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마르소의 내한 기자회견을 다녀왔다. 어쨌든 정말 예쁘더라. 공항 입국 당시 인터넷에 뜨던 발로 찍은 사진기자들의 굴욕적인 사진에 침을 뱉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예쁘더라. 정말로 정녕 40대 맞습니까? 누님. 내 유년 시절 책받침 콜렉션의 한 섹션을 주름잡던 누님을 실물로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답니다. 어쨌든 단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매너도 좋더라. 그런데 정말 욕 나오게 하는 사람이 있더라. 지난 번 톰 크루즈 내한기자회견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러더라. 동일인물 같다. 이건 분명 그 놈 목소리야. 기자회견장에서 배우가 앞에 있건 없건 뒤에 카메라 가린다고 고함을 치고 때때로 민망한 육두문자를 날리곤 하는데 정말이지 애새끼가 집안 교육을 어떻게 받으면 저 지경이 되는지 취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종종 교육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통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궁금해질 때가 있는데 그게 그저 지식을 위한 수단이라면 할 말 다한 거지. 나이가 몇 살이나 쳐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남의 기자회견장에 와서 마치 안주인마냥 소리지르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꼴이 정말이지 과간이더라. 창피했다. 한국말을 몰라도 밥맛 떨어질만한 데시벨의 진정성은 누구라도 엿 같다고 생각할 거다. 교양이란 걸 배워먹지 못한 새끼라서 그런지 인터뷰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냥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 불쌍한 사람 같더라. 측은해. 아주. 평생 그렇게 살다 뒤지겠지. 그러던가 말던가. 다시는 좀 그 지랄 맞은 목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다. 하긴 뭐 이 바닥에 있다 보면 또 듣고 듣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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