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단평

cinemania 2012. 4. 19. 11:14

상대적으로 뼈를 드러내며 시작하는 원작의 서사가 강렬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서사의 축약을 위해 순행으로 전개를 수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가공할 떡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는 아쉽다. 삼각관계에서 빚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충돌로 발생하는 긴장감은 원작에 비해서 사유화되는 인상인데, 이를 테면 원작은 은교에 대한 두 남자의 감정 발화가 서로에 대한 견제와 의식을 통해서 발전되는 인상인 만면, 영화는 그것이 단순히 나이가 다른 수컷들의 롤리타적 욕망으로 제한하듯 그려진다. 형태는 남아있는데 핵심이 떨어져나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적요 역할의 박해일은 열심히 했다. 톤이 나쁘지도 않다. 다만 70대 노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깝게 들리는 성대 묘사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김무열의 서지우는 감정을 좀 절제할 필요가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어떤 결점과 무관하게 신인 배우 김고은은 지우기 힘든 인상을 남긴다. 동물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신인배우의 출연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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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추스르지 못하는 남자는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스스로 파괴한다. 그로 인해서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 동떨어진다. 그에게 세상은 거대한 쓰레기통과 같다. 패악을 자행하는 이들은 역겹고 그들에게 복무하듯 살아가는 약자들의 무기력도 꼴사납다. 그 분노의 뿌리는 개인적인 사연에 닿아 있다.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는 상실의 뿌리가 그의 화를 부추긴다. 메울 길이 없다. 그런 어느 날, 한 여인을 만났다. 울화가 치민 채로 들이닥쳤던 어느 가게의 한 구석에서 무너져있던 그에게 그녀가 말을 걸었다. 조셉(피터 뮬란), 한나(올리비아 콜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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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무원 출신 아입니까!” 그렇다. 원래 그 남자, 최익현(최민식)은 밀수업자들에게 삥이나 뜯는 부산 세관이었다. 물론 혼자 해먹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팀원들의 비리 행위에 총대를 메고 옷을 벗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밀수업자들의 필로폰을 입수한 그는 건달과 손을 잡고 이를 일본에 유통해서 한몫 챙기길 시도한다. 그래서 만난 것이 바로 부산의 내로라는 주먹 최형배(하정우). 그리고 경주 최씨 충렬공파 최익현은 직감한다. 그가 자신보다 항렬이 낮은 집안 사람임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그는 세력을 자랑하는 건달 두목의 대부가 된다. 1980년대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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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지방 중학교에 부임한 국어 교사 미카코(아야세 하루카)는 남자배구부 고문을 맡게 된다. 나름의 열의를 갖고 훈련을 지도하려는 그녀와 달리 배구의 경험조차 없는 다섯 명의 부원들은 그저 새로운 여자 선생님이 고문으로 왔다는 사실에 그저 희희낙락이다. 이에 배구 연습에 대한 열의를 심어주고자 미카코는 지역 대회에서 1승을 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들은 이에 가슴을 보여달라는 발칙한 제안으로 응수한다. 수락도 거절도 하지 못하고 어물쩡 넘어가게 된 그녀와 달리 아이들의 열의는 나날이 불타오르고, 이를 지켜보는 미카코는 보람을 느끼면서도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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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니, 동물원을 인수한 어느 갑부에 관한 이야기냐. 물론 아니다. 도전 정신이 강한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맷 데이먼)가 어느 날 덜컥 사버린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이젠 아들과 딸이 남았다. 사별한 아내의 추억으로부터 달아나듯 새로운 터를 찾던 그에게는 좀 더 자연친화적이고, 너른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런 집이 동물원에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그는 동물원을 샀고, 우여곡절 끝에 그의 주변의 모든 이들이 결국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고 말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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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모티프로 제작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와 마찬가지로 속편임을 자처하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신비의 섬> 역시 쥘 베른의 세계관을 토대로 영화적 세계관을 구상했다. <신비의 섬>이 그것. 그리고 <신비의 섬>의 프리퀄에 가까운 <해저 2만리>도 일부 차용됐다. 심지어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로버트 스티븐슨의 <보물섬>도 영화적 아이디어에 기여했다. 하지만 전작이 그러했듯이 속편 역시 이 모든 문학적 텍스트를 충실하게 재해석한 작품이라기 보단 쥘 베른을 비롯해서 이 영화에 차용된 고전들의 세계관을 방아쇠로 삼아 3D 롤러코스터를 쏘아 올리는 작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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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는 법을 배운 이는 미끄러지면서 버티는 재주를 용하게 터득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한국의 근대사를 헤쳐오며 오늘날 일가를 이룬 한 아버지의 진창 같은 일생을 조명하는 영화다. 노스텔지어로 가오를 잡고, 블랙코미디의 리듬을 타면서도 서슬 퍼런 서스펜스가 때때로 쑥 들어온다. 두 전작을 통해서 리얼리즘의 연출적 장기를 드러낸 윤종빈 감독의 시대적 묘사가 탁월한 가운데, 배우들은 또렷한 연기로 그 시대적 공기를 채워낸다. 특히 영화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최민식의 가공할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서도 종종 그 리듬을 중심축으로 세워 넣고 긴장을 불어넣는 하정우의 존재감도 근사하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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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재계의 큰 손으로 꼽히는 재벌의 뒷거래를 폭로한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다니엘 크레이그)는 되레 곤경에 처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명예훼손의 역공을 당한 그에게는 이를 맞받아칠만한 여력이 없었다. 정보원의 증발로, 심증은 충분했지만 물증이 없었던 것. 덕분에 재판에서 패소하고 막대한 벌금형 구형으로 전재산을 날리게 된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스웨덴의 산업을 일으킨 기업으로 꼽히는 방예르 산업의 전직 회장 헨리크 방예르(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제안을 대신 전하는 변호사로부터였다.

 

펑크한 헤어스타일과 피어싱이 눈에 띄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는 사실 유능한 정보원이며 천재적인 해킹 실력의 소유자다. 사회부적응자에 가까운 그녀의 외모는 모든 이들의 편견을 부르는 동시에 그녀의 공격적인 성향이 구체화된 결과에 가깝다. 문신과 피어싱으로 무장한 그녀는 한 남자에 관한 정보 수집을 의뢰 받게 되고 그로 인해 그가 곤경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이로 인해서 한 남자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바로 리스베트가 조사한 바로 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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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빅터 매이너드(빌 나이), 나이는 54, 직업은 청부 살인업자, 커피 한 잔 하겠소?” 소음기 달린 총의 방아쇠를 주저하지 않고 신속하고 정중하게 당기는 남자, 매이너드는 명문 킬러 가문의 후손으로 타겟을 놓친 적 없는 프로이자, 미혼의 싱글남이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여자에 대한 청부살인 청탁을 받게 된다. 그 여인의 이름은 로즈(에밀리 블런트), 부동산 업자로 위장한 갱단 두목에게 가짜 렘브란트 자화상을 팔아 거액을 챙겼다. 그녀를 죽일 기회를 엿보며 미행하던 매이너드는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주시하던 중, 제멋대로인 그녀를 살해한다는 것에 대해서 저항감을 느낀다. 심지어 그녀를 구하려다 죽을 위기에 빠진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작스럽게 등장한 청년 토니(루퍼트 그린트)가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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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과 높은 돌담 속에 자리한 저택의 한 방에서 타이즈 차림으로 감금되듯 살아가는 여인 베라(엘레나 아라야)는 세계적인 성형외과 의사로서 인공피부 개발에 전념하는 로버트(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실험대상이다. 하지만 베라의 일상을 매일 같이 모니터하는 로버트의 시선에서는 실험적 욕망과 다른 관음적 태도가 엿보인다. 사실 그는 아내와 사별했고, 딸과 함께 살 수가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데, 이런 결과들이 그 태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이 불편한 동거 상황은 로버트의 모친인 마릴리아(마리사 파데레스)의 도움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는데, 그녀의 또 다른 아들 세카(로베르토 알라모)의 등장과 함께 파국을 경험한 뒤, 새로운 관계 국면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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