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영화제는 내게 휴양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작년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머무르며 취재 틈틈이 영화를 봤고 12편 정도를 봤다. 하지만 올해는 금요일 늦게나 내려가 수요일 밤에 내려왔고 영화는 딱 2편을 보고 말았다. <파주>나 <카페 느와르>와 같은 한국 화제작은 딱히 부산에서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얀 리본>이나 <브라이트 스타>도 보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어중간해서 포기했다.
술은 참 많이 먹었지. 이상하게도 술자리가 많았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올해는 뭔가 일정이 타이트해. 바다 보러 가야지, 했건만 내려가서 3일 정도는 바다 근처도 못 갔다. 이게 다 망할 센텀시티 탓이지. 올해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신세계 문화홀과 프레스센터를 가려면 신세계 매장을 가로지르거나 돌아야 했다. 덕분에 센텀시티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싣고 해운대를 뒤로 한 채 삭막하게 백화점 건물 따위에서나 뱅뱅 돌아야 했던 거다. 동선이 길어진 탓에 중간에 남는 시간이 적어서 기사 칠 시간도 애매해졌고, 덕분에 꽤나 어수선했다. 지난 해 그랜드호텔 꼭대기 기자회견장에서 보던 해운대 전경이 그립더라. 부산영화제는 주말에 일정이 미친 듯이 몰리는데 덕분에 주말엔 좀 빡셌더랬지. 어쨌든 폭풍 같은 주말을 날리고 주초가 되니 조금 한가해져서 바다도 보고, 이래저래 광합성도 했다. 어쨌든 또 한 번의 부산영화제가 끝났다. 그리고 사무실이 있는 강남 골목을 걷다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바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부산영화제에 내려갔다 오면 1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내년에도 부산에 내려갈 수 있을까. 어느 덧 날씨도 꽤나 쌀쌀해졌다. 첫눈도 왔다던데, 이제 바야흐로 겨울인가. 어쨌든 또 다시 안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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