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에 픽사 20주년 기념 전시회 관람 후 작성한 글을 퍼다 올린 것입니다.)
펜슬 애니메이션을만드는 것이 연필이 아닌 것처럼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역시 컴퓨터가 아닙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아티스트입니다.
-존 라세터-
픽사의 창업자인 존 라세터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전시회에는 픽사가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있다. 그건그저 데이터로 축적된 것이 아니다. 스크린에 구현될 색이 창작되고, 음향을 완성시키며다양한 캐릭터를 구상한다. 파스텔과 아크릴,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결과물 속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추출하고 더욱 창조적인 작업을 도모한다.세심한 컬러스크립트 작업을 통해서 명암의 대비와 색채적 짜임새를구상하고 세밀한 스토리보드 작업을통해탄탄한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건 뛰어난 기량을 지닌 스페셜리스트들을 위해 마련한즐거운 작업환경이다.그들은 풍부한상상력을 보장받고 가능성의 한계를 의심받지않는다. 가능한 모든 시도를 통해방대한 노력을 투자하고그 작업 자체는 하나의 예술적 기능성으로 통한다. 매 작품마다 노가다에 가까운 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 건 그것이 단지 거대한 작업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그들에겐 예술가라는 자부심이 있으며 그걸 즐길 줄 아는 역량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 힘든 건 단지 우리나라의 기술이 열등하거나 국내 애니메이터들의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환경의 문제다.<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벅스 라이프> <카> <라따뚜이> 그리고 <월-E>까지,어느 한 작품 빼놓기 어려운 픽사의 작품들이 가능한 건 바로 예술을 존중할 줄 아는 태도 그 자체에 있다. 결국 그들의 태도는 룩소 주니어가 뛰어 나오는 픽사 로고 자체를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창작 집단의 상징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픽사 스튜디오는 예술을 유희로 구현하는 21세기 장인들의 놀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