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가 말했다. 나 보란 듯이 잘 살아줘요.
글쎄.
난 그냥 잘 살 거다. 널 미워한 적도 없고, 그러니 너 보란 듯이 잘 살아야 될 이유도 없다. 미치도록 그리운 적은 있어도 널 단 한번도 미워하거나 싫어해 본 적은 없다. 난 그냥 날 위해 잘 살 거야.
사랑했고, 이별했다.
네 마음이 변했고, 내가 그걸 돌릴 수 없어서 헤어짐을 다짐했을 뿐이다. 그 뿐이야. 이별이 지난 사랑을 부정하기 위해 떠내려가는 길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될 것 같다.
네 흔적이나 자취를 지우고 비우는 건 그저 다음 사랑을 위한 배려일 뿐이지, 널 부정하고 그로 인해 내 모든 지난 감정 일체를 마치 없던 것처럼 멸망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랑했다. 말 그대로 사랑했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지.
하지만 난 다시 사랑할 거다.
그러니 너도 다시 사랑해라.
지난 이별을 상처처럼 간직한 채 새로운 사랑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짓 따윈 말아라.
그렇게 너와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어디선가 살아가겠지.
그러니 그런 어리석은 말은 말아줘.
지금은 어쩔 수 없을 뿐, 적어도 난 널 사랑했던 사람이다.
널 부정하라는 말 따위를 듣고 싶지 않아. 적어도 난 그럴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