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04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인터뷰
  2. 2009.07.28 두 번의 인터뷰 1

가장 보통의 완벽주의자

지난 15년간 이석원은 뮤지션으로 살아왔다. ‘언니네 이발관의 리드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서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2009년은 이석원이란 이름 석자에서 뮤지션이란 존재가 아닌 또 다른 존재로서의 이력을 알린 한 해다.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2009’의 트레일러를 연출했고, <보통의 존재>란 제목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동시에 지난해 발표한 언니네 이발관’ 5<가장 보통의 존재>3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의 너른 지지마저 얻었다. 음악가로서의 깊이를 채우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존재를 확장해갔다.

이와 같은 이석원의 행보를 지켜본 누군가는 그를 아주 특별한 존재라 인식할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동떨어진 세계의 일처럼 여겨지는 기회를 차례로 성취해 나가는 이의 삶이란 특별하게 여겨져야 마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석원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이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아주 보통의 존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건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철저한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연을 앞둔 시점에서는 목을 보호하기 위해 며칠간 입도 열지 않는다는 예민함은 완벽한 무대를 연출하고 말겠다는 최선의 집념이다. 동시에 그 완벽한 무대는 관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완벽한 무대를 이루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는 특유의 기질로서 쟁취해야만 하는 그만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이석원의,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은 분명 꿈의 팝송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음악을 하면서 즐거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이석원의 말은 의외의 사실이다. 그에게 음악이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스스로를 투과하는 창이었다. 단지 그것으로 족했다. 이석원에게 음악이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하고자 했던 수단에 가까웠다. 그리고 자신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만족할 수 있는 가치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는 아주 보통의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이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만남을 거듭한 이석원과의 두 번째 대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첫 번째 인터뷰로부터 정확히 이틀 만에 이석원은 메일을 보냈다. 인터뷰를 다시 하자는 것이었다. 지난 인터뷰에 첨언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온전히 다시 하자는 제안이었다. ‘인터뷰가 중간에 끊긴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는 그는 인터뷰에 기록된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대와의 인터뷰가 분명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시종일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발음하는 이와의 대화를 한 차례 더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인터뷰가 이석원의 마음을 온전히 대변하는 결과물로 완성됐다고 장담할 순 없겠지만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했던 이석원의 노력처럼 이 기록 역시 이석원이란 인물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진심 정도는 전해지길 바란다. 아주 보통의 완벽주의자를 위한 아주 보통의 인터뷰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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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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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인터뷰

도화지 2009. 7. 28. 00:22

의외의 사실. 인터뷰를 다시 했다. 며칠 전 한스러운 인터뷰 후기를 남겼던 이석원 씨와 다시 한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21일 인터뷰 이후로 이틀이 지난 23, 이석원 씨에게 문자와 메일이 왔다. 내용은 인터뷰를 다시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어떤 식으로라도 환영할만한 사안이었다. 뭔가 이대로 정리해서는 안될 말들을 두서 없이 담아온 기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로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제안이었다. 물론 한편으로 두려운 기분도 들었다. 이번에도 수준 이하의 인터뷰를 했다고 느낀다면 좌절감은 두 배가 될 것이니까. 그 이전에 굳이 지난 인터뷰를 온전히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시간을 투자해서 인터뷰를 하길 원한다는 인터뷰이의 요청이 새삼 놀라웠다. 영화 홍보를 위해 한 시간 정도를 봉사하듯 활용하는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식상해짐을 느끼기 쉽던 지난 경험담 사이에서 좀처럼 경험하지 못할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뭔가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인터뷰가 끊긴 것 같다는 메일의 내용이 너무나 또렷한 진심 같아서 안심이 됐다. 게다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니 전화가 어렵겠다는 내용을 보니 이석원 씨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는 공연 전에 목을 필사적으로 아낀다. 어쨌든 날을 잡았다. 월요일 홍대에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언니네 이발관>도 무대에 섰다. 이석원 씨가 피곤하지 않을까, 혹시나 목이 심하게 좋지 않아서 인터뷰가 어렵진 않을까, 별별 생각을 다했다. 날씨가 살짝 흐렸다. 소나기가 온다고 했다던데, 시사회가 끝나고 젖지 않은 땅을 보고 살짝 겁이 났다. 뒤늦게 비가 오면 어쩌나. 괜히 이래저래 민감했다. 다행히도 이석원 씨의 목은 괜찮았고, 비도 오지 않았다. 2시간 30여분 정도 인터뷰를 했다. 장황한 질문을 날리고, 우문을 반복하는 내 버릇은 여전했다. 하지만 지난 인터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답변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건 기사로 이야기하는 것뿐이겠지. 인터뷰가 끝나고 이석원 씨는 녹취가 힘들겠다는 걱정을 보탰다. 이 역시도 인터뷰어에게 처음으로 듣는 말이라 신선했다.

 

난 녹취할 때 인터뷰어의 답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녹취하고자 노력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원래 말의 형태를 중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잘 들리지 않는 발음 하나마저도 어떻게든 파악하고자 애를 쓰곤 하는데 그건 분명 스트레스다. 물론 편집은 가미된다. 구어체 문장을 그대로 기사화한다면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다. 다만 원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본래 인터뷰어의 화술마저 느껴질 정도로 원래적 답변의 형태를 보존할 수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비슷한 시도를 하지만 도저히 그 발상의 형태를 보존하지 못하는 결과물이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이라, , 그렇다. 허세 같은 말이 될지 모르지만 난 적어도 내가 쓰는 글이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길 바란다. 그리고 기록으로서 누군가에게 활용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그렇게 활용하듯이, 어느 누군가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그 노력이 결과물의 성과로 치환되지 못하는 게 문제겠지.

 

어쨌든 다행이다. 사실 지난 인터뷰가 후회스러운 찰나에 이석원 씨가 날 살렸다고 하니, 이석원 씨는 정말 그랬냐며 그렇다면 참 다행이라고 했다. 어쨌든 약속대로 이전에 했던 인터뷰 녹음 파일은 삭제했고, 새로운 녹음 파일이 그 자리를 다시 채웠다. 파일명은 같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른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석원 씨와 헤어진 뒤 지하철을 타고 홍대에서 집이 있는 신사동에 다다르니 어느 새 해가 졌더라. 산들산들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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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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