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7집

culturist 2009. 2. 22. 12:31

소라의 최근작인 7집은 어떤 타이틀조차 없는 백지 상태의 언어와 멜로디로 심금을 울린다. 전 앨범인 눈썹달에 비해 절박함이 덜어졌고 자신의 취향이 더욱 완강해진 느낌이다. 그것이 죽대처럼 꿋꿋하여 부러지기 쉬울 것마냥 구는 건 아니다. 단지 향취가 더욱 진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신경질적이고 온화하지만 예민하다. 때론 취한 듯 자유분방하지만 곧잘 경건하게 가다듬는다. 깊은 호흡을 토해내는 특유의 창법은 여전하지만 가녀리듯 굵게 지속되는 음색은 더욱 깊게 침전하면서도 고요하게 차오른다. 영역은 확고하되 자장이 강해졌다. 눈썹달이 상실과 좌절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면 7은 극복과 존재의 언어로 이뤄져 있다. 문자로 이뤄진 제목 대신 기호로 나열된 리스트는 의도를 함축하지 않고 무한의 깊이와 너비를 확장해나간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언어가 모여 각자의 철학을 뚜렷이 드러내고 언어의 관념을 넘어 축제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7이소라를 시인으로 접대하고 하나의 아티스트로 추대해도 좋을 만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우아한 목소리에 담긴 불안의 입자들이 과감히 노래된다. 치유를 위한 갈망의 출구가 그 너머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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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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