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출간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인 여행 에세이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와 인도, 발리를 도는 1년 여간의 여행을 거친 원작자의 기행적인 감상과 성찰을 담은 이 작품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이하, <먹기사>)라는, 원작과 동명으로 발표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원작에 담긴 작가의 자전적 깨달음에 대한 독자들의 공감대가 영상 안에서도 유효한 감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이었을 것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자유기고가인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적 믿음을 품으며 살아가지만 점차 어떤 결핍을 느끼게 된다. 그 안정적인 삶 속에서 스스로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흔들 때 즈음, 그녀에게 확고한 결심을 내리게 만들 사건이 발생한다. 교육자를 꿈꾸는 남편은 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위를 따겠다고 전하고 그녀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에게 집과 많은 재산을 양도한다. 자유의 몸이 된 그녀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한 1년 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다.
이탈리아와 인도, 발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먹기사>의 서사는 마치 3막으로 된 연극과 같은 내러티브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리고 실제로 3국의 풍요로운 풍광을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이 영화에서 가장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는 바로 3국 현지의 그림 같은 이미지와 각 지역의 특색이 묻어나는 정서적 감흥일 것이다. 피자와 파스타를 비롯한 다양한 진미들이 가득한 맛의 나라 이탈리아와 인도의 아쉬람 사원에서 보여지는 기도와 명상의 정적인 풍경들, 그리고 풍요로운 자연 경관 속에 놓인 발리의 여유로운 정취는 <먹기사>의 매력 3종 세트나 다름없다.
라이언 머피가 연출한 이 영화는 사실 주연을 맡은 배우의 이미지가 보다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다. ‘귀여운 여인’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한 줄리아 로버츠는 세월의 무상함보다도 시간의 흐름을 통해 인간이 수확할 수 있는 성숙미를 느끼게 만든다. <먹기사>의 모든 서사를 관통하는 중심 캐릭터 리즈의 개인적인 경험은 궁극적으로 영화가 제시하고자 하는 삶에 대한 성찰과 자의식의 발견으로 발전하고 확장될만한 것이어야 한다고 볼 때, 혹은 그것이 진짜 그럴 만한 것이라 느껴지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할 때,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만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물론 개인의 성찰이 모든 이의 삶에서 진리처럼 납득되기란 어려운 것일 게다. 동시에 어떤 이의 삶이 모든 이의 삶의 방향을 대신할 수 있을 만한 가치를 품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수많은 삶 속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가는 이의 삶이란 분명 특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먹기사>의 일탈적인 여정은 행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을 되새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물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3막의 여정이 저마다 흥미본위의 편차와 기승전결의 흐름 안에서 이야기적 재미의 고저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 이 영화의 단점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여정 끝에 얻어지는 것이 빤한 ‘행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동시에 그 삶이 어느 누군가가 쉽게 이루지 못한 용감한 일탈이자 선택이었음을 설득하는 <먹기사>는 행복을 위한 3막 3장 드라마로서 적절한 포만감을 주는 일탈의 간접경험으로서 가치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