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사생활은 대중의 관심이며 이는 때로 기자를 위한 이슈가 된다. 동시에 스타는 자신의 발언에 적당한 제한선을 지정하고 스스로의 상품성을 부각시킨다. 그래서 인터뷰는 대화를 가장해 스타의 상품성을 매매하는 공식적인 협상테이블로 전락할 때가 많다. 인터뷰어(interviewer)는 상대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이(interviewee)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답변을 내민다. 그 과정에서 대화는 도박이 되기도 한다. 비밀이란 믿음을 담보로 내보일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진심을 얻기 전엔, 혹은 진심이란 것을 확신하기 전엔 함부로 내보일 수 없는 것이다. 톱스타의 인터뷰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그들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는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부른다. 허나 동시에 그들이 드러내 보인 것이 완벽하게 진실을 기반으로 한 결과란 확신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인터뷰는 수를 읽고 패를 던지는 심리전의 양상으로 발전한다.
2004년, 이슬람 여성의 인권유린을 고발한 <굴종>을 제작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살해당한 네덜란드의 국민감독인 테오 반 고흐-빈센트 반 고흐의 증손자이기도 한-의 영화 중 세 작품의 리메이크를 결정한 할리우드 프로젝트 중 첫 번째 기획에 해당하는 <인터뷰>는 톱스타와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펼쳐지는 미묘한 심리적 공박을 흥미롭게 끌어낸다. 연기보단 가십란을 주로 장식하는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하게 된 정치부 기자 피에르(스티브 부세미)는 그녀와의 인터뷰보다도 워싱턴의 정세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그녀의 출연작보다는 그녀의 가슴축소수술이 더욱 궁금한 그의 태도는 공격적이며 이런 태도에 질린 그녀는 결국 인터뷰를 거절하는 수순에 이르고 만다. 하지만 그 후, 피에르의 택시사고에 미약하지만 일조(?)하게 된 카티야는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부근에 있는 자택으로 그를 데려가게 되고 본격적인 인터뷰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정치적인 태도에서 벗어난 카티야와 피에르는 진심을 가늠할 수 없는 본심과 위장의 줄타기를 서로 넘나든다. 하룻밤 동안 카티야의 집에서 술을 동반하며 계속되는 그들의 대화는 서로를 로맨틱한 연인처럼 끌어당기기도 하고 애틋한 부녀관계처럼 보이게도 하며 때때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원수지간으로 회귀시킨다. 진심을 엿보고자 하는 의도적 접근은 때론 예기치 않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만드는 친근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비의도적인 탐색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단서들은 돌발적인 공격을 유도하기도 한다.
<인터뷰>는 제목처럼 인터뷰라는 대화 방식이 내포할 수 밖에 없는 심리적 장벽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인터뷰어든, 인터뷰이든, 자신의 솔직한 단면이 우연한 계기로 인해 상대방에게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그를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듯한) 과정은 피상적인 관계가 진심으로 인해 극복되고 있다는 믿음을 부여하며 그런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쏠쏠한 재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결말부에 드러나는 믿음의 진실이야말로 <인터뷰>가 지닌 백미의 순간이다. 카티야에 대한 비밀을 쥐게 된 피에르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카티야에게 지불하지만 이는 결국 <인터뷰>의 관계를 역전시켜버리는 반전으로 환전된다. 그 지점에서 지식인이 지닌 옹졸한 자만심은 결국 진심을 볼모로 잡히게 되는 치졸함으로 몰락하게 되며 그가 우습게 여겼던 셀레브리티의 천박함은 결국 그의 자존심을 구기는 백치미의 연기로 승화된다. 이는 결국 스타의 이면에 가린 인간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가중시키며 그 진실에 대한 명확한 답변에서 한발자국 물러남으로서 묘한 신비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그 끝에서 카티야가 보게 된 피에르의 비밀, 그리고 피에르가 보게 된 카티야의 진솔한 모습은 그들의 인터뷰가 실상은 진솔한 대화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결국 그들의 피상적 관계는 결코 진심을 이룰 수 없다는 관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원인을 알면서도 그 폭을 좁힐 수 없다는 관계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비단 스타와 기자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미니멀한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걷잡을 수 없게 쏟아내는 그들의 대화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양상을 풍부하게 드러낸다. 어떤 의도적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없이 그 자체로서 읽히는 인간과 인간의 심리적 양상의 변화를 체감하는 것 자체가 <인터뷰>를 즐기는 핵심에 가깝다. 스타의 사생활을 소비하는 행태의 이중적 위선을 허접하다고 말하는 정치부 기자의 허세와 화려한 셀레브리티의 얼굴로 위장한 교묘한 정치성이 서로를 고발하는 <인터뷰>는 천박하지 않은 풍자로 웃음을 던지고 지적이되 허영심이 없다. 마치 진짜 정치기자처럼 보이는 스티브 부세미와 진짜 셀레브리티의 탈을 쓴 시에나 밀러의 캐스팅만큼이나 영화는 적당한 높낮이를 조절할 줄 아는 절묘한 리듬을 지녔다.
(무비스트)
2004년, 이슬람 여성의 인권유린을 고발한 <굴종>을 제작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살해당한 네덜란드의 국민감독인 테오 반 고흐-빈센트 반 고흐의 증손자이기도 한-의 영화 중 세 작품의 리메이크를 결정한 할리우드 프로젝트 중 첫 번째 기획에 해당하는 <인터뷰>는 톱스타와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펼쳐지는 미묘한 심리적 공박을 흥미롭게 끌어낸다. 연기보단 가십란을 주로 장식하는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하게 된 정치부 기자 피에르(스티브 부세미)는 그녀와의 인터뷰보다도 워싱턴의 정세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그녀의 출연작보다는 그녀의 가슴축소수술이 더욱 궁금한 그의 태도는 공격적이며 이런 태도에 질린 그녀는 결국 인터뷰를 거절하는 수순에 이르고 만다. 하지만 그 후, 피에르의 택시사고에 미약하지만 일조(?)하게 된 카티야는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부근에 있는 자택으로 그를 데려가게 되고 본격적인 인터뷰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정치적인 태도에서 벗어난 카티야와 피에르는 진심을 가늠할 수 없는 본심과 위장의 줄타기를 서로 넘나든다. 하룻밤 동안 카티야의 집에서 술을 동반하며 계속되는 그들의 대화는 서로를 로맨틱한 연인처럼 끌어당기기도 하고 애틋한 부녀관계처럼 보이게도 하며 때때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원수지간으로 회귀시킨다. 진심을 엿보고자 하는 의도적 접근은 때론 예기치 않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만드는 친근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비의도적인 탐색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단서들은 돌발적인 공격을 유도하기도 한다.
<인터뷰>는 제목처럼 인터뷰라는 대화 방식이 내포할 수 밖에 없는 심리적 장벽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인터뷰어든, 인터뷰이든, 자신의 솔직한 단면이 우연한 계기로 인해 상대방에게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그를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듯한) 과정은 피상적인 관계가 진심으로 인해 극복되고 있다는 믿음을 부여하며 그런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쏠쏠한 재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결말부에 드러나는 믿음의 진실이야말로 <인터뷰>가 지닌 백미의 순간이다. 카티야에 대한 비밀을 쥐게 된 피에르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카티야에게 지불하지만 이는 결국 <인터뷰>의 관계를 역전시켜버리는 반전으로 환전된다. 그 지점에서 지식인이 지닌 옹졸한 자만심은 결국 진심을 볼모로 잡히게 되는 치졸함으로 몰락하게 되며 그가 우습게 여겼던 셀레브리티의 천박함은 결국 그의 자존심을 구기는 백치미의 연기로 승화된다. 이는 결국 스타의 이면에 가린 인간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가중시키며 그 진실에 대한 명확한 답변에서 한발자국 물러남으로서 묘한 신비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그 끝에서 카티야가 보게 된 피에르의 비밀, 그리고 피에르가 보게 된 카티야의 진솔한 모습은 그들의 인터뷰가 실상은 진솔한 대화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결국 그들의 피상적 관계는 결코 진심을 이룰 수 없다는 관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원인을 알면서도 그 폭을 좁힐 수 없다는 관계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비단 스타와 기자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미니멀한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걷잡을 수 없게 쏟아내는 그들의 대화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양상을 풍부하게 드러낸다. 어떤 의도적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없이 그 자체로서 읽히는 인간과 인간의 심리적 양상의 변화를 체감하는 것 자체가 <인터뷰>를 즐기는 핵심에 가깝다. 스타의 사생활을 소비하는 행태의 이중적 위선을 허접하다고 말하는 정치부 기자의 허세와 화려한 셀레브리티의 얼굴로 위장한 교묘한 정치성이 서로를 고발하는 <인터뷰>는 천박하지 않은 풍자로 웃음을 던지고 지적이되 허영심이 없다. 마치 진짜 정치기자처럼 보이는 스티브 부세미와 진짜 셀레브리티의 탈을 쓴 시에나 밀러의 캐스팅만큼이나 영화는 적당한 높낮이를 조절할 줄 아는 절묘한 리듬을 지녔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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