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로부터 인간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수치상으로 희박하다. 광우병은 복합적인 요소(유전인자 등)로 인해 발병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광우병 소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꼭 광우병에 걸리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환자는 거의 대부분 M/M형태의 유전자를 지닌 이들이었다. 고로 M/M유전자를 지닌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외에 M/V, V/V유전자형을 지닌 인간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단지 발병까지의 잠복기간이 더 길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M/M유전자형을 지닌 인간의 광우병 잠복기간이 제일 짧다고 보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일 수 있다. 고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사람들이 광우병에 가장 먼저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본다.
대부분 광우병 위험요소(SRM)들은 근육질 부위가 아닌 내장 기관과 척수, 골, 눈과 같은 비근육질 부위에 대부분 함유돼 있다. 이는 뼈를 우려먹거나 내장기관까지 섭취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했을 때, 한국인의 식습관이 광우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발병 사례가 적어졌다고 해서 5년 내에 광우병이 사멸될 것이라 말하긴 힘들다. 검역의 강화로 수치는 줄었지만 여전히 발병 사례들이 보고되는 바로 광우병이 박멸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신체 접촉, 혹은 타액을 통한 전염 사례도 없다. 대기 중 오염 가능성도 결코 없다.
물의 오염은 가능하다. 광우병 걸린 소의 사체 혹은 그 소를 도축한 기자재가 세척된 물은 광우병 인자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축한 기자재가 다른 일반 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된다면, 그 소 역시 광우병에 오염됐다고 볼 수 있다.
30개월 이상 월령의 쇠고기를 철저하게 전수 검사시키는 유럽에 비해 샘플링 검사를 실시하는 미국의 검역은 안전성이 의심될만한 기준이다. 다만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바가 없다는 면에서 나름대로 검역시스템이 불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그 불확실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하지 않는 방법 외엔 도리가 없다. 말 그대로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로 봐서는 미국의 현재 검역 상태는 어떤 면에서는 나름대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캐나다에서 광우병 의심 소고기가 검역 과정에서 종종 발견되는데도 미국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은 검역 과정이 느슨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실시한 미국산 쇠고기 전수검사에서 위험물질이 발견됐다는 점을 이를 뒷받침할만한 사안이다.
현재 한국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만 미국기준에 맞춰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인 뇌, 두개골, 눈, 편도, 척추 부위, 회장, 혀의 7부위를 제거하고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럽 기준은 미국의 7개 부위를 포함해 십이지장부터 직장까지의 내장 전부위와 장간막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는 단지 30개월 이상 월령의 쇠고기만이 아닌 그 이하 전체 쇠고기에 적용해야 안전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발생한 다양한 논란, 혹은 괴담이라 불릴만한 몇몇 근거 없는 광우병 관련 설의 주체는 분명 정부다. 정부가 나서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정리 끝, 이하 추론=======================================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 광우병 관련 편은 나름 흥미로웠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광우병 연구자들의 답변은 분명 객관적이라 신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요한 설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방송상에서 드러난 확률은 객관적인 지표라 할 수 있을만한 것이었다.
특히 근거 없는 몇몇 설들, 신체 접촉으로 인한 감염 등 지나치게 불거진 광우병 관련 설들에 대한 진실 가리기에 어느 정도 일조할만한 정보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객관적인 지표들이 나열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검역 제도가 허술하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국의 검역 제도가 잠재적인 위험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30개월 이상 월령의 쇠고기에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의 검역 방식에 비추면 당연한 결과이며 프리온(prion)위험 물질로 규정된 부위 기준만을 따져도 명확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등장한 설문결과는 미국의 쇠고기가 광우병에 위험한가, 라는 질문이었다. 학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그렇지 않다는 쪽의 의견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건 단지 지금 현재 광우병 발병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의견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은 이 사실을 다소 간과했다. 이는 분명 팩트이지만 팩트의 배열 상태에 문제점을 제기할만한 것이다.
앞서 M/M유전자의 발병 사례가 많음은 M/M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기 보다 M/V나 V/V유전자에 비해 발병 잠복기가 짧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괴리감이 있다. 미국의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말미에 배치한 건 미국의 쇠고기 검역이 허술하다는 점을 무심코 간과하기 쉬운 구성이기 때문이다. 분명 잠재적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미국 쇠고기의 검역 체계에 대한 치밀한 설문 요소가 더 존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
물론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이 어떤 내부적 의도를 지니고서 이 사안에 접근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이 방송도 나름대로 지각을 지닌 이라면 충분히 그 의미를 나열할 수 있는, 충실한 팩트들도 채워져 있다. 단지 문제는 이 민감한 사안을 단지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에서 증명했다, 란 식으로 인용할 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이 프로그램이 지키고자 하는 중립적 시각의 여부를 떠나서 어떤 정치적 혐의를 안길 수도, 혹은 어떤 정치적 시각에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수라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쇠고기의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괴담을 형성시키고 이것이 촛불집회와 가두시위로 발전된 것이 아님에도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은 이 모든 상황이 그 사안에 국한되어 발생된 혼란 사태인 것처럼 오해시킬 여지가 있었다. 쇠고기의 위험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 이전에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독자적인 밀실행정으로 국민의 권리를 쉽게 지불한 대통령과 정부에게 국민이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면 새벽까지 설문에 응한 이의 노고를 힘주어 감사할 필요까진 없었을 것이다.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은 매체의 중립성을 지키려 했을지 몰라도 방송의 공영성을 고려하진 못한 거 같다.
P.S>MBC뉴스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부에서 발표한 사실 중 거짓이 존재함을 밝혔다. 물론 정부에서 몰라서 미국에서 부르는 대로 받아 적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정부 관계자가 깜.짝. 놀란 것으로 보아 그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산 쇠고기 고시 당시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회장이라고 부르는 소장의 말단 부위 림프소절에 SRM이 집중되므로 이 부위를 현미경으로 조직 검사하여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포유동물의 소장은 림프소절이 말단 뿐만 아니라 전 부위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수의학 교과서에도 표기됐음을 MBC뉴스데스크가 밝혔다. 또한 포유동물의 경우, 소장의 부위를 확실히 구분하기 힘든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다.
문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곱창 요리의 재료로써 소장이 쓰인다는 점이다. 그럼 소장 부위를 안 먹으면 되겠지, 라고 답변하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부위를 돈 주고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그 불필요한 부위를 수입함으로써 분리과정의 노동 인건비까지 국내에서 지불해야 한다. 결국 먹을 수 없는 부위를 돈 주고 들여와 우리 땅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이는 분명 이명박이 말하는 실용주의와 엄청난 괴리감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곱창까지 맘 놓고 먹을 수 없게 생겼다. 우리가 밤잠 못 이루는 까닭은 이런 기이한 정책적 폐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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