하게 치료한다는 수기치료요법. 목관절의 내려앉은 추간판을 손으로 눌러서 펴준다는데, 손목을 잡을 뻔했다. 여간 아픈 것이 아니라서. 허나 분명 효과가 있었다. 고개가 기울어지고, 목이 돌아갔으며, 어깨도 가벼웠다. 치료하는 선생님은 물었다. “안 아파요?” “아파요.” “근데 잘 참으시네.”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 신경 쓰여서 힘이 덜 들어갈 거 아니에요. 그럼 제가 손해죠.” “푸하하, 정말 합리적으로 참으시네요. 인내심이 강하니 이 지경이 돼서 오죠.” 오호라, 그런가! 불편함은 참고 인내할 대상이 아니다. 개선해야 하는 것이지.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다. 몸이 불편하다는 메시지, 그걸 무시했다. 무식했다. 그래도 담배를 끊었다. 먹고 살자고 야근은 할지언정, 최소한의 자해는 하지 말자 다짐했다. 2주가 넘었다. 그렇게 마감도 끝났다. 당연히 고개도 돌아간다.

(ELLE KOREA 6월호 NO.236 'ELLE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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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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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도화지 2009. 12. 10. 21:57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됐다. 첫 마감을 끝내느라 처음부터 정신이 없었고, 한편으론 흥미로웠다. 잡지라는 것을 만든다는 게, 에디터가 하는 일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이번 마감에서 내 기여도는 미비하다. 급작스럽게 맡아서 써 내려간 원고가 있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마감은 두 번째부터가 될 것 같다. 어쨌든 이래저래 현재로선 그런 새로운 경험들이 내게 좋은 자극이 된다고 느껴진다. 만나게 된 건 며칠 안됐지만 같이 일하는 선배, 후배도 참 좋은 사람 같아서 좋다. 무엇보다도 기회를 만들어준 편집장님께 감사 드리고 있다. 내 주변엔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과, 나를 부추겨 주는 사람과, 나를 수긍해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제 와서 새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그러니 난 열심히 살 것이다. 나를 위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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