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빗방울에 새벽이 시리다.
부서져 내린 방울이 한데 모여 기억처럼 흐른다.
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고요한 방을 깨운다.
축축해진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나부끼는 나뭇가지의 처량한 실루엣에 마음이 스산하다.
바람에 부딪혀 부르르 떠는 창 너머로 심장이 뛴다.
기억이 넘쳐 흐르는 적막한 새벽이 또 한번 깬다.
그렇게 또 껍데기를 뒤집어 쓴 채 오늘로 간다.
모두 다 게워내고 비워낸 어제를 버리고 간다.
빗소리에 모두 다 씻겨 보내고 망각한 동물처럼 비틀거리며 가자.
또 한번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