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고든 레빗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고, 주연까지 맡은 <돈 존>은 보통 물건이 아니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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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나 경제가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판타지를 찾는다. 그것이 비비디 바비디 부라는 외계어 같은 주문일지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잠시라도 외쳐보게 된다. 소녀 아이돌 그룹의 후크송이 유행하는 것도 그것이 지겹고 험난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좋은 발랄한 환청인 덕분이며 <아내의 유혹>과 같은 막장 드라마의 대단한 열풍도 매일같이 펼쳐지는 그 자극적인 작태의 반복이 현실을 잊게 만들 만큼 중독적인 까닭이다.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좀처럼 피하고 싶다. 안 그래도 힘들고 괴로운 세상에서 그런 이야길랑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듯, 모든 문화적 현상들이 가볍고 헐거워진다. 잠깐 보고 말아도 될 정도로 쉽고 간편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 컨텐츠의 범람은 참을 수 없는 현실의 무거움을 이겨내기 힘든 서민들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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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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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스크린의 검은 여백 위로 제목이 등장하고, 등장인물을 명시하는 자막이 눈을 깜빡이듯 몇 차례에 걸쳐 뒤따라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러다 마치 감았다 뜬 눈 앞에 비춰지는 어떠한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쫓아가듯 영화는 시작된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과 숏을 채우는 인물간의 거리는 일정하되 두서가 없다. 3자의 곁눈질이거나 무심한 응시처럼 담담하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기록적인 다큐멘터리의 시야로 위장된 극영화다. 시종일관 무심한 태도로 응시하는 관점이 발견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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