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따금씩 눈물이 터진다.

마음 한구석은 무겁고, 알 수 없게 가슴 한곳이 쓰리다.

힘이 없다. 글을 써야 하는데 머리가 좀처럼 돌지 않는다.

잠도 오지 않아서 하루 종일 뒤척이다 그냥 다시 일어나 앉았다.

아침이 돼서야 가까스로 잠들었다. 잠을 자고 싶었다. 잠을 자면 편해질까. 달아나고 싶었다. 이건 내 현실이 아니라고. 오히려 꿈에서 살고 싶었다. 어쩌면 꿈에서 그 아이와 웃으며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유치한 상상을 진지하게 품었다.

눈을 떴다. 그 아이를 보지 못했다. 다시 가슴 한곳이 쓰려왔다. 꽤 많이 잤다. 오늘 집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제도 2시간 밖에 못 잤는데 그나마 무거웠던 머리와 눈이 풀렸다. 하지만 곧 슬퍼졌다. 눈물이 났다. 이런 내가 무섭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그 아이가 보고 싶다. 하지만 차마 무서워 사진도 못 보겠다.

여전히 벽엔 그 아이와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보면 또 눈물이 날까 봐, 사실 이런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고인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라던데 내 눈물이 마르지 않고 이대로 고이고 고이면 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을까. 슬픔이 녹아 내리듯 자꾸만 흘러내린다. 나도 함께 녹아 내려서 사라진다면 난 편해질까. 다시 또 네가 보고 싶다.

거짓말처럼 네가 나에게 전화해준다면 좋겠다. 보고 싶었다고.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다. 파우스트는 어디 있나. 내 영혼 팝니다. 사가세요.

젊은 베르테르의 시인도 아닌데 한없이 찌질한 글만 쓰고 있다. 사랑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 비웃은 적 없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알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릴까. 사람들이 비웃을까. 우습구나. 슬퍼진다. 내가 이리도 나약한 놈이었나. 난 담배도 끊었고, 독한 놈이라던데. 사람들이 그랬다. 하긴 담배도 그 아이 때문에 끊었구나.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구나. 실감했다. 너로 인해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난 다시 예전처럼 잘 웃지도 않고, 무미건조해질까? 거울 너머의 내 모습이 무채색같다. 예전엔 알록달록했는데, 네가 바라봐줄 것이란 생각만으로 반짝였는데, 빛이 사라졌다. 표정이 공허하다. 눈이 퀭하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놈이 거울 너머에서 날 보고 있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하네. 그래, 밥 먹어야지. 꾸역꾸역 먹으면서 살아가야지. 글도 써야겠다. 곧 영화도 보러 나가야 하고. 그래도 삶은 돌아간다. 네가 없어도 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네가 그립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까봐, 그리고 벌써 그 연습을 하고 있는 걸까봐, 두렵다. 슬프다. 날 채우고 있던 세계 하나가 허물어지고, 그 구멍이 메워질까봐, 난 벌써 무섭다. 잃고 싶지 않은데, 이건 미련일까.

다시 돌아와준다면 난 8차선 도로를 뚫고라도 너에게 달려갈 텐데. 그 기쁨에 취해서 죽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사랑이란 거, 이렇게 잔인한 일이었나.

지나간 2년 동안 행복했으니, 앞으로 2년 동안 아파야 할까.

그 아이는 괜찮을까. 날 그리워하진 않을까. 그럴 순 없을까.

, 처량하다. 지금 내 모습처럼. 난 한없이 처량해지고 있어. 어쩌면 다시, 널 만나기 전처럼 어두운 나로 돌아가는 길일지도 모르지. 창 밖이 캄캄하다. 내 마음처럼, 칠흑 같아. 너라는 등대가 사라졌고, 난 이렇게 길을 헤매고 있어. 세상이 암흑이야.

 

그 와중에도 널 찾고 있어. 빛을 향해 가려고 해. 과연 여전히 빛은 날 비출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내 마음이 흐르네. 너에게 흐를 수 없는 마음이 마냥 넘치기만 해.

네가 먹고 싶어했던 크림 스파게티, 먹어줄 걸 그랬나. 못해준 게 많아서 죄다 눈물로 흐르네. 다 해줄 걸 그랬어. 후회 한 점 남지 않도록. 해주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이건 이제 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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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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