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고 일본까지 뛰쳐나갔던 이 친구는 드디어 짐을 싸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좋은 곳이다.
물론 이 친구가 돌아올 이 곳에서 이 긍정적인 마인드의 친구가 잘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2.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생각들을 총동원하고 그것들을 정리해나갔다.
대화란 건 나에겐 중요한 시간이다. 관념의 우주 속에서 무중력처럼 떠도는 생각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궤도를 형성시키고 각자의 개념들이 지닌 장력의 거리를 유지시킬 수 있는 기회이니까.
어지럽게 돌던 생각들의 일부가 나름 정리됐다.
#3.
피곤해졌다.
일시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머리가 핑해지는 듯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친구 말처럼 난 피곤하게 살고 있다.
그 많은 생각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냐고 물었다.
심지어 애완견과 나 사이에 놓인 형평성의 문제까지 들먹이는 나는 정말 피곤한 존재인 게 맞다.
친구는 진심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4.
집에 가는 길에 인사를 했다.
만남과 같이 헤어짐도 별다를 게 없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란 그렇다.
반가움도 아쉬움도 무덤덤하다.
그건 밋밋한 사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난 그게 싫지 않다.
영화 저널리스트 &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13인의 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썼습니다. mingun@nate.com
by 민용준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