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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8 안녕, 바다
  2. 2008.10.06 13th PIFF 부산에서

안녕, 바다

도화지 2009. 10. 18. 03:29

이번 부산영화제는 내게 휴양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작년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머무르며 취재 틈틈이 영화를 봤고 12편 정도를 봤다. 하지만 올해는 금요일 늦게나 내려가 수요일 밤에 내려왔고 영화는 딱 2편을 보고 말았다. <파주> <카페 느와르>와 같은 한국 화제작은 딱히 부산에서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얀 리본>이나 <브라이트 스타>도 보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어중간해서 포기했다. 기봉 <복수>만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거라 생각한 탓도 크다. 서울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될 일은 어지간하면 없으리라 생각했던 탓도 크다. 작년에 부산에서 <참새>를 보지 못했다면 영원히 스크린으로 보기 힘들 영화 중 한편으로 기억됐을 것이란 긴장감도 작용한 바가 컸다. 덕분에 딱 <복수>만 보고 말았다. 만족한다. 그냥 이 한 편이면 됐어,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겐 인상적인 영화였다.

 

술은 참 많이 먹었지. 이상하게도 술자리가 많았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올해는 뭔가 일정이 타이트해. 바다 보러 가야지, 했건만 내려가서 3일 정도는 바다 근처도 못 갔다. 이게 다 망할 센텀시티 탓이지. 올해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신세계 문화홀과 프레스센터를 가려면 신세계 매장을 가로지르거나 돌아야 했다. 덕분에 센텀시티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싣고 해운대를 뒤로 한 채 삭막하게 백화점 건물 따위에서나 뱅뱅 돌아야 했던 거다. 동선이 길어진 탓에 중간에 남는 시간이 적어서 기사 칠 시간도 애매해졌고, 덕분에 꽤나 어수선했다. 지난 해 그랜드호텔 꼭대기 기자회견장에서 보던 해운대 전경이 그립더라. 부산영화제는 주말에 일정이 미친 듯이 몰리는데 덕분에 주말엔 좀 빡셌더랬지. 어쨌든 폭풍 같은 주말을 날리고 주초가 되니 조금 한가해져서 바다도 보고, 이래저래 광합성도 했다. 어쨌든 또 한 번의 부산영화제가 끝났다. 그리고 사무실이 있는 강남 골목을 걷다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바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부산영화제에 내려갔다 오면 1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내년에도 부산에 내려갈 수 있을까. 어느 덧 날씨도 꽤나 쌀쌀해졌다. 첫눈도 왔다던데, 이제 바야흐로 겨울인가. 어쨌든 또 다시 안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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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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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th PIFF 부산에서

time loop 2008. 10. 6. 14:52

부산영화제가 5일차로 접어들었다.

어제를 기점으로 해서 많은 사람이 떠났고, 장기적으로 남을 예정이 아닌 사람들은 오늘을 고비로 부산을 등 뒤에 둔채 서울로 떠난다.

방에 혼자 남았다. 수요일까지 있을 예정인데 어쩌면 목,금이 될 수도 있을까, 곰곰이 생각중이다.

취재하느라 영화는 많이 못 봤다.

하지만 운 좋게도 GV까지 걸려있는 에릭 쿠 감독의 <마이 매직>과 두기봉 감독의 <참새>를 3일날, 프리머스 해운대에서 연달아 봤다.

<마이 매직>은 내상이 깊은 남자의 담담한 외상을 그린 영화다. 그 남자는 모든 고통을 참아낸다. 그건 그 남자의 능력이다. 하지만 그 학대는 그 남자를 깊에 파헤치고 갈기갈기 찢는게 분명하다. 남자는 담담하지만 피는 흐르고 상처는 남는다. 에릭 쿠 감독의 말처럼 슈퍼 히어로가 아닌 그 남자는 분명 인내라는 능력을 타고 났지만 그보다도 그 인내를 부축하는 힘은 아들에 대한 부성에서 발현된다. 결말은 너무나 슬펐다. 어금니 꽉 깨물고 참아서 가까스로 눈물은 넘치지 않았지만 충분히 울뻔 했다. 우는 게 창피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앞에 나가서 에릭 쿠 감독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빨개진 눈으로 나서는 게 좀 꺼려졌을 뿐이다. 여튼 <마이 매직>은 정말 좋은 영화다. 그 안엔 벅차오르는 슬픔이 있다. 그건 희망이 아님에도 투명하다. 실로 아름다운 영화다.

<참새>는 대단하다. 두기봉 영화인데 총격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이하긴 하지만 그만큼이나 세련되고 우아한 소매치기 씬이 등장한다. 언제나 그렇듯 카메라의 구도는 가히 예술이다. 4남자가 서있는 공간의 대기가 절감된다. 그 장소에서 발생하는 기운이 온전히 시야에 들어온다. 결말부의 수중씬을 보면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결코 거짓말 아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확 젖혀졌다. 대단한 전율이 아우라처럼 몸을 감싼다. 어떤 설명도 필요없다. 결말부의 수중 시퀀스 만으로도 <참새>는 걸작이라 불릴만한 이유를 적절히 제시하고 있다. 마치 연극적인 느낌의 버스터 키튼 식의 유머러스도 즐겁다.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 과연 개봉하려나, 이런 생각하니 우울하다.

<스카이 크롤러> 야외 상영은 표를 끊었지만 못 봤다. 써야 할 기사도 있었고, 핑계 같은 말이지만 바빴다. 하지만 못 간게 다행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꽤나 미안한 말이지만 상영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 안 가길 천만다행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말을 듣고 보니 국내에서 개봉될 것도 같다. 태원에서 수입했다는데 한글 자막 작업도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고 한다.

내려와서 간만에 현장 사진도 찍었고, 뉴스도 줄창 썼다. 명함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고, 어젯밤엔 택시에 핸드폰을 놓고 내렸다가 겨우내 찾았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예기치 못한 갈등 상황도 있었고, 심각한 충돌도 빚어졌다. 한편으로 예상 밖의 문자도 받았다. 여러가지로 액티브했다. 2박3일 남았다. 좀 더 한산해질 것이다. 그 광경을 보기 위해 부산에 남았다. 오늘밤은 해운대 바닷바람 맞으며 맥주나 한 캔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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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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