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에 해당되는 글 97건

  1. 2011.02.11 <만추> 단평
  2. 2011.01.11 <글러브> 단평 2
  3. 2010.12.24 <심장이 뛴다> 단평
  4. 2010.11.16 <이층의 악당> 단평 2
  5. 2010.11.09 <페스티발> 단평 2
  6. 2010.09.09 <무적자> 단평
  7. 2010.07.28 <아저씨> 단평
  8. 2010.07.22 <솔트> 단평
  9. 2010.07.13 <인셉션> 단평
  10. 2010.07.08 <토이스토리3> 단평

<만추> 단평

cinemania 2011. 2. 11. 09:33

이만희의 동명 원작을 김수용이 한차례 동명의 리메이크작으로 완성한 바 있는 <만추>의 김태용 감독 버전은 전작들이 시대상의 변화와 연출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보다 차별적인 리메이크 영화라 할 수 있다. 시애틀에서 만난 동양의 남녀는 마치 유령처럼 관계 속에 파묻힌 채 말을 걸고, 우연히 재회한 뒤, 애틋한 감정의 교류를 느끼기 시작한다. 대사 한마디 없이 탕웨이의 초췌한 표정에 다가서며 스산한 감상을 일깨우는 인상적인 도입부부터 적막한 풍경 속에 아련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부까지, <만추>는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이 증발된 인상을 유지하면서도 그 너머에 다다라서야 피어 오른 애수를 절감하게 만드는 멜로다. 현빈과 탕웨이의 이례적인 조합도 김태용 감독이 포착한 수려한 풍경 속에 잘 녹아 든다. 이국의 낯선 풍경 속을 떠도는 외로운 타인들의 짧고 강렬한 러브스토리, <만추>는 빨갛게 피어 오른 단풍이 곧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과 같이, 애잔하고 서글픈 설렘을 전하는 가을의 끝과 같은, 인상적인 멜로다.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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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단평

cinemania 2011. 1. 11. 09:25

1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은 과하다. 오글거리는 대사나 간지러운 표정 연기도 숱하게 나온다. <글러브>는 꽤나 올드한 영화다. 단도직입적으로 촌스럽다. 역설적이지만 그게 눈길을 끈다. 장애를 극복하는 스포츠영화라는, 이미 닳고 닳은 영화적 양상을 직구로 관통한다. 정재영은 때때로 과한 감정에 홀로 도취되는 이 영화의 감정에 진심의 무게를 얹어 내며 구원투수 노릇을 한다. 야구 영화치고 경기 장면이 재미없다는 건 맥 빠진 중심타선을 보는 느낌이지만 홈런은 아니더라도 진루타는 쳐내는 드라마가 대타 노릇을 해낸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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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단평

cinemania 2010. 12. 24. 09:16

아이의 심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엄마와 죽어가는 어머니의 뒤늦은 진심을 확인한 망나니 아들이 술래잡기라도 하듯 좇고 달아난다. <심장이 뛴다>는 모성을 광기에 가깝게 묘사해내며 그 광기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상황의 진전을 통해 극적인 파고를 얻어내고자 하는 스릴러다. 마치 <마더>와 같은 심정으로 <세븐 데이즈>를 수행하는 엄마를 보는 기분이랄까. 문제는 그것으로부터 지독한 모성도, 뜨거운 긴장감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 모성과 효도를 정신병으로 착각한 비정상적인 추격전을 지켜보고 있자니 되레 성질이 뻗친다.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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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 단평

cinemania 2010. 11. 16. 09:18

석규김혜수의 조합만으로도 궁금증이 도질 것 같지만 <이층의 악당> <살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제목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손재곤 감독의 4년만의 차기작이다. 빤한 듯 물음표를 잡아 끄는 스토리는 시작과 끝이 깔끔하고, 캐릭터들은 의뭉스러운 척 선명하게 시선을 잡아 끌며 가늠할 수 없는 지점에서 유머가 찌르고 들어오고 결과적으로 따뜻하다. 캐릭터의 쓰임새들은 저마다 적절하고, 공간의 활용이 탁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안정적인 재미가 더부살이하는, 단연 올해의 물건으로 꼽힐 만한 코미디가 등장했다. 손재곤이란 이름을 기억해둘 것.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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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발> 단평

cinemania 2010. 11. 9. 19:14

(어쩌면 마케팅 때문에) 단순히 웃겨주는 섹스코미디 정도로 생각했다가는 다소 뜨악할 수도 있겠다.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발>은 자신의 전작이었던 <천하장사 마돈나>와 커다란 접점을 지닌,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연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페스티발>에 등장하는 세 커플과 7인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취향이 다른 성적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계적 소통의 불편을 느낀다. 옴니버스 구조의 캐릭터들이 이루는 야릇한 사연들은 영화를 버라이어티하게 확장하며 내러티브의 진전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동시에 대사와 행위를 통한 웃음을 드물지 않게 포진시켜나간다. 하지만 진보적인 가치관으로 표방될 만한 <페스티발>의 메시지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 안에서 포용되지 못하는 느낌인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네 갈래의 사연을 갈무리하는 방식에서도 탁월한 합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 웃겨주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건 맞지만, 웃겨주는 이야기라고 말하기란 어렵다. 축제 분위기는 요란한데, 들뜨는 기분이 멈칫거린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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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 단평

cinemania 2010. 9. 9. 16:31

이쑤시개를 꼬나 문 주윤발의 쌍권총을 추억하든, 비둘기 날리며 홍콩 느와르의 간지를 창출해낸 오우삼을 추억하든, <무적자>안에서 변주된 <영웅본색>의 흔적이란 조금 낯선 것이다. 송해성 감독은 원작의 결점이 드라마적 정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으며 내러티브를 보완하며 이런 결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무적자>는 적절한 인과관계로 이뤄진 스토리텔링의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관계 설정의 변주나 부산의 풍광을 배경으로 둔 느와르적 연출도 인정할만하다. 다만 울림이 약하다. 형제애와 의리를 내세운 원작의 인물들이 품은 정서들을 고스란히 끌어 안은 채 이를 거듭 설득시키고자 노력한다. 의도는 관철됐으나 성공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다단한 플롯을 지니고 있지만 진전이 더디고 끝에 가 닿는 폭발력이 약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들이 입은 혈기왕성한 간지를 보필해줄 관록의 빈자리가 뚜렷하다고 할까. 박하게 평가될 영화는 아니지만 딱히 인상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범작이랄까. 그 와중에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관총질은 조금 흥미로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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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단평

cinemania 2010. 7. 28. 03:24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소녀와 유일하게 소녀에게 위안이 되는 정체불명의 사내. <아저씨>는 홍콩 느와르의 분위기로 연출된 <레옹>처럼 보인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내에게 만만한 호칭이 아저씨인 탓에 아저씨라 불리는 사내의 불분명한 정체성은 <아저씨>에서 스토리텔링의 탄력을 이루는 동시에 느와르적인 관성을 매력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자질이 된다. <열혈남아>를 통해 가족애를 비정한 느와르적 자질로 연동하던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느와르적인 감각을 뽐낸다. 특히 효율적인 속도감을 자랑하는 동시에 멋에 치중한 장식이 아니라 생사가 결정되는 찰나의 긴박감이 냉소적으로 표현된 액션신이 인상적이다. 지독하게 진지한 대사 덕분에 오글거림의 역효과가 발견되는 몇몇 찰나만 제외하면 원빈은 <아저씨>가 마련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정한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빛나는 동시에 어두운,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 그림에 감정을 불어넣는 김새론의 연기도 훌륭하며 그 그림의 선한 명도를 밝히는 보색의 악역과도 같은 조연들의 공헌도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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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 단평

cinemania 2010. 7. 22. 09:45

냉전시절 미국에 침투해 잠복해 있던 러시아 스파이들이 일거에 미국 공격을 개시한다는 ‘데이-X’라는 냉전시절 가설에 대한 신빙성을 묻기 전에 이 낡은 가설이 여전히 이야깃거리로서 유효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출처가 궁금해진다. <솔트>는 여성 스파이를 앞세워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작품이나 야심의 그릇만 그럴싸한 아류작에 불과하다. 와이파이 시대에 모뎀 켜는 소리마냥, 설정 자체가 진부한 이 스파이물은 이를 극복할만한 대안으로 안젤리나 졸리라는 여배우의 매력 자체를 내세워 끊임없이 액션의 보폭만 넓혀 나간다. 어쩌면 단지 우격다짐처럼 액션을 밀어넣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본래 목적이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 눈요기 역시 그 모든 단점을 덮을 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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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단평

cinemania 2010. 7. 13. 21:31

타인의 꿈을 설계하고, 그 꿈에 침투해 무의식의 경계를 넘어 생각을 추출하는 자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마치 의식 속에 잠재된 거대한 무의식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실험처럼 보인다.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들은 주체적인 자아의 세계관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고 깨어나며 한 꺼풀씩 경계를 벗어나거나 들어선다. 세계관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서처럼 시작되던 영화는 점차 내밀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며 서사적 속도감은 유지한 채 시각과 정보의 밀도를 팽창시키며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간다. 입구와 출구의 위치는 정확하며 구조는 입체적이되 경제적인 동선을 보유한 내러티브와 경이적인 인테리어를 보는 것마냥 발견에 가까운 영상들이 곳곳에서 자리한 <인셉션>은 분명 하나의 전형으로 남을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작가의 뇌구조라도 열어보고 싶게 만들 만큼, 어느 작가의 머리 속에 담긴 의식과 무의식의 싸움이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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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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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가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에 대단한 극찬을 부여할 수 있는 건 단지 뛰어난 내러티브를 완성할 줄 아는 능력 때문이 아니다. 픽사의 스토리에는 체온이 있다. 대단히 능수능란한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끝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야 마는, 진짜 ‘감동’의 결정을 품고 있다. <토이 스토리 3>는 픽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결정이다.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2편도 아닌, 3편에서 다시 한 번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이걸 뭐라 해야 하나, ‘픽사’의 재능은 창작이 아닌 마법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랄까. <토이 스토리 3>는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넘어서 감히 영화사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트릴로지의 완결편이자 가장 멋진 피날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걸작이다. 하긴 최근 몇 년 사이 픽사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은 하나 같이 걸작이었다. 사랑스럽다는 말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건 그저 고맙다는 말이다. 픽사의 작품이, <토이 스토리 3>가 그렇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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