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라톤 출전 선발전에서 1등을 한 조선인 준식(장동건)이 일본의 마라톤 유망주로 촉망 받던 하세가와(오다기리 조)를 제치고 결승 테이프를 끊는다. 하지만 1등으로 호명되는 건 하세가와였다. 분노한 조선인 관중들은 일본인과 뒤엉켜 싸우고 그 결과, 준식을 포함한 조선인들은 현장에서 체포되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으로 징용된다. 그곳에서 전쟁을 수행하던 준식은 새로운 부대장으로 임명된 하세가와를 마주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마라톤 금메달을 꿈꾸며 경쟁하던 준식과 하세가와의 인연이 전장에서 새로운 악연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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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의 모험>을 잘 몰라도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을 즐기는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퍼포먼스 캡처를 동원한 <틴틴>은 원작 코믹 스트립을 영화화하겠다는 목적 이상의 성취를 얻어냈다. 언캐니 밸리의 한계가 간혹 목격되긴 하나, <틴틴>은 퍼포먼스 캡처가 실사 촬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스펙터클의 영역의 현실화와 비사실적인 프레임의 사실적인 구현을 가능케 하는, 표현력의 도구로서 얼마나 유용한가를 드러내는 현재의 척도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동하게 만드는 <틴틴>의 오락적 완성도 또한 탁월하다.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는 두 대가의 만남이란 카피가 단순한 홍보용 문구가 아님을 증명하는 동시에 시리즈로서의 미래를 밝힌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럽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관람 후, 자신의 애완견에 대한 기대치가 불필요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 틴틴 없이는 스노위도 없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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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57,768 vs. $39,722,689. 메이저리그의 최고팀과 그 아래에 있는 팀보다도 더 밑바닥에 있는 팀의 간극은 저 수치로 정리된다. 선수 몸값의 총액이 곧 팀의 실력을 대변한다. 수치만으로도 명백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는 흔한 일이다. 이는 메이저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모든 종목의 프로스포츠 대부분은 구단의 빈부격차를 통해서 순위의 계층화가 손쉽게 이뤄진다. 뉴욕 양키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통점은 실력 있는 부자 구단이라는 것. 부자 구단들은 한 시즌이 마감되면 자본을 투여해서 스타들을 영입하고,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거나 스타를 길러낸 가난한 구단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부자 구단의 선수 수집을 넋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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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키우는 개와 대화를 나누는 남자가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 일러스트 작가인 올리버(이완 맥그리거)에게는 45년 동안 부부로 살았던 어머니와 사별한 아버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고백했다. 자신의 진짜 삶을 찾고 싶다고. 할은 게이였다며 아들에게 커밍아웃한다. 40대가 넘은 아들에게 70대 중반을 넘긴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제 삶을 찾아나서는 광경은 심란하듯 놀라운 발견이었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지인들에게 무료한 삶의 복판에서 스스로의 삶을 방치하듯 사는 그에게 아버지의 고백과 그 고백 이후의 삶은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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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소식을 모른 채 살아왔던 아들이 돌아왔다. 놀라는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술병을 내민다. 하지만 아버지는 술을 끊었다. 아들이 되레 놀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버지는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였고, 덕분에 집안은 파탄이 났다. 부부는 이혼했고, 형제는 헤어졌다.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온 건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유능한 트레이너였던 아버지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형의 소식을 듣는다. 형은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형은 현재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그러던 중, 거액의 상금이 걸린 격투기 대회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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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은 격변의 시기였다. 공식적으로 흑인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흑인과 백인의 빈부 격차는 그들의 삶을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구분 짓는 주요한 잣대 노릇을 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 관행적으로 자행되며 인종 간의 갈등이 야기됐다. 특히 미시시피에서 흑인들의 위상이란 백인 가정을 위해 제공되는 값싼 노동력에 가까웠다. 유년시절부터 흑인 가정부의 손에 길러진 미시시피의 백인 아이들은 자라난 뒤, 되레 그들의 상전 노릇을 했다. 표면적인 계급적 구별이 사라졌을 뿐, 차별은 더욱 공고해졌다. 캐서린 스토킷의 <헬프>는 광폭한 차별의 한가운데서 폭력을 체감하면서도 묵묵히 백인 가정의 살림을 도맡아온 미시시피 흑인 가정부들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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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사랑했고 하나의 삶으로 융화되길 선택했다. 그리고 거기 한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또 한 아이가 생겼고, 다시 한 아이가 생겼다. 그들은 가족이라 불렸고, 더욱 너르게 삶이 분열하고 팽창했다. 하나하나의 생이 모여들어 더욱 커다란 삶의 영역이 자라났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분열하고, 생장하며, 격동하다, 소멸된다. 생명의 태동은 곧 삶으로 자라나 저마다의 세계를 이룬 뒤, 언젠가 사라진다. 단층과 같이 쌓인 시간들은 지층의 역사를 이루고 적층과 균열을 거듭하며 고유의 영역으로 멈춰서다 서서히 풍화된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바로 그 사소하고도 거대한 생, 그 자체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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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세상에 관심이 없었다. 세상 또한 소년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소년은 어려서부터 가난했고, 엄마가 없었다. 어느덧 열여덟 살의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소년은 가난과 소외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가난하고 소외된 소년을 향한 세상의 관심이 시작됐다. 완득(유아인)의 담임선생인 동주(김윤석)의 짧은 언어로. “얌마, 도완득!” 하지만 갑작스러운 관심이 완득은 귀찮기만 하다. 하지만 같은 동네, 그것도 심지어 건너편 옥탑방에 사는 담탱이는 퇴교 후에도 완득의 주변에서 그를 귀찮게만 한다. 그래서 완득은 기도한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하지만 그 교회에서도 완득은 듣는다. 자신의 호를 지어준 담임선생 동주의 부름을. “얌마, 도완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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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즈> 단평

cinemania 2011. 10. 19. 00:48

(조금 의외였지만) 예상과 달리 <커플즈>는 단도직입적인 로맨틱코미디는 아니다. 가이 리치 식의 내러티브, 주자 1루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히트 앤 런을 걸었는데 타자의 헛스윙으로 뛰던 주자가 죽을 마당에 포수의 포구 실수로 낫아웃 상황이 됐으나 포수가 재빨리 던진 공이 2루수의 실책으로 외야로 빠져 나가는 바람에 주자가 살다 못해 3루까지 냅다 뛰는데 달려나오던 중견수의 호수비로 3루에서 주자가 태그 아웃됐지만 낫아웃 상황에 1루로 달린 주자가 2루까지 진루한 상황, 즉 의도에서 벗어난 우여곡절이 산으로 가면서도 여영부영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엉망진창의 상황을 계산해내는 능력이 볼만하다. 물론 가이 리치 드립은 약간의 과장이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상 밖의 옴니버스 구조 속의 접점 설계가 꽤 그럴싸하여 흥미롭다. 다만 때때로 지나치게 의도적이라고 광고를 하는 찰나가 있어서 미약하게 흥미를 반감시키는 순간도 존재하며 때때로 현실성이 떨어져 리얼리티가 죽는 광경도 목격되지만, 분명 자신의 특별한 화술을 장점으로 어필할 줄 아는 로맨틱 코미디. 다만 볼때마다 속 터지는 남자 주인공은 그냥 그러려니 하시라.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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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 어쩌면 존재 자체가 이토록 경이로운 것일까. 생이란 것이 단순히 켜켜이 쌓인 단층적인 서사의 총합이 아니지만 찰나에도 끊임없이 생장하고 분열하는 것이 생이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우주이기에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이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카메라가 어느 미시적인 삶을 관조하는 가운데, 그 주변으로 광대한 자연의 이미지가 전시되어 끝내 층위를 이루는데 지켜보는 내내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탐미적 감상이 차오른다. 형식적으로 지나친 과장이자 확대 같은데, 그것이 끝내 마음을 광활하게 지배하고 부풀려 감상의 극치까지 떠올라 가닿게 만든다. 신앙적인 영험과 자연적인 신비, 그리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과 경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 세계의 모든 존재를 향해 연주하는 경건하고 장엄한 심포니다. 실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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