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안다. 내가 어찌나 피곤한 인간인지. 정의가 어쩌고 저쩌고, 원칙이 어쩌고 저쩌고, 씨발, 본질이고 나발이고, 잘 먹고 잘 살면 땡이지. 안 그래. 그게 편한 인생이야. 안다. 알아. 그런데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 네가 그 모든 걸 방관하는 건 상관없는데 그게 마치 어쩔 수 없는 합리적 방식인 양 굴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꼴은 역겹다. 10년 묵은 우정이건, 5년 묵은 우정이건, 스스로 편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 아래, 불합리와 부조리를 자신의 노하우로 수용하고 숙지하는 방법론이 개인의 의지가 아닌 사회적 관성일 뿐이라고 발뺌하는 건 눈꼴사납다. 그래서 난 널 찌르고 또 찌르다 못해 악다구니를 쓰는 너에게 냉소를 날리다 팔팔 뛰는 꼴마저 짓누르고 지쳐나갈 때까지 패고 또 팬다. 피곤하다. 이런 거. 사실 귀찮지. 너무나 당연한 걸 쉽게 망각하고, 쉽게 간과해버리는 관성의 세계에서 혼자 민감하게 찌르고 파헤치다 경계 당하고 떨어져 나가는 건 분명 피로한 일이다. 명예롭지도 않고, 에너지의 소모량도 크다. 그 피곤한 삶이 지겹고 때론 달아나고 싶어도 차마 그러기가 힘들다. 다들 둥글게 살자는데 혼자 모가 나서 부딪힌 뒤 끝내 파편을 확인하고 만다. 충돌은 쌍방간의 충격을 부른다. 데미지가 축적된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난 피곤한 인간이다.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내 할 일만 잘하면서 산다면 정말 편할 텐데, 이 사회엔 해석해야 할 프레임도, 관찰해야 할 포커스가 너무 많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참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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