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1.19 결혼식은 없어도 결혼은 있다
  2. 2008.10.30 081029

가까운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린다. 그럼 대부분 공식처럼 날짜를 묻는다. 나는 번번히 그 공식을 깨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했어.” 어떤 식으로든 놀라워하고, 두 가지 혐의를 추궁한다. 설마 속도 위반? 아니면 신부가 재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진 않았다. 혹자는 밑도 끝도 없이 나를 질책했다. “지금이라도 생각 바꾸고 결혼식해라. 신부가 평생 너 원망할걸.” 하지만 저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 모든 과정을 수용했다. 결혼식 없는 결혼을 제안한 건 당시의 여자친구 그러니까 지금의 아내였고, 이를 수용한 건 당시의 여자친구 아버지 그러니까 장인 어른이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동의했고 부모님의 동의를 얻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을 뿐이었다. 때는 3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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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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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9

time loop 2008. 10. 30. 02:11

1.       바쁘다. 워커홀릭이라도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상황은 즐겁다. 난 변태인가? 기로에 서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슬아슬한데 어딘가 모르게 의욕이 솟는다.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뭔가 해내야 한다는 강박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건 분명 신선한 자극이다.

2.       거처가 확실치 않다. 양다리를 걸치게 될 확률도 생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 역할이 중요하다. 일단 성실해야 한다. 발을 담그고 있는 곳에 우열관계를 따지지 말고 모두 다 충실해야 한다. 징징댈만한 사안이 아니다. 기회라면 기회다. 아니, 기회 맞다. 기회가 온다면 잡아야지. 더욱 중요한 건 이런 상황들이 내겐 정말 좋은 공부라는 것. 어려운 숙제를 마치고 나면 그만큼의 지혜가 남기 마련이다. 난 이 숙제를 해치우고 싶다.

3.       지인의 결혼식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3건이나 잡혀있다. 결혼이라. 다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고, 그런 만큼 내가 조급할 필요가 있겠나. 당연히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난 결혼에 대해서는 모 아니면 도였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거고. 결혼은 의무가 아니니까. 굳이 미친 짓이라고까지 생각진 않지만. 그런데 요즘은 아무래도 전자의 상황에 자꾸 손이 가요, 손이 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건 자연스러운 생각 맞지? 여하간 평생 옆에 두고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생긴 건 맞다. 그리고 그 아이라면 날 잘 이해해줄 거다. 다만 요즘 세상 꼴이 참 지랄 맞아 걱정이다. 적어도 명박이 임기 중엔 세상의 피곤이 풀릴 길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떡하나? 그냥 혼인 신고하고 끝나는 게 결혼도 아니고. 문제는 그 놈의 돈이라 그 말이지. 세상에 마음만 가지고 되지 않는 일들이 참 많다.

4.       명박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병맛은 까야 제 맛이라니 나도 좀 까보자. 환율이 1200원대로 상승했을 때, 난 지갑에 있던 100불 지폐를 환전했다. 요즘 좀 후회하고 있다. , 시발. 1400원대로 뛸 줄 누가 알았겠니. 불과 작년, 아니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천원도 안되던 환율이 1400원대, 그것도 15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올해 초에 한가지 결심했던 것이 있다. 올해는 꼭 외국물 좀 먹어보자. 어쩔 거냐. 명박이 이 ㅅㅂㄹㅁ. 몇 년 내로 비행기 타긴 글렀나 보다. 암울하다. 아직 명박이 임기가 끝나려면 올림픽이 한차례는 더 열려야 한단 말이지. 아직 일년도 안 채웠는데 나라 꼴이 이 지랄. 적어도 영삼이는 말년에 발광했지. 맙소사. 그나저나 만수는 어째서 아직도 장관인 거냐?

5.       요즘 들어서 내가 인복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리 싸가지가 좋고 성실한 놈은 아닌 거 같은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세상엔 착한 사람이 많다. 나 같은 놈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면 그렇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살게요. 꾸벅.

6.       주말에 남원에 내려간다. 써대야 할 글도 많은 놈이 남원에 단풍 구경이라도 하러 가는 거냐? 라고 묻는다면 비즈니스 때문에. 9월 말 즈음에 친구 녀석의 청탁을 받았다. 남원의 모 의대에 다니는 친구 녀석이 학교 축제 기간에 열리는 레크레이션 어쩌고 하는 것에 강연을 맡아달라고 했다. 내 주제에 무슨 강연이냐? 그런데 내려간다. 일단은 뭐 딱히 수업은 아니라서, 한 시간 뭔가 주저리 대는 거라는 마음에서 청탁했는데 은근히 압박이 있다. 그래도 일단 뭔가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니냐, 라는 마음이 생기니까 마음이 두근거린다. <미쓰 홍당무>에서처럼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이라도 할까 싶지만 파트너도 없고. 날아오는 페트병과 짱돌을 감당하기에 내 마음은 억세지 못하고. 어쨌든 주말에 여차저차해서 남원에 간다. 잘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너무 쉽게 덥석 물어버린 게 아닐까 염려된다. 참고로 강연의 주제는 영화 맛있게 보기로 정했다. 떡밥을 물고 들어오는 학생들의 표정이 추후에 얼마나 시니컬해질지 기대된다. 차라리 자는 게 나으려나. 여하간 살아서 올라오겠다. 신의 가호가 있길.

7.       벌써 올해도 2달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2달이라, 난 올해 뭐했나. 아직은 뭔가 추슬러보기 힘들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중요한 건 과거를 추억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현실이 중요하다. 내가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8.       날씨가 춥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하지만 난 가을을 보다 좋아했다. 가을이 사라졌다. 누군가 반토막난 펀드를 바라보는 심정처럼 허망한 일일까. 그 가을은 어디로 갔나. 이것도 온난화인가. 우리는 가을을 잃어버려도 될 정도로 살만한 무언가를 찾은 건가. 모르겠다. 춥다.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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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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