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메워지지가 않아. 하루 동안 달래고 달래도 마음이 요동친다. 가슴 가득 풍랑이 들어찼다. 열 번은 출렁였다.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머리가 아프고 눈이 무겁다.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 흘러 넘치는 걸 주체할 수 없어. 저 약 좀 주세요. 손님, 시간이 약입니다. 그렇구나. 체한 데만 약이 없는 게 아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한번 비워내고 나면 금새 들어차 흘러내리니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나를 지탱하던 한 세계가 사라졌다. 반쪽만 남아 너덜너덜해졌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마음이 손가락질한다. 할말이 없다. 고개 숙이고 오열했다. 아무래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달려오는 지하철을 바라보고 문득 흔들렸다. 괴롭지만 살아야 돼. 아니, 그전에 아직 끝나지 않았어. 파편처럼 파묻힌 설렘 하나가 고개를 불쑥 든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데 나만 그렇게 떨어져나갔다. 아, 네가 없는 세상이란 게 이런 거구나. 또 한번 되새긴다. 아프다. 그리고 또 한번 흘러넘쳤다.
그러니 제발, 안녕이라 말하지마.
'time loo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교훈 (0) | 2008.10.16 |
---|---|
부풀어 오르다. (0) | 2008.10.14 |
희망 고문 (0) | 2008.10.13 |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0) | 2008.10.13 |
13th PIFF 부산에서 (0) | 2008.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