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작가의 원작만화를 영화화한 <식객>은 3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식객: 김치요리>(이하, <식객2>)는 그 성공에 힘입은 후속적 기획이다. 사실상 <식객2>는 허영만 작가의 원작 브랜드 네임밸류만을 차용할 뿐, 그 작품의 성격과는 무관한 시리즈가 됐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의 출연과 이름만 같을 뿐 성격적으로 다른 중심인물의 등장은 이미 <식객2>가 원작을 염두에 둔 기획이 아님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식객2>는 원작의 서사와 캐릭터 관계를 염두에 둔 전작의 후속편이란 형태 안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본 수상관저 수석요리사인 장은(김정은)은 한때 기생집이었던 요리집이자 자신의 어머니 수향(이보희)가 있는 ‘춘향각’으로 돌아온다. 춘향각은 장은에게 기생의 딸이라는 트라우마를 안긴 공간이다. 그래서 장은은 어머니가 아끼는 춘향각을 제 손으로 없애려 한다. 한편 트럭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채소 장사를 하는 성찬(진구)이 친어머니처럼 모시는 수향의 ‘춘양각’을 없애려는 장은의 야심을 알게 된다. 결국 장은의 야심을 막고자 하는 성찬은 춘양각을 지키기 위해 장은이 출전한 김치대회에 나가 장은에 맞선다.
원작자의 의도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스핀오프라기 보단 일종의 팬픽에 가까운 <식객2>는 어찌됐건 <식객>에 이은 시리즈 속편이다. 동시에 음식을 소재로 둔 영화란 기조는 이어지고, 원작만화와 전작에서도 등장하는 대사,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가 반복된다는 점에서도 그 모토의 계승을 연출하려 한다. 사실상 요리 영화라고 하지만 <식객2>가 주시하는 건 요리보다도 인간의 관계다. 전작의 단순한 선악구도에서 벗어난 캐릭터의 사연은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자질이란 점에서도 발전적이다. 요리의 완성보다도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손과 마음에 주목한다.
그러나 그 손과 마음에 어린 진심을 포착하기 보단 자꾸만 진심을 연출하려 든다. 요리를 만드는 이의 정성의 온기를 전달하기보다도 눈물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거둘 수 없다. 김치를 응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소박한 앵글로 포착함으로써 <식객2>는 여기서 요리란 단지 이야기와 관계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함을 역설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진심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스스로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강조하는 <식객2>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만 같이 군다. 요리를 소박하게 연출한다 해서 진심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식객2>는 자신의 의도를 살리지 못하는 반면, 그 의도를 감출만한 것들만, 혹은 그 의도에 좋은 양념이 될만한 재료를 자꾸 덜어낸다. 음식영화라는 장점을 스스로 포기한다.
결과적으로 <식객2>의 의도는 존중할만하다. 하지만 의도가 앞설 뿐, 전략이 서투른 영화의 완성도는 존중할만한 형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간이 싱겁고, 맛이 애매한 영화가 됐다. 인물의 과거를 끌어내 청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그 인물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한 완벽한 밥상을 차리진 못했지만 적당한 손맛을 만끽하게 해준 전작의 묘미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식객2>는 애초에 그런 결정적인 맛의 비결을 모르는 영화였을지도 모르겠다. 전작의 흥행성에 고무되어 기획된 속편의 운명적인 결과란 이런 듯 뻔하고 뻔한 수순을 걷게 될 뿐이라고 쉽게 단정지어 버릴만한 또 한 편의 사례로선 유용하다. <식객2>엔 속편이 지녀야 할 깊은 맛도 새로운 비범도 발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