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왔다. 피렌체를 보고 왔다. 다녀 오니 남는 건 흩어져 나갈 기억과 그 기억을 조금이나마 붙들어줄 사진들이더라. 사진은 많이 찍어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고, 할 말도 너무 많아서 기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당장 급한 마감이 끝나면 적당히 여행기를 정리하고 사진도 정리할 생각이다. 그냥 버려두고 방치하기엔 큰 경험이었고, 좋은 시간이었다.

 

내 인생에서 피렌체의 두오모를 오를 날이 올 거란 생각은 한 적 없다. 현실은 때로 꿈꾸지 못한 것들을 이루게 함으로서 무언가를 꿈꾸게 만든다. 그런 날이었다. 어쨌든 나는 다시 내 삶이 놓인 곳으로 돌아왔고 다시 복잡하게 살 것 같다. 꿈 같은 시간은 지났고 난 다시 현실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꿈은 유효하며 그 꿈이 있을 때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음을 알았다. 난 아직 어리고 짧은 사람이지만 이 짧은 여행이 내 자그마한 나이테의 동선을 조금은 넓혀주지 않았을까, 문득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돌아왔다. 뒤늦게 새삼스럽지만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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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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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강, 도약, 비행, 착지로 이뤄지는 스키점프의 과정은 기승전결의 과정이다. 높은 스키점프 대를 신속하게 미끄러져 내려온 뒤, 하늘로 붕 떠올라 멀리까지 날아가서 사뿐히 내려앉는 스키점프는 그 짧은 과정만으로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국가대표>는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실화로부터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추출하는 영화다. 동계올림픽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땅에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궈낸 현실을 발판으로 삼아 허구를 도약시킨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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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영 중인 백조는 부지런히 발을 젓는다. 겉으로 드러난 우아함은 실상 부단한 노력의 산물에 가깝다. 외모의 화려함에 가려진 내면의 절실함을 알아채기란 어렵다. 화려한 프로페셔널의 외양에 반해 그 자리를 동경하던 대부분의 초짜들은 가시밭길의 첫걸음을 체감하곤 한 바가지의 눈물과 한 대야의 땀을 흘리고서야 그 우아함의 정체를 파악하기 마련이다.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 경험과 관록의 정체를 알고 나서야 진정한 프로로서의 신고식을 통과한다. 미운 오리새끼는 비로소 백조로 탈바꿈하는 노하우를 익히고 첫 번째 비행을 준비한다. <해피 플라이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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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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