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문양의 슈트를 입은 미국산 슈퍼히어로라니, 20세기 후반 즈음까지 유효했던 인디펜던스 데이필이 충만한 시절에나 가능했을 듯한 팍스 아메리카나 히어로물이 아닐까 의심한다면 그 의심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는 이름만으로도 딜레마이자 아이러니다. 미국적 영웅주의를 대변하는 듯한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상징성은 되레 미국의 영웅주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지침을 행동으로써 증명하는 도덕적 헌신으로 역전된다. <퍼스트 어벤져>는 미국산 슈퍼히어로들의 원조격인, 바로 그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영화다. 물론 온전히 캡틴 아메리카만을 위한 영화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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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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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이란 말은 부질없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뒤집어 가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불필요한 첨언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현실이 아닌 허구 안에서 가정이란 유효한 착상이다. 논픽션이 아닌 픽션의 세상을 그리는 이야기꾼들에게 가정이란 발칙한 야바위이자 무궁무진한 떡밥이니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하, <바스터즈>)은 픽션으로 디자인된 논픽션의 세상, 다시 말하자면 영화로 이입된 현실의 역사를 전복시키고 깔깔거리는 유희다. 어쩌면 메가폰을 쥔 당사자가 쿠엔틴 타란티노란 사실만으로도 알만한 사람들에게 <바스터즈>는 싹이 노란 영화일 것이다. 그리고 <바스터즈>는 과감하게 돌진하는 피칠갑의 난장 속에서도 과장과 비유를 뒤흔들어 능수능란한 유머로 발화시키는 타란티노적 시네마천국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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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짐한다. 인류를 위협하는 히틀러를 척결하겠노라. 그는 히틀러를 자신의 적으로 선포하는 중이다. 그는 장교다. 그러나 히틀러가 숨쉬는 독일을 향해 진군하는 연합군의 장교가 아니다. 나치의 표식을 달고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한 독일군의 장교다. 그는 자신의 최고 상관을 적으로 규정한다. 성공하면 혁명이 된다. 실패하면 반역이 된다. 기로에 선 그 남자는 성공을 다짐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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