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9>엔 유난히 독점 보도가 많았다. 이상하다. 타방송사 기자들은 노는 것도 아닐 텐데 왜 <뉴스9>에서만 유독 독점 보도가 많단 말인가. 손석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일같이 출입처에서 나오는
자료 보고 그 바탕 위에서 보강 취재하는데 익숙해지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데 익숙해진
기자의 경우 자율적 취재기능이 상당 부분 떨어져 있다.” <뉴스9>의
공신력은 바로 그러한 기본적인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손석희의 <뉴스9>은 언론의 직업 윤리란 정의로운 신념을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실력을 증명함으로써 가능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뉴스룸>이추구하는것은지금까지진행해왔던 <뉴스9>과본질적으로다르지않습니다. 한걸음더들어가진실에접근하는것입니다." 손석희의말처럼<뉴스룸>은
기존의 <뉴스9>의 확장판이다. 100분짜리 뉴스라니,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보도국 입장에선 기존의
탐사 보도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호흡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기존의 <뉴스9>에서 힘을 발휘했던 손석희의 생방송 인터뷰 능력과
현장성 있는 보도 방식은 100분이라는 시간을 생동감 있게 채운다. 실제로
지난 10월 17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당시 <뉴스룸>은 해당 보도를 무려 70분 동안 진행했는데 대부분 현장에 출동한 기자들의 현장 스케치와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과의 통화로 채워졌다. 지금 가장 중요한 사건을 사건 현장에서 급박하게 전한다는 것. 이건 <뉴스룸>이 타방송사들과 차별화된 취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해외의 ‘뉴스쇼’들처럼 박진감을 연출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갖은 사회적 이슈들이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100분짜리 뉴스가 존재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손석희의 <뉴스룸>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무모한 도전으로 회자될진 모르겠다. 공중파 뉴스의 시청률에 비해서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종편 뉴스로선 모험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뉴스룸>의 영향력은 이미 타방송사의 뉴스를 압도한지 오래다. 브랜드로서의 인지도가 중요하다. 게다가 당장 TV 앞에 앉아서 뉴스를 보지 않아도 <뉴스룸>엔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다.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뉴스룸>에 대한 평가가 심심찮게 들린다는 건 이미 <뉴스룸>이 어떤 식으로든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적지 않은 영향력이 감지된다. 지금 한국의 방송 뉴스는 손석희가
있는 뉴스와 손석희가 없는 뉴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처음 손석희가 JTBC의 보도국 사장직을 맡는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손석희를 의심했다. 하지만
지금 그 누가 손석희를 의심하는가. 지금 손석희를 의심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손석희뿐이다. <뉴스룸>에 대한 믿음도 거기에 있다. 손석희는 손석희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