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다. 747공약이라는 블록버스터 시나리오를 장담하며 의기양양하게 크랭크인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1년도 안된 시점에서 객석에 앉아있는 서민들에게 매일같이 스릴러적 반전을 거듭하며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찾았다던 한나라당의 선언처럼 10년 전 IMF 시즌2를 연출하려 안간힘을 쓴다. 10년 전 몸소 삽질을 실천하며 대한민국을 망조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던 강만수 장관께서는 또 한번 중책을 맡고 바삐 삽질에 매진하신다. 좌우 구분 없이 그 양반 무능해, 아우성인데도 MB는 넉살도 좋아. SM으로 맺은 우정이 끈끈하겠지만 아무래도 로맨스의 힘이 아닐까 의심된다. MB에게 있어 강만수는 희대의 경국지색,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이하 중략.
정부의 무능력과 오만으로 경제지표가 바닥을 치던 중,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복음이 다음 아고라에 강림했다. 국가증시와 경제동향에 대한 예견을 자조적인 문체로 쏟아내는 미네르바의 글은 성지순례로 북적거린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환율 급등이 맞아떨어졌다. 메시아가 출현했다. 조회수와 댓글을 남기려는 신도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미네르바가 누굴까? 온라인의 영역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미네르바의 소식이 퍼졌다. 경국지색도 긴장했다. 언제라도 그러하듯 본업에 게을러도 나와바리 사수에는 치밀하다. 50대 증권맨 출신 미네르바, 딱 걸렸어. 우린 널 알고 있다.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미네르바는 절필을 선언했다.
권력을 쥔 자가 지혜롭지 못하면 권력 아래 놓인 자들이 신음한다. 자신의 무능을 깨닫지 못하는 권력은 오히려 손가락질하는 자들의 손가락을 자르기에 여념이 없다. 익명의 현자가 정부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미네르바의 글은 성서가 됐고, 복음은 널리 전파됐다. 탄압이 시작됐다. 더 이상 괴담을 유포하면 십자가에 못박겠다. 다 잘될 거야, 라고 먹히지 않는 주문만 강요하던 국민요정 MB는 여신 미네르바에게 위압을 느꼈을까. 세상에서 가장 불성실한 음모론이 펼쳐졌다. 언제나 그렇듯 시나리오는 엉망이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개인의 발언에 정부는 어쩔 줄 모른다.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정부에게서 소인배 같은 조급함이 드러난다. 치부가 드러날까 봐 진땀을 뺀다. 익명의 미네르바가 정부를 긴장시켰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