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03 <고백>괴물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6
  2. 2010.02.19 어른이 아이를 망친다.

미나토 가나에의 추리소설 <고백>은 아이를 잃게 된 미혼모 선생 유코가 학생들이 모인 교실의 종업식 자리에서 밝히는 충격적 고백을 통해 시작되는 이야기다. 독백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일인칭 시점의 서술로 일관되는 소설의 구어체는 유코의 시점에서 출발해서 그녀의 고백 속 사건과 관련된 세 명의 학생과 한 명의 학부모의 시점을 갈아탄 뒤, 다시 유코의 시점으로 갈무리된다. 충격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는 소설의 화법은 사건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해부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단지 교훈적인 메시지에 접근하기 보다는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목적에 충실한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Posted by 민용준
,

최근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는 모 중학교 졸업식 뒤풀이 사진을 봤다. 이를 건네 준 지인은 충격적이라 했다. 물론 충격적인 사건은 맞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그것이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딱히 놀랍지 않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팔 할의 과정은 학교에서 이뤄진다. 교육적 현실이 비참할 때, 아이들의 현실은 끔찍해지고, 결국 우리 사회가 처참한 꼴을 면치 못한다. 요즘 아이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요즘 우리네 현실이 그래서 그런 것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고금의 진리처럼, 어른들의 나쁜 짓을 아이들은 그리도 쉽게 잘 배울 뿐이다. 상식과 윤리를 가르치지 않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보다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매우 자연스럽게 해나갈 것이다. 고로 당신이나 나는 혀를 차며 손가락질할 자격이 없다. 적어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이를 보고 기막혀 하기 보단 슬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만큼 이 시대가, 이 사회가, 이처럼 슬프고 비참한 꼴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게 보편적인 정서는 아니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병폐는 극단의 꼴로 드러나는 법이다. 우리 사회의 극단은 이미 갈 때까지 가고 있다. 그것이 당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때 이는 보다 처참해질 것이다. 당신과 무관하다 믿었던 그 사실이 언젠가 당신의 아들과 딸의 현실이 되어 그 처참한 상황을 직접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보다 현명해져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부정할 수 있겠나?

'도화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렌체에 대한 단상  (0) 2010.03.31
목소리만 크면 해설하겠다.  (0) 2010.02.21
한 해가 갔다.  (0) 2010.01.01
편두통  (2) 2009.12.26
마감  (0) 2009.12.10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