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간다. 언제나 그렇듯 지난 날엔 많은 이가 있었고, 많은 일이 있었으며 많은 날이 있었다. 그 모든 사연 사이사이에 갖가지 감정들이 이끼처럼 끼어 물든다. 하지만 어차피 지난 일, 잊지는 말되 지나쳐 보내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과 재회를 거듭했고, 슬럼프에 시달리듯 하면서도 어찌어찌 글을 쓰고 있다. 뒤늦게 나마 잃어버린 친구를 떠올리게 됐고, 그나마 때때로 안부를 물었다. 어떤 친구 하나는 세상을 등졌고, 어떤 이들은 가장이 되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간다.
기이하게도 하루하루의 흐름은 언제나 지속적인데 우리는 그것을 한 달로 엮어 매년을 열두 달로 지정해 끝과 시작을 나눈다. 계절과 절기의 변화 양상에 따른 묶음이라지만 실상 일년 동안 기후가 변하지 않는 곳도 많다. 어쩌면 그건 새롭게 갱신되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그저 매일매일의 반복 속에서 살아간다면 사람은 새롭게 태어날 희망을 갖지도 얻지도 못한다. 올해의 실패를 등진 내년의 희망이 필요하다. 나 또한 그러하다. 올 한해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여전히 난 많은 것이 불안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내년에도 난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이뤄나가리.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세상에 으르렁거리기 보단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비좁은 마음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기 보단 넓은 눈을 통해 많은 것을 포용하고 발견하자. 사랑과, 우정도, 우애도, 모두 다 손에 쥐고 걸어가자. 뛰지 말고 걸어가자. 그렇게 살아보자. 내 삶의 부조리를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고민하자. 내가 바뀌어야 세상도 변한다. 괴물이 되지 말자. 사람이 되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행하는 모든 폭력에 눈뜨고 맞서 현명해질 수 있길.
안녕, 2008년. 넋두리는 이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