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특정한 폭력적 범죄를 두고 페미니즘 논쟁을 벌인다는 건 예비군 훈련 사격장에서 3사로에 누워 있던 격발자가 4사로 과녁의 한 가운데를 보기 좋게 관통하는 것과 같다. 페미니즘 논쟁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여성 범죄는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해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예방을 요구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고 옳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이미 여자는 남자보다 약자다. 그리고 어떤 사회든 당연히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안전망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이 옳다. 복지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하지만 여성 특정 범죄에 대한 해법에 페미니즘 논쟁으로 접근하면 너무나 당연한 공적 환기가 희한한 방식으로 붕괴된다. 여성과 남성의 대립 구도로서, 개인과 개인의 갈등으로 손쉽게 사유화시킴으로서 제도적 권태에 대한 지적을 자연스럽게 무마시켜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기엔 너무 심각한 일 아닌가. 심지어 세금도 더럽게 많이 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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