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얼마나 할퀴어왔는지,
무심한 농담이 널 얼마나 멍들게 했을지
대수롭지 않았던 말 한마디 속에 네가 얼마나 침식되고 있었을지
난 얼마나 알게 됐을까.
예전 네 사진들을 다시 봤다.
내 방엔 여전히 너와 내가 찍은 사진이 걸려있고,
내 미니홈피에도, 컴퓨터에도 네 사진은 너무나 많아.
사진마다 웃고 있는 네 미소가 유난히 낯설어,
우리 지금 현실이 너무나 낯선 것처럼 너와 나의 기억도 낯설어.
사랑을 속삭이던 그 입으로 나직하게 내뱉은 이별이 낯설어.
미소로 가득하던 그 얼굴에 가득한 수심이 낯설어.
우리가 이렇게 낯설어, 졌어.
널 잠시 놓아주려면 날 납득시켜야 해.
날 납득시키려면 마냥 넘쳐 오르기만 하는 눈물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넘치고 차올라 끝도 없어.
길을 걷다가도 문득, 방 안에서도 문득, 밥을 먹다가도 문득, 글을 쓰다가도 문득,
어제부터 오늘 사이 내 눈가에 수도가 놓였나. 잠기지 않아. 고장입니까. 고쳐주시죠.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 당신 소관이죠. 그래서 그냥 운다. 나도 방법을 몰라. 막을 길이 없네.
내 머리에 네 생각으로 가득해. 아침부터 이 새벽까지.
너에 대한 기억들이 자꾸만 거듭돼서 돌고 돌아.
그만큼 차고 넘쳐서 흘러.
지금 원래 눈물이 나야 하는 거 맞나요? 나만 이런 거 아니죠?
널 잠시 놓아줄게.
잠시만 멀리 두고 지켜볼게. 잠시 쉬어. 방해하지 않을게.
언제든지 돌아오길. 너무 멀리 가지 말길.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 하나만 내게 떨어뜨려주길.
난 그거 약속 하나만으로 여기서 뿌리를 내릴게.
그러니, 제발, 돌아오겠다고 해. 거짓말이라도 내게 희망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