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듯 아스라지는 노을 녘에서
희미해지는 우리의 세상을
난 스쳐보고 있었다.
출렁이듯 이지러지는 달빛너머
솟아나듯 넘실거리는 태양은
흩어지는 오늘을 또 모으고 또 모으고
도도히 제길 걷는 세월 안에서
넌 저만치 서로 몰라보게
한참 아득해져 아련하고
매양 제 몸을 흩트리며
한시도 정적 잊은 인생 안에서
예정 없는 여정의 표지판을 세운다.
어제로 스며드는 너의 잔상이
내일로 가라앉는 나의 기억 어귀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날 기다리면
가끔 시야를 잊은 발걸음이
길 잃어 잘못 들어선 옛 발자취 위에서
문득 넌 청초하게 맺힌 결정체로 내게 흘러 든다.
그 기억 어귀에서
넌 내가 버린 세월 주워담으며
홀로 그 기억 품고서 추억으로 잉태했나 보다.
-無 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