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감독을 주로 인터뷰하지만 때때로 영화와 무관한 인물을 인터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두 번의 인터뷰가 그랬는데 <이끼>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와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보컬인 이석원 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원래 <이끼>는 영화화된다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일찌감치 보고 있었고, 영화 제작자들이 탐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만 강우석 감독이 의외였을 뿐이다. 다만 <이끼>의 영화화는 윤태호 작가의 <야후>도 인상적으로 봤던 나에게 윤태호 작가를 만나기 좋은 빌미나 다름없었다. 질서정연한 언변을 구사하는 분이었다. 사진 촬영을 제하고도 2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2시간 동안 말하기 듣기에 집중한다는 건 그만큼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던 건 그만큼 논리 정연하게 말을 풀어내는 윤태호 작가의 언변 덕분이었던 것 같다.
윤태호 작가와 마찬가지로 <언니네 이발관>의 모든 앨범을 소지한 나에게 이석원 씨 역시 대단한 관심을 부르는 인물이었다. 최근 이석원 씨는 CinDi 트레일러를 연출했는데 이를 빌미로 인터뷰를 청했고 응답을 얻어 인터뷰가 이뤄졌다. 하지만 전자와 달리 이석원 씨 인터뷰는 아쉽다. 여기서 아쉬움이란 이석원 씨가 아닌 나를 겨냥한 것이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지만 뭔가 질문의 핀트가 엇나가는 느낌이었다. 1시간 10분 가량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중반부엔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듯 권태로운 질문에 허덕였다. 이런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상대에게 미안해진다. 상대가 할애한 시간을 흥미롭게 활용하지 못한 인터뷰이의 역량 부족이 한스러워진다. 다소 냉소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석원 씨는 예민해 보이지만 섬세하고 배려적이었다. 현학적인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이어야 했고, 어째서 몇 가지 질문은 누락시켜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단지 수면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혹은 정신 산만한 장소 탓일지도 모른다고 푸념한다 한들 결과적으론 좀처럼 기회가 나기 어려울 아까운 시간이었다. 뭔가 그럴 듯한, 특별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던 것도 아닌데 평범함조차 밑도는 수준의 인터뷰를 하고 만 기분이다.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해소되지 못할 앙금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인터뷰는 참 어렵다. 난 종종 내가 생각해도 멍청했다 싶을 만한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그리고 나선 도저히 수습할 길을 찾지 못해 대화를 어그러뜨리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홀로 자멸한다. 기본적으로 인터뷰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하지만 난 종종 노골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얻기 원하는 사람처럼 군다. 참 어려운 일이다. 하면 할수록 그렇다. 차라리 멋 모를 때가 편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생각을 훔쳐본다는 건 매력적이지만 그것도 가능한 사람의 이야기다. 난 그저 우문 앞에 현답을 던져주는 고마운 인터뷰어들 덕분에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때때로 느끼는 아득함은 괜한 것이 아니다. 과연 애초에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맞았나 싶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