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3D> 단평

cinemania 2011. 12. 25. 16:41

솔직히 말해서 <라이온 킹>은 오늘날의 정교한 애니메이션의 기획력과 완성도에 비교하자면 떨어지는 물건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의식한 효과와 예상 범위 안에서 머무르는 기승전결, 지나치게 단순해서 부조리한 은유적 세계관, 이는 결국 픽사와 드림웍스가 주도하기 전까지 애니메이션 왕국을 자처했던 디즈니 월드가 시대적 한계에 봉착하기 전까지의 영광과 한계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지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라이온 킹 3D>에서 눈여겨볼만한 건 고전 셀 애니메이션의 레이어가 컨버팅 3D 애니메이션으로 변환됐을 때, 셀 애니메이션의 레이어가 그 입체적인 공간감으로 구현되는 이미지의 목격이다. 3D 입체감과 탁월하게 결부되는 CG 애니메이션의 구현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때로 그 레이어의 층위가 때때로 다른 차원의 입체감을 준다는 건 흥미롭다. 하지만 역시 세월무상이랄까. 때때로 호기심은 추억을 죽인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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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은 전작에서 얻어낸 가능성을 보다 확실하게 구체화하는데 성공한 인상이다. 셜록 홈즈의 숙적으로 알려진 모리아티 교수가 등장하는 이번 속편은 전편에 비해서 그럴 듯한 긴장감이 조성된다. 가이 리치가 벌려 놓은 영화 속 세계관의 스케일에 비해서 홈즈가 상대하는 악의 위압감이 부족해 보였던 전작에 비하면 이번 작품에서 홈즈가 대적하는 모리아티는 보다 확장된 음모론적 세계관을 메우고도 남을 존재감을 드러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와 주드 로의 왓슨 듀오가 발생시키는 버디무비의 위트는 여전히 활력적이고, 가이 리치 특유의 스타일리시로 치장된 액션 시퀀스는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해낸다. 이성적인 추리물의 세계관을 감각적인 액션 블록버스터로 변주한 이 시리즈는 보다 공고해진 세계관을 마련한 이번 속편을 통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로서의 진정한 출발 동력을 얻어냈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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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단평

cinemania 2011. 12. 14. 11:05

<마이웨이>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후 독일군 포로로 잡힌 한국인에 관한 사진 한 장이 모티프가 된 소설을 영화화한 결과물이다. 눈길을 끄는 파편 하나를 중심에 두고 몸통을 그려 넣은 영화라는 말이다. 마라톤 금메달의 꿈을 품고 경쟁하던 일제 치하의 일본인과 조선인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쟁터에 서게 되고, 결국 핏덩어리가 되어 뒹굴다가 몇 번에 걸쳐서 군복을 갈아입고, 노르망디 해안까지 다다르게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그것이다. 이는 결국 <태극기 휘날리며>로 전쟁신 촬영의 노하우를 익힌 강제규 감독의 야심을 담아내기 위해 마련된 그릇 같다. 전쟁영화의 스케일이 험난한 로드무비의 여정을 따라 전시되고, 끝내 두 남자의 멜로로 봉합된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우월한 전투신이 네 번 정도 마련되는데 저마다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다만 반복적으로 비슷한 것을 보고 있다는 감상 안에서 그 위력이 점차 무마된다. 그 간극마다 비극적인 시대성 안에서 탈이데올로기적 경험을 공유하는 두 남자의 멜로적인 우정, 페이소스를 자극하는 여정이 분명 효과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데, 그 물리적인 감정의 총합이 끝내 클라이맥스의 파고를 이루는 느낌은 아니다. 스펙터클의 풍경 안에 선 중심 캐릭터의 감정선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합에서 구르는 탓에 좀처럼 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스펙터클의 힘이 다할 무렵, 서사의 흥미도 예상 범위 안에서 딱 떨어진다. 거대한 스펙터클의 전시를 위해서 페이소스가 남발되는 양상이다. 150여 분에 다다르는 러닝타임을 이런 방식으로 견뎌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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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단평

cinemania 2011. 12. 13. 10:22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빅 매치로 회자되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연장 15회 완투 대결. ‘나는 전설이다라는 부제라도 걸고 싶은 <퍼펙트 게임>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야구팬이라면 가상의 인물까지 동원해서 실제 경기 양상까지 변주한 영화의 선택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세기의 투수로 꼽히는 두 선수의 대결의 재현을 넘어서 그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에 가깝다. <퍼펙트 게임>은 일단 최동원의 영화 같다. 선동열을 연기한 양동근이 (연기와 무관하게) 외모부터 실제 인물과의 괴리를 형성시키는 것과 달리 최동원을 연기한 조승우는 실제 인물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고, 신뢰하게 만든다. 두 선수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결국 맞붙기까지의 기승전결은 덜컹거리는 화법에도 불구하고 온도를 상승시킨다. 다만 구멍에 가까운 몇몇 주변 캐릭터가 스토리의 제구력을 깎아먹는 인상이다. 감독의 작전보다는 선수들의 능력에 좌우되는 경기처럼, 연출의 승리라기 보단 소재 자체의 매력과 배우의 열연이 얻어낸 승리 같다. 지나치게 비장한 음악도 퇴장 감이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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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은 분명 톰 크루즈의 영화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도 온 몸을 던지는 톰 크루즈의 열연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역대 시리즈 중 최고의 팀워크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팀원 누구도 이단 헌트의 소품처럼 자리하지 않으며 자신의 임무를 소화해낸다. 액션 시퀀스는 인크레더블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음에도 꼼꼼한 디테일을 잊지 않았으며 전반적으로 우월한 퀄리티의 디자인을 뽐낸다. 예고편에서도 자랑했던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빌딩 등반 시퀀스를 비롯해서 장관에 가까운 액션 시퀀스가 네 번 정도 등장하는데, 저마다 장관의 볼거리다. 기존 시리즈의 냉기 서린 분위기를 기대하던 팬의 입장에서는 러닝타임 곳곳에 깨알 같이 자리한 위트가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사이몬 페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듯한데, 긴박함과 장난끼가 어우러진 액션 시퀀스를 보자면 브래드 버드의 픽사적인 마인드도 일조한 것 같다. 시리즈의 전환점에 가까운, 위력적인 볼거리와 캐릭터의 매력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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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의 모험>을 잘 몰라도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을 즐기는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퍼포먼스 캡처를 동원한 <틴틴>은 원작 코믹 스트립을 영화화하겠다는 목적 이상의 성취를 얻어냈다. 언캐니 밸리의 한계가 간혹 목격되긴 하나, <틴틴>은 퍼포먼스 캡처가 실사 촬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스펙터클의 영역의 현실화와 비사실적인 프레임의 사실적인 구현을 가능케 하는, 표현력의 도구로서 얼마나 유용한가를 드러내는 현재의 척도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동하게 만드는 <틴틴>의 오락적 완성도 또한 탁월하다.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는 두 대가의 만남이란 카피가 단순한 홍보용 문구가 아님을 증명하는 동시에 시리즈로서의 미래를 밝힌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럽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관람 후, 자신의 애완견에 대한 기대치가 불필요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 틴틴 없이는 스노위도 없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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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즈> 단평

cinemania 2011. 10. 19. 00:48

(조금 의외였지만) 예상과 달리 <커플즈>는 단도직입적인 로맨틱코미디는 아니다. 가이 리치 식의 내러티브, 주자 1루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히트 앤 런을 걸었는데 타자의 헛스윙으로 뛰던 주자가 죽을 마당에 포수의 포구 실수로 낫아웃 상황이 됐으나 포수가 재빨리 던진 공이 2루수의 실책으로 외야로 빠져 나가는 바람에 주자가 살다 못해 3루까지 냅다 뛰는데 달려나오던 중견수의 호수비로 3루에서 주자가 태그 아웃됐지만 낫아웃 상황에 1루로 달린 주자가 2루까지 진루한 상황, 즉 의도에서 벗어난 우여곡절이 산으로 가면서도 여영부영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엉망진창의 상황을 계산해내는 능력이 볼만하다. 물론 가이 리치 드립은 약간의 과장이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상 밖의 옴니버스 구조 속의 접점 설계가 꽤 그럴싸하여 흥미롭다. 다만 때때로 지나치게 의도적이라고 광고를 하는 찰나가 있어서 미약하게 흥미를 반감시키는 순간도 존재하며 때때로 현실성이 떨어져 리얼리티가 죽는 광경도 목격되지만, 분명 자신의 특별한 화술을 장점으로 어필할 줄 아는 로맨틱 코미디. 다만 볼때마다 속 터지는 남자 주인공은 그냥 그러려니 하시라.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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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 어쩌면 존재 자체가 이토록 경이로운 것일까. 생이란 것이 단순히 켜켜이 쌓인 단층적인 서사의 총합이 아니지만 찰나에도 끊임없이 생장하고 분열하는 것이 생이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우주이기에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이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카메라가 어느 미시적인 삶을 관조하는 가운데, 그 주변으로 광대한 자연의 이미지가 전시되어 끝내 층위를 이루는데 지켜보는 내내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탐미적 감상이 차오른다. 형식적으로 지나친 과장이자 확대 같은데, 그것이 끝내 마음을 광활하게 지배하고 부풀려 감상의 극치까지 떠올라 가닿게 만든다. 신앙적인 영험과 자연적인 신비, 그리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과 경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 세계의 모든 존재를 향해 연주하는 경건하고 장엄한 심포니다. 실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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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브덕션> 단평

cinemania 2011. 9. 22. 09:24

종종 허술한 디테일이 감지되지만 큰 맥락에서 인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장면 연출도 적당한 수준. 음미할 수준은 아니나 즐길만한 거리라 할만한, 탄산 같은 오락물. 표정은 어색하지만 액션은 뛰어난 테일러 로트너도 쏘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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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단평

cinemania 2011. 9. 21. 00:10

<쓰리>봤다. 문제적 소재를 실생활적인 합리로 풀어낸 전위적인 작품. 삶이란 전기줄 두세 갈래만으로도 정의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기도 하지만, 때론 직접적인 언어로 대신할 수 없는 행위로서 형상화시켜야 할 정도로 고차원적이기도 하다. <쓰리>는 욕망과 삶의 함수 관계에 관한 영화다. 불행을 억누른 거짓 행복과 동거하느니,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고 절충하며 얻은 행복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편이 백배는 낫다. 불안과 안정이 교차하는 '3각 관계'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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