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를 보내주기 위해 김포로 가야 했다. 화장을 하기로 했다. 토요일에 떠난 하늘이를 보내주기 위한 일요일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지막을 지켜줄 수 있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하늘이 너무 맑고 예뻤다. 하늘이 너무 맑고 예뻐서 마음이 미어졌다. 울컥하는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눈가를 불로 지져서 눈물샘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하늘이가 담긴 상자를 안고 탄 택시 앞좌석에서 바라보이는 하늘은 너무 맑고 예뻤다. 뒷좌석에 앉은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어머니가 들을까 겁이나 소리를 죽이고 마음 속으로 흐느꼈다. 눈물을 닦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늘은 계속 맑고 예뻤다. 군데군데 뭉게구름이 하얀 털 같아서 하늘이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조금 울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하늘이는 기적 같은 아이였다. 하늘이는 태어나고 3개월이 지나 어미의 젖을 뗀 후 우리집으로 왔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하늘이가 심장에 기형 증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수의사도 같은 말을 했다. 이 아이는 언제든 죽어도 이상할리 없는 아이라고. 그 말을 듣고 마음 한구석이 새까매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하늘이가 집에서 다다다 뛰어다닐 때면 뒤를 쫓아다녔다. 뛰지 못하게 잡기 위해서. 하늘이는 신나서 심장이 뛰었고, 나는 놀라서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하늘이는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자랐고, 생각보다 건강했다. 지난해 혈액암 선고를 받을 때는 세상이 원망스러웠지만 하늘이가 죽을 거란 선고 앞에서도 나는 내가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털이 빠지고, 지쳐가는 하늘이를 볼 땐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지만 그 이후로 건강하게 잘 견뎌내는 하늘이를 보면서 나는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하늘이는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지 않았다. 어머니께선 잠이 든 하늘이가 당최 일어나지 않아 깨우다가 비로소 하늘이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았다며, 하늘이가 너무 착한 아이라고 우셨다. 어머니는 하늘이를 키우기 전까진 집에서 동물을 키울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분이셨다. 하늘이는 기적이었다. 언제든 죽어도 상관 없을 것이라 했던 하늘이가 9년 동안 우리 가족의 곁을 지켰고, 어머니도, 나도, 겪을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을 전하고 떠났다. 정말 기적 같은 아이였다.
화장장에 도착했다. 상자에 갇혀 있던 하늘이를 다시 꺼내 눕혔다. 몸이 차가웠다. 온기가 없었다. 나는 울었다. 이 몸이 다시 따뜻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서글퍼서 울었다. 어머니는 마치 자식을 보내듯이 오열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하늘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흐느끼는 것밖에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슬펐다. 이렇게 슬플 수가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나는 너무 슬펐다. 하늘이를 화장하러 보내는 순간에 두 손을 쥐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가슴 한 구석이 타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내 마음 속에서도 하늘이를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는 하늘이의 몸을 어루만지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꼭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비셨다. 처음엔 같이 화장터에 가는 것을 누나가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같이 가야겠다고 말했다. 누나는 아마 어머니를 걱정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어머니를 걱정했다. 어머니께선 하루라도 더 하늘이와 있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하루라도 빨리 잊는 것보다도 하루라도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 일 같았다. 아니, 간절했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실제로 하늘이가 화장되는 걸 보며 마음이 미어졌다. 그렇게 마음이 문드러져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늘이 덕분에 나는 웃고, 이제는 운다. 그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하늘이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몸에 대한 기억을 마음으로 담았다.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너를 당장 볼 수 없게 됐다는 슬픔이 너무 짙어서 견딜 수 없지만 언젠가는 너는 다시 내게 기쁨으로 기억할 것이다. 나는 오늘 그걸 알았다.
어머니께선 하늘이의 유골이 이렇게 적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듯 속상해하셨다. 타고 남은 하늘이의 유골은 하얗고 작았다. 그 앙상해진 하늘이 앞에서 나는 강의 건너편에 선 하늘이를 생각했다. 화장장에선 추가 요금을 내면 유골을 돌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받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돌이 된 하늘이의 유골은 하얗고 투명했다. 어머니께선 하늘이가 착해서 이렇다고 하셨다. 평소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질색했을 테지만 오늘의 나는 그냥 그 말을 믿었다. 하늘이는 정말 착한 아이였으니까. 그랬다. 정말. 하늘이는 죽어서도 우리에게 기쁨을 남겼다. 모든 유골을 돌로 만들진 않았다. 나는 하늘이의 유골을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공원에 뿌려주고 싶었다. 나는 항상 그 공원을 보면서 하늘이가 여기서 산책을 하면 정말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 집에 있는 하늘이를 우리 집까지 데려오진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나는 하늘이의 유골을 일부나마 그 공원에 묻어주고 싶었다. 어머니께선 그러자고 하셨다. 우린 가루와 돌로 변한 하늘이를 안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하늘은 여전히 너무 맑고 예뻤다. 어머니는 어쩌면 이렇게 날씨도 좋을 수 있냐며 하늘이가 정말 착한 아이라고 하셨다. 나는 역시 그렇다고 믿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집 앞에서 어머니와 누나와 아내와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린 끊임없이 하늘이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모여서 식사를 한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하늘이가 죽어서 우리 가족을 한 식탁에 앉혔다. 하늘이가 죽어서도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쓴다고 생각했다. 우린 하늘이의 유골을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 좋은 곳에 뿌렸다. 어머니께선 유골이 너무 적다고 속상해하셨다. 그러면서도 하늘이에게 마음껏 뛰어 놀라고, 잘 가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하늘이에게 비로소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많이 생각날 것이다. 벌써 너무 그립다. 하지만 나는 하늘이를 생각하며 나의 행복했던 시절을 되뇔 수 있다는 걸 믿게 됐다. 네가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하늘아. 언젠가 너를 다시 보게 된다면 꼭 안아줄게. 하늘아. 안녕. 잘 지내. 하늘아.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