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영 중인 백조는 부지런히 발을 젓는다. 겉으로 드러난 우아함은 실상 부단한 노력의 산물에 가깝다. 외모의 화려함에 가려진 내면의 절실함을 알아채기란 어렵다. 화려한 프로페셔널의 외양에 반해 그 자리를 동경하던 대부분의 초짜들은 가시밭길의 첫걸음을 체감하곤 한 바가지의 눈물과 한 대야의 땀을 흘리고서야 그 우아함의 정체를 파악하기 마련이다.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 경험과 관록의 정체를 알고 나서야 진정한 프로로서의 신고식을 통과한다. 미운 오리새끼는 비로소 백조로 탈바꿈하는 노하우를 익히고 첫 번째 비행을 준비한다. <해피 플라이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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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들에게 말한다. 이 길을 선택하는 순간, 너희는 많은 것을 잃게 돼. 각오와 경고가 한 몸에 담긴 언어가 필사적인 절박함을 드러낸다. 영광보단 고난을 명확히 관통하는 스승의 언질 앞에 제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피땀 흘린 노력의 과정이란 성공이란 방파제를 쌓지 않고서야 쉽게 허물어질 모래성 같은 영예나 다름없다. <킹콩을 들다>는 역도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과 금메달에 도전했다 동메달에 머무르고 부상까지 얻은 비운의 역도선수의 삶을 사제라는 관계에 뒤엉켜 넣은 신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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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갇힌 호준(김재록)은 자신이 박대하던 계상(강지환)으로부터 구출된다. 아는 게 많은 호준은 여호와의 증인을 전도하는 계상을 박대하지만 정작 계상으로 인해 구원받는다. <방문자>는 결코 맞물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어떤 관계로 거듭나는 과정을 묘사하는 버디무비이며 코미디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될 때, 우스꽝스러운 사연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인물은 변화한다. 사람을 둘러싼 정치적 편견에서 벗어나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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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맺은 계약. 자살을 약속하는 소녀들. <여고괴담5: 동반자살>(이하, <여고괴담5>)은 부제처럼 동반자살을 약속한 동급생 여고 소녀들의 의식을 비추는 가운데 시작된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가운데 촛불을 어스름하게 밝힌 엄숙한 성당에서 각자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내고 피를 떨어뜨린 계약서에 손을 얹는 의식은 비장하다. 침묵의 제의를 지배하는 건 정적으로 대변되는 의문이다. 동반자살을 도모하는 소녀들의 사연에 물음표가 새겨진다. 그리고 의문에 휩싸인 정적을 부수는 커다란 울림을 통해 괴담은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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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가 이룬 시각적 성취는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로봇의 철판을 CG로 구현하는 건 크리쳐나 생물의 피부를 재현하는 것보단 손쉬운 작업이다. <트랜스포머>의 성취는 사실상 이미지의 구현 자체에 있다기 보단 그 이미지가 정신적 편견에 가까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지점에 있다. 테크놀로지의 혁명이라는 흔해빠진 수사보다도 중요한 건 거대변신로봇들이 실사적인 캐릭터로서 존재하는 오락영화가 시장성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다. 그러니까, 아마, 우린 안될 거야꿈은 이루어진다로 변화시킨 저력이랄까. 이는 디스토피아적 예감을 등에 업고 스릴러적 감각을 바탕으로 두른 액션 시퀀스를 선사하던 <터미네이터>의 인간형 로봇과 전혀 다른 재질의 쾌감을 두른 본격 로봇 블록버스터의 출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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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려던 회사 직원들이 최(최민식)를 보더니 멈칫하고 돌아선다. 최는 막 책상을 비우고 회사를 떠나는 참이다. 처량한 실직자의 몰골로 돌아온 집에서도 그는 혼자인 기러기 아빠다. 최가 동생의 공장에서 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티벳의 이주노동자 도르지의 유골을 안고 히말라야로 향하게 된 건 그런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 외로움조차 방치해버린 적막한 삶에 있어서 현실은 어떤 애착도 발생시키지 못한다. 그의 히말라야행은 일종의 현실도피에 가깝다. 다만 결코 한적한 휴양이 되지 못하리란 예감을 짊어지고 오르는 고행의 도피가 될 것임을 짐작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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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면 운곡리의 조필성(김윤석)은 한적한 시골에서 치안 유지보다도 집안의 경제난 해소가 더 고민스러운 한량 형사다. 만화방을 운영하며 남편의 쥐꼬리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아내(견미리)의 바가지는 득달같고, 두 딸에겐 매일같이 면목이 없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행운이 찾아온다. 소싸움 대회를 주관하던 중, 불현듯 찾아온 예감에 아내의 통장을 훔쳐다 판돈을 걸자 열 배의 배당금이 쏟아진다. 하지만 행운은 곧 불운으로 돌변한다. 친구에게 맡긴 배당금을 찾으러 가던 중,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를 만나고, 돈도, 자존심도 모두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추격이 시작된다. 거북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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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는 <드래그 미 투 헬>을 탐색하기 좋은 밑그림이다. 강력한 저주와 지옥의 이미지가 연동되는 오컬트 소재의 강림은 <드래그 미 투 헬>의 장르적 밑그림이 낡은 시절의 이미지에서 비롯됐음을 알리는 것과 같다. 마치 쌍팔년도 호러 영화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다만 여기서 쌍팔년도의 어감은 촌스럽다가 아닌 고전적이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요즘 보기 드물게 강렬하고 압도적인 정통 호러 영화다.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효과음과 이미지를 동원하는 <> <주온>과 같은 일본산 스몰볼 호러영화들과 비교할 수 없게 손이 크고 담대한 정통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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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아르타 도브로시)와 클루디(제레미 레니에)는 한 집에서 살아가는 부부다. 하지만 충만한 애정의 발로에서 시작해 제도적 합의로 나아간 부부가 아닌 그저 제도적으로 계약된 부부 관계에 불과하다. 벨기에 시민권을 얻기 위해 알바니아에서 국경을 넘어 클루디와 위장 결혼한 로나는 자신의 약물중독을 끊고자 도움을 요청하는 클루디를 번번히 외면한다. 정작 사랑하는 연인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전화통화로서 애정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로나는 이혼과 재혼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역시나 벨기에 시민권을 얻으려는 러시아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 거액을 지불 받을 예정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애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정착하리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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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박물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다. 뼈대만 남은 공룡이건, 모형 사람이건, 크기나 재질에 관계없이 살아나거나 작동된다. 신묘한 힘을 지닌 이집트 아크라 석판의 힘 덕분이건 뭐건 간에 그렇다. 따지고 들수록 스스로에게 연민을 품어야 할 정도로 엉터리 같은 법칙이지만 그 세계가 만들어내는 소동극의 이미지는 분명 오락을 발생시킨다. 연대가 다르고, 종이 다르고, 생사가 다름에도 다들 그냥 어울려서 일으키는 소란이 장관이다. 엉터리처럼 구겨 넣은 레시피가 맛깔스런 잡탕으로 거듭난 형국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엉터리 같은 재료들을 긁어 모아 우려낸 국물이었지만 마시기 편하고 입맛에 너그러운 묘미가 있었다.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엔터테인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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