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단평

cinemania 2011. 9. 17. 01:01

영화를 보고 나서 어딘가에 손이 닿는 것조차 신경 쓰였다. 그만큼 영화가 묘사하는 정황이 현실적인 감각을 자극할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다채로운 시선의 채널을 오가며 거대한 스케일을 구축하는 소더버그 특유의 편집술이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스타 배우들이 각각의 세계를 튼튼하게 잇는 이음새 역할에 충실하다. 극적이기 보단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되레 놀라운 결말이 인상적이다.

Posted by 민용준
,

미쉘 공드리와 팀 버튼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비현실을 꿈꾸는 감독이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몽상의 이미지를 채색하는 공드리나 자아의 내면에 깊게 잠재된 트라우마를 악몽처럼 소환하는 버튼과 달리 놀란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보다 구체화시키는데 주력해왔다. 놀란에게 잠재된 꿈의 영역은 환상적인 비주얼에 함몰되거나 몽상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는 꿈에 매혹당할 뿐, 그 꿈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의 정의를 명확하게 짚고 체계화시킨다. 자신의 꿈을 꾸는데서 멈추지 않고 그 꿈을 주시하고 목격해나가며 잠재된 세계관의 설계도를 작성한다.

'cinema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저씨> 단평  (0) 2010.07.28
<솔트>낡은 수싸움, 빤한 몸싸움  (0) 2010.07.28
<솔트> 단평  (0) 2010.07.22
<이끼> 변주가 아닌 변질  (0) 2010.07.17
<인셉션> 단평  (0) 2010.07.13
Posted by 민용준
,

<인셉션> 단평

cinemania 2010. 7. 13. 21:31

타인의 꿈을 설계하고, 그 꿈에 침투해 무의식의 경계를 넘어 생각을 추출하는 자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마치 의식 속에 잠재된 거대한 무의식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실험처럼 보인다.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들은 주체적인 자아의 세계관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고 깨어나며 한 꺼풀씩 경계를 벗어나거나 들어선다. 세계관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서처럼 시작되던 영화는 점차 내밀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며 서사적 속도감은 유지한 채 시각과 정보의 밀도를 팽창시키며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간다. 입구와 출구의 위치는 정확하며 구조는 입체적이되 경제적인 동선을 보유한 내러티브와 경이적인 인테리어를 보는 것마냥 발견에 가까운 영상들이 곳곳에서 자리한 <인셉션>은 분명 하나의 전형으로 남을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작가의 뇌구조라도 열어보고 싶게 만들 만큼, 어느 작가의 머리 속에 담긴 의식과 무의식의 싸움이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다.

'cinema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트> 단평  (0) 2010.07.22
<이끼> 변주가 아닌 변질  (0) 2010.07.17
<파괴된 사나이> 단평  (0) 2010.06.14
<A-특공대> 베테랑 감각의 오락적 리듬  (0) 2010.06.12
<유령작가> 품격 있는 스릴러  (0) 2010.06.04
Posted by 민용준
,

그녀는 작은 검정 드레스를 입고 환상적인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 나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라비앙 로즈>(2007)에 출연하기 전까지 마리온 코티아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서너곡 정도를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다. 하지만 피아프와의 만남은 코티아르의 삶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그녀 앞에 줄을 서듯 모였다. 미를 뽐내는 여신의 경연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나인>(2009)에서도 코티아르는 빛을 잃지 않는다. 되레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한 아우라를 드러낸다. 감정의 강약을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악센트를 찍어내듯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아하고 단아한 프랑스 여인의 기품에 가려져 있던 뜨거운 정열이 세상 밖으로 뜨겁게 드러났다. 그 뜨거운 열기로, 그녀는장밋빛 인생을 열었다.

 

(beyond 4월호 Vol.43 'TAKE ONE MOVIE')

Posted by 민용준
,

자신의 9번째 작품을 완성하려는 감독은 깊은 고민에 놓였다. 그의 초기작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근래에 그가 만든 작품들은 졸작이라는 오명 속을 헤맨다. 그에게 팬이라고 접근하는 이들도 그의 초기작을 칭송하면서 그의 근작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는다. 시나리오조차 탈고하지 못한 그는 영화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조차 중간에 달아날 정도로 심각한 강박을 느끼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귀도 콘티니(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새로운 영화를 갈망하지만 좀처럼 창작적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9살 유년 시절과 어른으로서 자라버린 현재 사이를 방황하며 자신의 주변에 자리한 여인들과 조우한다.

Posted by 민용준
,

신출귀몰한 전법으로 은행을 털고 유유히 FBI를 따돌리던 갱단의 리더 존 딜린저(조니 뎁)가 검거됐다. 존 딜린저를 구치소로 이송하는 차량 주변에 수많은 군중이 몰려 환호를 지른다. 존 딜린저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군중의 환호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열광에 가까운 것이다. 존 딜린저가 수감될 예정인 미네소타 구치소에 몰려든 취재진의 열기도 뜨겁다. 은행 하나를 터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나요? 1 40초 정도면 가능하지. 기자가 던진 가벼운 질문이 농담으로 튕겨져 돌아온다. 악명 높은 범죄자를 목전에 둔 긴장감 따위란 없다. 마치 유명인을 눈 앞에서 두고 본다는 들뜬 기분이 현장을 장악한다. 그 사이에서 여유로운 미소로 현장을 장악한 존 딜린저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그 표정 너머의 시대를 관찰하기 보단 그 표정을 통해 시대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발견하는 영화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