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가 된 지 2달 정도 됐나. 이젠 예전 여자친구가 된 그 아이와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종종 한다. 지인에게 그 얘기를 했다가 초식남 소리를 들었다. 초식남? 얼마 전 TV에서 한 일본 여자가 나와서 어쩌고 저쩌고 하던 그거? 그거, 맞더라. 흥미로운 건 그 뒤로 종종 초식남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울린단 소릴 듣게 됐다. 난 고기도 잘 먹는데, 초식남이라니! 물론 이 용어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건 익히 알고 있고. 어쨌든 비호감의 의미를 품은 단어가 아닌 거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딱히 초식남으로 불린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딱히 반갑지도 않다. 그렇게 불리는 게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거든. 요즘 들어서 채식을 해볼까 생각은 해봤지만 그 의미가 초식남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도 전처와 연락하잖아. 그럼 한기주도 초식남이었나. 어쨌든 뭐, 내가 좋아하는 공룡도 초식공룡 쪽에 많으니 좋아해도 되나. Y염색체가 점점 사라진다는데 어쩌면 초식남도 그 징후 중 하나일까. 사실 지난 연애가 내 인생에 있어서 첫 연애였는데, 그 덕분에 희박한 가능성으로 친구들 사이에 나 몰래 제기되곤 했다던 게이설에서 해방됐노라는 절친의 고백을 뒤늦게 전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애하기 전엔 게이였고, 연애가 끝나니 초식남이다. 그래, 게이보단 초식남이 낫지. 물론 게이 까는 말은 아니고. 내가 게이가 아닌데 게이라고 불리는 건 좀 그렇잖아. 어쨌든 초식남이 새로운 남성적 종자라면 그 이전에 남성은 이미 육식남이었던걸까. 인류의 역사가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점차 양성 평등의 사회로 가는 가운데 초식남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 야만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인간적이란 가치가 대두되는 문명의 시대에서 남성이 여성적 행동양식을 흡수해 나가는 것 사이엔 어떤 관련이 없을까. 그나저나 채식을 시작해볼까. 그런데 그게 참 쉬운 일은 아니더라. 야채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은 것도 아니고,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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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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