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 오르다.

time loop 2008. 10. 14. 23:14

사형선고를 기다리듯 전화를 걸었다. 그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뛰었다. 부풀었다. 말 한마디마다 터질 것 같아. 하지만 평정을 유지해야 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아이가 날 다시 그 사람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인연의 끝자락을 부여잡듯 조심스럽게 끌어당겨야 해.

 

희망고문일지도 몰라. 식은 땀이 났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워. 가만히 앉아있던 지하철 안에서도 불쑥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서 두리번 두리번. 여기선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물었다. 눈이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눈가가 출렁거렸다.

 

한참을 통화했다. 그 아이 목소리에 적막함이 사라졌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요? 10점 만점에 10? 차마 물어볼 곳이 없어. 하지만 부풀어올랐다. 설렜다. 통화가 끝나고 어제 오늘과 달리 울지 않았어. 저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차마 물어볼 곳이 없어. 하지만 부풀어오른다. 나 다시 그 아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게 행복이구나

 

이 며칠간 지옥을 오갔다. 물론 아직 완전한 확신은 없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그리고 내가 그간 저지른 죄가 많아서, 그 아이는 착한 아이지만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줄 것도 해줄 말도 많이 남았는데 줄 수 없을 것 같아서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절망이 그쳤다. 사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만 할 줄 알았던 입가에 웃음이 맺힌다. 그 아이가 내 희망이에요. 비웃어도 좋아요. 그런 걸요. 난 그럼 됐어요. 그것으로 내 세상은 완전해지니까요.

 

네가 없어서 세상이 지옥같았어. 네가 다시 날 건져주길 난 갈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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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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