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야기

time loop 2008. 11. 27. 02:18

안녕. 차마 손을 흔들 수가 없어서, 그냥 뒤돌아보다 걸어갔다. 그게 또 못내 마음에 걸려. 손이라도 흔들어줄 걸 그랬나.

 

오랜만에 만난 그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벅차 올랐는데 다시 또 한없이 가라앉았다.

웃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우리 헤어진 적 없는 거야. 그렇지? 하지만 그 아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종종 웃어주건만 예전처럼 마냥 밝지 않아.

밥을 먹었다. 밥 먹으면 친해진다잖아. 근데 이 집 돈까스 좀 맛이 없나. 물리나. 밥이 잘 넘어가지 않네. 평소 그 아이보다 먼저 먹곤 했는데 그 아이가 밥을 먼저 먹었다. 그래서 나도 결국 꾸역꾸역 씹어 삼켰다. 배고팠다고 했지만 평소보다 그리 빨리 먹은 것도 아니었다. 은근히 깨작거리는 젓가락이 마음에 걸려 출렁.

손을 잡았다. 손을 내주는 그 아이의 몸짓이 무겁다. 모른 척 휘어잡았다. 꽉 쥔 손에 그 아이 손이 느슨했다. 손을 잡고 있으니 마음이 시렸다.

차를 마셨다. 은근히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그 아이는 말을 삼키고 있었다. 그냥 먼저 꺼냈다. 나한테 뭔가 할 말 있는 거 같은데? 아무렇지 않은 듯,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어차피 이미 사태는 벌어졌다. 난 왜 거기까지 가서 그 아이를 만나고 있었나. 사실 되돌리고 싶었다. 일산까지 1시간을 넘게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사실 어떻게든 그 아이 마음을 되찾아 오리라, 전략은 없지만 마음만 승승장구하게 붕 떴다.

현실은 쉽지 않았다. 그 아이는 웃기도 하고, 이내 울기도 했다. 마음이 아프다. 내 말에 그 아이도 울었다. 나도 울었다. 우린 울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그 아이는 끝까지 이별을 놓지 않았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옛날 얘기를 했고, 내가 사실 이랬노라, 그런데 이렇더라, 후회한다, 정성 가득 회한을 담아 그 아이의 마음을 돌려보려 애썼지만 불가항력이었다. 마치 떠나간 기차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울면서도 끝까지 묵묵히 이별을 다짐했다. 슬펐다. 어쩌겠나. 그냥 문득 이 찻집을 나서면 이 아이와 정녕 끝일까 두려워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는 것을. 가능하다면 평생 그 찻집 그 자리에 머무르고 싶었다.

시간이 왔다. 막차 시간이 가까웠다. 속세적인 고민이 엄습했다. 이 와중에도 막차 시간 따위를 고민해야 하나. 하지만 여기는 일산. 우리 집까지 택시비는 무시무시해. , 정말 슬프다. 어쩌면 너와 나의 거리가 우리 사이를 이처럼 갈라놓는 건지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서러웠다. 운전면허라도 일찍 따둘걸. 항상 3호선 타고 다니는데, 대화 역 볼 때마다 마음이 넘칠까. 벌써 두려워. 참지 못하고 널 보러 끝까지 달려버리진 않을까. 벌써 두려워.

 

미션은 실패했다. 그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마지막 이별까지 사랑해야 하나. 참 성인군자요. 어쩌겠소. 젠장. 한번 그 아이를 안았다. 울먹인다. 너 이렇게 울먹이면서까지 날 보내야겠니. 이게 정말 이별이란 거니? , 정녕 그런가. 아아, 님은 갔지만 난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말이 쉽나. 하지만 정녕 님을 보내지 못하겠어. 하지만 님은 결국 떠났고, 난 남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우린 이렇게 헤어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끝이 아니라 믿는다. 정녕 구원은 올까. 그 아이가 다시 성령처럼 강림해주길, 그건 무리인가. 정말 우리 사랑은 옛노래처럼 흘러가나.

 

그렇게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를 찾지 못한 채. 외로움만 주렁주렁 달고 돌아와버렸다. 하지만 난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 난 여기 열려있을게. 생각나면 찾아오길. 진심으로 빌었다.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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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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