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적은 저 너머에 있는데 나와 상관없는 애들이 방패로 날 위협했다. 내 적은 너희가 아니다. 이렇게 설득시킬 요량도 없었다. 뚫리면 새된다, 라는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으리라.
물대포에도 온몸으로 맞서는 시민들과 함께 고무되어 으쌰으쌰, 하다가 폭력적으로 휘둘리며 날아드는 몽둥이에 맞을까, 달아나듯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날이 밝은 집 주변은 고요했다. 아득하게 밤의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지려는 듯.
그래도 궁금해 컴퓨터를 켰다. 현장에 남아있는 친구 녀석이 걱정됐다. 아뿔사, 이게 뭔가. 무시무시한 광경이 눈앞을 덮쳤다. 난 그곳에 있었지만 그곳은 좀 전까지 내가 보던 그 곳과 또 달랐다. 사람이 쓰러지면 다섯명 가량의 전경이 몰려 발길질과 방패질을 했고, 그러다 실신한 사람을 질질 끌고 갔다. 개처럼 맞고 있었다. 저항하는 목소리 조차도 비호처럼 날아드는 방패에 절규로 바뀌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가슴이 요동친다. 난 도무지 내 할일을 할 수가 없다. 거리로 나갔다 온 지금도 가슴이 저리고 손발이 떨린다. 하나같이 충격과 경악, 공포의 이미지라 불릴 만한 것들이 믿을 수 없게 펼쳐진다. 맙소사, 내가 아는 민주주의는 이렇지 않아.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비분강개한 육두문자가 입안에서 허망하게 부서진다.
난 오늘도 운다. 미칠 것 같다. 너무나 맥이 풀리고 기진맥진하여 거리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현장에 대해 궁금해서 또 찾고 또 땅을 치고 혼자 슬퍼한다.
누가 날 미치게 하는가. 아니, 누가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그건 아무래도 현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다. 아니, 이명박의 무덤덤한, 그리고 종종 웃음까지 내보이는 저 표정이 날 미치게 한다. 그가 섬긴다는 국민의 정체에 의구심이 났다. 그가 말하는 국민은 실체가 없다. 길에서 나뒹구는 이들은 그의 국민이 아니다. 그의 국민이란 그의 휘하에 있는 강부자 내각부터, 대한민국 5%를 가늠하는 상류층이리라.
뉴스를 보니 이제 대운하에 대해서 가릴 것 없이 추진하겠다고 정부 방침이 정해졌단다. 저 사람은 날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나보다. 순간 또 한번 아찔해졌다. 다시 되물어야겠다. 그 거리에 나가서. 당신의 국민은 누구입니까? 그 전에 몸부터 추스려야겠다. 팽팽하게 당겨졌다 느슨해진 신경들이 하나같이 지끈거린다. 게다가 할일도 밀렸다. 하하하. 웃음이 난다. 이명박은 날 완전히 파괴하고 있구나. 내 생애 가장 무서운 강적을 만났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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