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혜성처럼 등장한 캐리 멀리건은 일찍부터 배우를 꿈꾸고 있었다. 한때 조바심을 냈던 것도 그만큼 열정이 뜨거웠던 탓이다. 그리고 이제 때가 왔다. 꽃이 피어 오르듯, 재능이 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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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작은 검정 드레스를 입고 환상적인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 나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라비앙 로즈>(2007)에 출연하기 전까지 마리온 코티아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서너곡 정도를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다. 하지만 피아프와의 만남은 코티아르의 삶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그녀 앞에 줄을 서듯 모였다. 미를 뽐내는 여신의 경연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나인>(2009)에서도 코티아르는 빛을 잃지 않는다. 되레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한 아우라를 드러낸다. 감정의 강약을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악센트를 찍어내듯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아하고 단아한 프랑스 여인의 기품에 가려져 있던 뜨거운 정열이 세상 밖으로 뜨겁게 드러났다. 그 뜨거운 열기로, 그녀는장밋빛 인생을 열었다.

 

(beyond 4월호 Vol.43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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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 우울한 팀 버튼의 페르소나 즈음으로 여겨졌던 조니 뎁은 해적선에 오른 후, 롤러코스터적 캐릭터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니 뎁은 괴팍하고 수상한 낭만주의자다. <퍼블릭 에너미>의 존 딜린저가 심상찮아 보인 것도 팔 할은 조니 뎁 덕분이다. 전설적인 갱스터는 로맨티스트로 환생한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나이 조니 뎁의 육체를 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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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귀몰한 전법으로 은행을 털고 유유히 FBI를 따돌리던 갱단의 리더 존 딜린저(조니 뎁)가 검거됐다. 존 딜린저를 구치소로 이송하는 차량 주변에 수많은 군중이 몰려 환호를 지른다. 존 딜린저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군중의 환호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열광에 가까운 것이다. 존 딜린저가 수감될 예정인 미네소타 구치소에 몰려든 취재진의 열기도 뜨겁다. 은행 하나를 터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나요? 1 40초 정도면 가능하지. 기자가 던진 가벼운 질문이 농담으로 튕겨져 돌아온다. 악명 높은 범죄자를 목전에 둔 긴장감 따위란 없다. 마치 유명인을 눈 앞에서 두고 본다는 들뜬 기분이 현장을 장악한다. 그 사이에서 여유로운 미소로 현장을 장악한 존 딜린저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그 표정 너머의 시대를 관찰하기 보단 그 표정을 통해 시대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발견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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