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시즌5의 실패 앞에서 혹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위기라고 떠들었다. <K팝 스타 3>는 이를 비웃듯이 흥하고 있다.
요즘 <K팝 스타 3>는 지난 두 시즌과 또 다른 궤도에 올라선 것만 같다. 게다가 그 이전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꼽혔던 <슈퍼 스타 K> 시즌5의 몰락 이후에 거둔 성공이기에 더욱 그 성과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같다. 잘 알다시피 <K팝 스타 3>의 변화란 양현석, 박진영과 함께 심사위원석에 앉게 된 유희열의 등장이다. 사실 기우가 없지 않았다. 지난 두 번의 시즌 동안 심사위원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이가 바로 그 자리의 주인공이었던 보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희열은 <K팝 스타>에 완벽하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장본인이 됐다.
사실 유희열의 가세로 인한 가장 큰 수혜주는 심사위원 박진영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2도에서 6도 사이를 오가는 화음 지적과 ‘공기 반 소리 반’이란 명언까지 남기며 온갖 비아냥을 들어왔던 박진영은 유희열의 등장으로 인해서 오히려 어떤 전문성을 인정받게 된 것만 같다. 지난 시즌까지 심사위원을 맡았던 세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음악적인 전문가로서의 심사 견해를 표현한 건 박진영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진영이 비아냥을 듣게 되는 건 그가 음악 전문가의 입장에서 심사하기 때문이 아니다. 박진영 혼자서 전문가로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던 양현석과 보아는 음악적인 전문가라기 보단 자신이 몸담은 제작사의 대표자로서 위치하는 경향이 강했다. 기본적으로 옥석을 가리는 눈이 존재할지 몰라도 음악적인 견해를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귀를 갖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덕분에 심사위원석에 앉은 그 누구도 박진영이 구사하는 단어나 화법에 대해서 놀릴 수는 있어도 그 견해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지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인상은 아니었다. 마치 심사위원석의 외딴 섬 같았다.
유희열은 작곡과 제작 능력을 지닌 전문 뮤지션이다. 그만큼 음악적인 전문성에 신뢰가 간다. 가끔씩 박진영이 외계어처럼 화음과 발성에 관한 지적을 하거나 칭찬을 할 때, 유희열은 그 반대편에서 적당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고, 그 의견에 동참하기도 한다. 보다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때론 냉철하고 과감하다. 어떤 식으로든 박진영이라는 심사위원으로서의 면모보다도 음악가로서의 역할을 납득시키는데 한 몫을 한다. 전반적으로 심사위원석에서 긴장된 분위기가 누그러진 반면 웃음의 빈도가 늘었고 활력이 더해진 것도적절하게 치고 들어오는 유희열 특유의짖굿은 입담 덕분때문이다. 게다가 때때로 진행자 역할을 해낸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K팝 스타 3>는 유희열의 영입을 통해서 덕분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포괄적으론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전문성을 보다 확실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예능으로서의 재미까지 확보했다. 유희열이 세 심사위원의 균형에 있어서 무게 중심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덕분이다. 보아가 없어서가 아니다. 유희열이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K팝 스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전에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시청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물론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다.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이니 노래로서 설명하는 거다. <슈퍼스타 K> 시즌5가 간과한 것이 여기에 있다. <슈퍼스타 K> 시즌5는 가수를 뽑는다고 했지만 예선을 진행하는 동안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었다. 예선을 보는 내내 끝까지 편집만 했다. 노래는 뭉텅뭉텅 잘리고, 오디션 참여자들의 사연 팔기에 연연하고, 다음 장면에 대한 호기심만 배가시키는데 눈이 멀었다. 노래도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은 날이 갈수록 엄격하기만 했다. 이유를 알 길이 없는 셈이다. 그만큼 경연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경연 참여자의 매력은 사연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무대가 제대로 보일 때부터 자라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찾고 싶어한다. 누가 몇 점을 받았는가에 대한 흥미는 그 다음이다. 게다가 이상한 건 심사위원들 또한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 굴었다는 것이다. 특히 생방송에 들어간 이후부턴 평점 자체가 들쑥날쑥했다. 오디션 참가자들도 심사위원들도 하나 같이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다. 흥미가 없으니 긴장도 되지 않는다. 볼 맛이 안 난다. 2%도 미치지 못한 결승전 시청률은 결과적으로 그리 됐다는 수치상의 결과를 벗어나서 그 과정을 보건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엄하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위기를 진단하는 글들이 쏟아졌지만 그건 그저 <슈퍼스타 K>만의 자만에서 비롯된 실패였다.
<K팝 스타 3>는 <슈퍼스타 K> 시즌5가 간과한 것들에 제대로 집중하는 인상이다. 기본에 철저하다. <K팝 스타 3>를 보면서 단 한번도 노래에 지나친 편집을 가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경연에 참여한 이의 실력을 시청자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시청자 역시 오디션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팬이 되는 건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덕분에 볼 맛도, 들을 맛도 난다. 누가 어떤 목소리를 지녔는지, 무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겠다. 그만큼 심사위원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프로그램 내내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것이 <K팝 스타 3>를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반대로 <슈퍼스타 K> 시즌5가 팬을 만들기는커녕 죄다 밀어낸 건 바로 이런 과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어린 참가자들을 경쟁으로 밀어 넣는다는 점에서 가혹한 면이 있다. 그만큼 땀과 눈물을 딛고 그 무대에 선 이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그 무대에서 찬사를 받든, 지적을 받든, 그 무대에 서있는 순간만큼은 그 무대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존중이란 간단하다. 경쟁을 통한 당락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는 것보다도 중요한 건 바로 무대이고 노래다. 노래하는 이에겐 최상의 무대를, 지켜보는 이에겐 관람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해주면 된다. <K팝 스타 3>가 그렇다. 그래서 흥행하는 것이다.
생방송 무대에 진출한 톱 10 가운데 두 팀의 탈락자가 가려진 지난 3월 9일 방송은 시청률 10.5%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지금까지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관철해나가고 있다고 평할만하다. 게다가 앞으로의 생방송 무대를 채울 8명의 경쟁자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인상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언제나처럼 기대 반 응원 반으로 지켜보겠다. 그러니까 권진아 파이팅.(…응?)
태양은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은 남자다. 자신을 불태워서라도 강렬한 음악이 될 남자다. 태양이 돌아왔다. 태양의 무대가 다시 떠오른다.
촬영은 재미있었나?
마음에 든다. 컨셉트도 좋았고.
새 앨범 타이틀을 <Rise>로 정했다던데.
일단 내 이름이 태양이니까. 사실 본의 아니게 꽤 오랜 시간을 준비했다. 3년 전에 솔로 앨범을 낸 이후로 다시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영감을 받지 못했거든.
지난 솔로 앨범 <Solar> 말인가?
맞다. 그 앨범을 작업할 땐 굉장히 힘들었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가 정말 즐기고 싶거나 하고 싶을 때가 아니면 하지 말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앨범 자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약간 오래 걸렸다. 그냥 여행을 다니면서 그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나 프로듀서들을 인연이 되는대로 만나러 다녔고, 무작정 그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앨범에 넣을 곡을 작업했다기 보단 그저 그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분위기에 취해서 작업을 해나갔다. 그러다가 한두 곡이 완성되면서 전체적인 앨범 컨셉트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솔로 앨범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사실 그래서 힘들었다. 그 당시엔 기분 좋게 받아들였지만 자꾸 그런 생각에 얽매이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내가 하는 음악들은 모두 이런 식이어야 될 것 같고, 누군가가 정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틀에 갇혀버리는 기분이었다.
하고 싶은 음악보단 인정받기 위한 음악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는 말인가?
맞다.
그렇다면 지난 앨범이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일단 내가 했던 음악이니 내 것이 아닐 리 없다. 다만 사람들이 좋아할지, 음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이런 집착이 생기면서 내가 남들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음악을 대하고 있다는 게 너무 싫어졌다.
타이틀곡에 대해서 알려달라.
'링가 링가(Ringa Linga)’는 강한 느낌의 곡이다. 사실이번 앨범 자체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보통 지금까지 앨범을 작업할 때는 하나의 큰 컨셉트를 두고 전체 앨범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업했지만 이번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시도했고, 앨범에 담아냈다. 덕분에 듣는데 있어서 지루한 느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앨범에서 테디와 공동 프로듀싱을 했다. 이번에도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던데.
음, 아마 지난 앨범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곡이나 할 수 있는 곡들을 추려서 만드는데 참여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라는 큰 개념에서 내 이름을 더해준 것 같다. 사실 내가 프로듀싱에 참여한다고 해서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다 작곡, 작사를 할 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경우엔 나한테 오는 책임도 훨씬 크겠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괴롭혔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은 없나?
양 사장님?
어떤 면에서?
사장님의 배팅이 없으면 음반을 낼 수 없으니까(웃음). 어느 정도 앨범이 완성됐다는 판단이 서니까 계속 재촉하게 되더라.
지난 앨범처럼 이번 앨범도 예정보다 발매가 늦어진 감이 있다.
내 앨범은 유독 예정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내 고집이 너무 센 거 같다. 내 세계가 너무 강해지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앨범 작업에서도 꼭 하고 싶은 게 생겨버리니까 점점 더 확실히 이 앨범에 담아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그와 반대되는 색깔을 입히려고 하면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기울어진다는 게 좋은 앨범을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그걸 알면서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실 내겐 대중적인 감각이 없다. 대중적인 음악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대체로 우울하고 어두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잘 아는 우리 멤버들을 비롯해서 어렸을 때부터 나를 봐온 프로듀서 형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나에겐 방향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한 거 같다.
최근에 엠넷에서 방영하는 YG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WIN>에서 A팀의 멘토로 나왔다. 연습생 생활을 먼저 겪은 선배로서 할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맞다. 실제로도 많은 얘기를 해줬다. 그 친구들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긴 했다. 우리 또한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쳐서 나온 그룹이기 때문에 그 친구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정확히 몇 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나?
(권)지용이랑 같이 6년 정도.
정말 절박한 6년이었을 텐데.
음악을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내겐 절박함이 있었다.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반대했고,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했으니까. 빅뱅으로 데뷔하기 위한 서바이벌 당시도 물론 그랬고. 정말 절박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만큼 행복했던 시간도 없었다.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지금 연습생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순수한 열정이 보이니까.
빅뱅이 아닌 솔로 활동만의 충족감이 있을까?
예전엔 솔로 활동으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이 났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빅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땐 뭔가 보람도 덜한 것 같은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빅뱅으로 활동하는 게 더 좋다. 지난 2년 사이에 우리 멤버들이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크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우리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즐겁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빅뱅이라는 사실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많이 웃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결국 빅뱅으로 활동하나, 솔로로 활동하나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니까 그저 그 순간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성숙과 변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내게 중요한 게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는 점에선 분명히 성숙해졌고 변화했다고 느낀다. 그 전엔 내가 많이 어려서 무조건 내 위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멤버들이 잘 따라와주지 않는다는 피해의식도 있었다. 사실 그들도 최선을 다하는 건데 내가 너무 어렸던 거지. 지난 3년은 그런 사실을 많이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인터뷰에서 연애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발언이 화제였다. 그 이후로 이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 같고.
다시 그에 관한 애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더욱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고. 사실 그 당시엔 어린 마음에 정말 연애를 하면 안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연애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를아예 안 만난 건 아니었다. 다만 아직까진 연애라고 생각할 만큼 깊게 사랑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예전에 한번 말했던 것 같기도 한데 나한텐 첫사랑이 있었다. 그 첫사랑이 내겐 너무 큰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만큼의 크기가 아니라면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욕심인 거지.
자꾸 이런 질문 받게 되면 기분이 어떤가?
휩쓸리는 기분이랄까? 나에겐 나만의 기준이 있고, 나만의 상황이 존재하는 건데 그 대답 하나를 두고 너무 확대 해석하니까.
하지만 외골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내가 그렇게 외골수 타입도 아니다. 노는 것도 좋아하고. 물론 내가 놀아봤자 뭐……사실 나는 음악 말고 하는 게 없다. 그렇게 나를 가둔 거다. 그나마 지금은 예전보단 나아졌다.
음악 말고 하는 게 없다니.
물론 밥도 먹고.
밥은 누구나 살기 위해서 먹는다.
음……
주로 누구랑 놀까?
거의 멤버들하고만. 아니면 멤버들의 친구들.
술은 마시나?
멤버들하고만.
멤버들이 정말 편한가 보다.
멤버들과 있을 때 나는 진짜 웃긴 사람이다. 진짜(웃음)! 멤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요즘은 위트가 더 느는 거 같다. 장난치는 것도 좋고. 사실 내 안엔 ‘흥’이 너무 많다(웃음).
흥보단 생각이 많은 사람 같다.
혼자 있는 시간엔 사색을 많아한다. 어떤 생각에 빠지면 그 답을 찾을 때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2년 전부턴 생각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각이 강해지면 오히려 생각대로 맞아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더라.
생각이 많으면 잠을 자기도 힘들다.
원래 불면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적인 방식으로 치유했다. 잠은 잘 잔다.
예전에 지드래곤이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을 피처링했던 걸 개인 앨범에서까지 빅뱅의 흔적을 남겨야 하냐며 속상해하는 개인 팬들이 팬클럽 커뮤니티 안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하더라. 빅뱅의 팬이 개인의 팬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걸 보는 기분이 궁금하다.
몰랐다. 지금 들어서 알았다. 나는 누구보다도 친한 지용이가 피처링을 해줘서 곡이 더 좋아졌으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나는 정말 그 누구보다도 우리 팬들을 사랑한다. 그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갈등이 있다는 건 아쉽다.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팬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외 팬도 많이 늘었다. 오래 전 미국 진출이 꿈이라는 얘기를 한적도 있었는데.
아마 처음 데뷔할 때였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오그라드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나한테 멋지고, 내가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지, 어떤 거창한 목표를 정해두고 달려가는 건 멋없는 일 같다.
지금 막 새벽 1시가 지났다. 보통 이 시간엔 깨어있나?
보통 이 시간엔 스튜디오에 있다.
야행성인가?
프로듀서나 엔지니어들이 밤부터 일을 시작하니까 아무래도 나 역시 뭔가를 시작하려면 그때부터 스튜디오로 나가있어야 된다.
이번 앨범이 어떤 앨범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이번 앨범은 정말 내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음악들은 다 넣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지난 솔로 1집 앨범 이전에 발표했던 싱글들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사실 나는 그런 부분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지만 이젠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순 없는 거다.
그 정도로 성적이 안 좋았나?
좀 더 잘됐어야 했다고 하더라. 나도 요즘에 알았다.
권한에 책임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게도 책임이 생긴 거지.
태양은 끝까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순진하게 들릴까?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다. 그럴 수 없는 건 단지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색깔이 담긴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들 수 없다는 건 내 부덕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애착이 남는다. 지난 앨범은 남들이 원하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는데 노력했다면 이번 앨범은 내가 원하는 방향을 보다 완성도 있게 닦아내려고 노력한 앨범이니까. 좋은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지금의 위치에서도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고, 음악이란 세계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꿈을 이루고 싶다기 보단 죽기 전까지 계속 쫓아가고 싶다.
너무 원대하게 들리는 꿈 말고 당장 해내고 싶은 목표는?
일단 이 앨범으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계속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계속 해나가겠지만 가장 컨디션을 좋다고 느껴지는 지금 같은 시기에 다른 데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집중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다.
컬러풀한 에너지로 무대를 누비던 2NE1의 산다라박이 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순수한 여인으로서 카메라 앞에 홀로 섰다. 산다라박이 아닌 박산다라라는 이름으로.
“아마 오늘 화보 촬영도 2NE1으로서 했다면 예전처럼 무서운 언니들 컨셉트로 갔을 텐데 박산다라 혼자이기 때문에 차분한 느낌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 거죠. 저희 팬들은 이제 제가 뭘 해도 잘 안 놀라는데 오히려 오늘 찍은 화보가 지난 반삭보다 더 충격적일 걸요.” 그녀의 말처럼 오늘 그녀는 충만한 에너지로 악동처럼 무대를 누비던 2NE1의 산다라박을 벗고 여성스러운 순백의 의상을 입은 박산다라로서 카메라 앞에 홀로 섰다.
박산다라가 산다라박으로 불리게 된 건 <인간극장>에 출연한 이후부터였다. 당시 그녀의 필리핀 생활이 ‘내 이름은 산다라박’이란 타이틀로 전국에 송출되면서 알려진 산다라박이란 이름은 2NE1의 산다라박으로서 완전히 익숙해졌다. 그녀 스스로에게마저도. “이젠 저조차도 가끔은 산다라박 대신 박산다라라고 불리는 게 어색해요. 외국인도 아닌데.” 사실 2NE1의 산다라박이 된다는 건 일종의 도전이었다. 9년 전, 21살 무렵이었다. 당시 필리핀의 국민여동생과도 같았던 산다라박이 일개 연습생 신분을 선택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이 말이다. “그땐 어렸으니까요. 지금은 아마 그렇게 못할 거에요. 필리핀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지만 한국에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었죠. 꿈이었던 YG에 들어올 수 있어서 두려움 없이 온 거 같고요.”
지난해엔 반삭까지 시도했던 산다라박도 10대 시절엔 S.E.S.나 핑클 같은 가요계의 요정을 꿈꾸던 소녀였다. 애초에 솔로로 연습했던 네 멤버가 처음 2NE1이란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을 땐 가히 충격적이었다. 서로가 봐도 너무나 다른 그들이었다. 게다가 학창시절엔 벙어리로 오해 받을 정도로 숫기가 없었던 그녀다. 심지어 10년 가까이 본 YG의 양현석 대표, 일명 양 사장과도 여전히 살갑게 지내지 못하는 그녀에게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세 멤버들과의 어울림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엄청 어색했죠. 그런데 그 세 명이 혼자 밥 먹거나 연습하면 먼저 다가와줬어요. 그래서 빨리 친해진 거 같아요. 지금은 다른 세 멤버들이 저를 보호해주고 챙겨주는 거 같아요.” 물론 작은 오해도 있었다. 산다라박은 최근 동갑내기 멤버인 박봄에게서 처음엔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는 이야길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살갑게 전화한 박봄에게 무뚝뚝하게 응답해버린 탓이었다. “지금은 제 성격을 잘 아니까 뒤늦게 그 일이 너무 웃긴대요.” 여전히 숫기가 없어 보이는 그녀가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2NE1의 멤버 산다라박이라는 건 조금 놀랍다. “학교에서 말 한마디 못하던 제가 용기를 내서 학교 축제 때 솔로로 노래를 했어요.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그 이후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러니까 그녀에겐 진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무대가 필요했단 말이다. “데뷔 전부터 제 꿈은 항상 콘서트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재작년에 한번 해보고는 완전히 맛이 들렸어요. 그래서 작년에도 투어 돌면서 정말 즐거웠죠. 재작년엔 일본 투어만 했지만 작년엔 미국이랑 싱가포르, 대만까지 갔다 왔거든요. 특히 첫 미국 공연은 떨렸어요. 아는 이 하나 없는 뉴저지까지 와서 잘할 수 있을지, 관객이 많이 올지 두려움이 컸거든요. 그런데 놀랍게 객석이 다 차있어서 한인 교포들이 많이 와주셨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 현지의 미국인들이라고 해서 놀랐죠. 투어 마지막엔 많이 울기도 했어요. 올해에도 작년보다 많은 곳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국경과 언어를 넘어서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넓어졌음에 짜릿해진다는 것, 확실한 무대 체질이다. 그녀가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어를 돌고 왔어도 한국에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요. 작년엔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I Love You’를 빼면 새로운 게 없었으니까요. 항상 새로운 곡과 새로운 퍼포먼스와 새로운 스타일로 무대에 서는 게 기대되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이 낯설고 그만큼 새로웠던 데뷔 초가 문득 그리울 때도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2NE1의 산다라박으로서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느낀다. “사람 욕심이란 게 이것저것 더 해보고 싶은 건가 봐요. 데뷔 4년째가 된 지금까지 좋은 추억도 많았고, 한 단계씩 더 발전해가고 있지만 그래도 욕심은 어쩔 수 없나 봐요.”
어쨌든 그녀도 이제 나이 서른이다. ‘다 죽여버리자!'며 무대에 오르는 2NE1의 산다라박으로서 도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박산다라로서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의 외모가 시간을 멈춰 세우는 건 아니니까. “사실 26살에 데뷔했으니 빠른 편은 아니었죠. 우리 팀의 (공)민지만 해도 16살에 데뷔했잖아요. 물론 딱히 나이에 신경 쓰진 않았어요. 2NE1이란 팀 자체가 어린 소녀 같은 느낌은 아니니까 계속 이렇게 음악을 해나갈 수도 있을 거 같고요. 하지만 서른이 되니까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물론 2NE1을 벗어나서 홀로서기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2NE1의 산다라박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믿는다. 단지 박산다라라는 이름으로 이루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거다. 욕심이 많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제 모습을 많이 남기고 싶더라고요. 5년 뒤에 돌아봤을 때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편 최근 결혼식을 올린 원더걸스의 선예의 소식은 묘한 자극이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괜히 제가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이상했어요. 되게 예뻐 보였어요.” 데뷔 3년간 연애 금지 조항을 잘 지킨 덕에 소속사로부터 연애의 자유를 보장받은 지금은 어쩌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막연한 연애보다도 새로운 음반 녹음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다. 정규 앨범이 될지, 미니 앨범이 될진 모르지만 그녀가 위한 새로운 곡과 새로운 퍼포먼스와 새로운 스타일이 마련될 예정이라는 것. 박산다라가 말했다. 처음 마주본 순간의 어색함 대신 그 익숙한 산다라박의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