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시리즈와 한 편의 스핀오프에 이은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낡은 시리즈의 심장을 되살리는 할리우드의 심폐소생술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결과물이다. 하지만 어떠한 기획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작품은 시리즈의 갱생을 위한 성공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성장 과정, 그들의 만남, 그리고 결국 그들이 갈라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창세기적인 서사의 흥미만큼이나 엑스맨이라는 유닛의 개성과 이 시리즈의 장점이 어디 있는가를 잘 아는 작품이다. ‘페이스오프되거나 업데이트된 돌연변이 캐릭터들의 신선한 활약상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짜릿해진다. 유머와 서스펜스, 드라마와 액션이 탁월하게 배합된 이 영화의 감각은 매튜 본이 브라이언 싱어 못지 않게 재능 있는 연출가임을 설득시키고도 남는다. 무엇보다도 이 매력적인 돌연변이들의 근원을 소개하는 근사한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뚜렷한 성과일 것이다. 시리즈를 위한 단단한 뿌리가 생긴 셈이다.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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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밑으로 가라앉아가는 배의 선단에 서서 유유히 뭍으로 착륙하는 잭 스패로우(조니 뎁)의 인상적인 등장은 새로운 해양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성공적인 안착을 알리는 시작점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이하, <낯선 조류>)는 이 프랜차이즈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이자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 세 편의 시리즈를 이끌었던 고어 버빈스키 대신 새로운 시리즈의 키를 잡은 선장으로 탑승한 롭 마샬과 지난 세 편의 헤로인이었던 키이라 나이틀리 대신 새롭게 이 시리즈에 올라선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런 야심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 시리즈의 엔진이나 다름없는 잭 스패로우의 존재감은 대단하며 그의 숙명적인 라이벌 바르보사(제프리 러시) 역시 시리즈를 밀고 나가는 돛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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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챙이 앞뒤로 달린 디어스토커를 쓰고, 어깨를 덮은 긴 케이프가 인상적인 인버네스 코트 안에 단정한 라운드 슈트를 갖춰 입은 채 중후한 파이프 담배를 물고 한 손엔 지팡이를 쥔, 우리가 생각하는 셜록홈즈의 모습. 1887년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세기를 초월해 고전적인 추리문학의 아이콘이 된 셜록홈즈는 19세기와 20세기 사이 영국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셜록홈즈는 아서 코난 도일의 고전추리소설 셜록홈즈시리즈의 셜록홈즈란 분명 그런 남자다. 세련되고 지적인 이 영국탐정은 그가 등장하는 원작소설을 굳이 접하지 않은 이에게조차 그 이미지를 어필할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어 장르적인 아이콘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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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맺은 계약. 자살을 약속하는 소녀들. <여고괴담5: 동반자살>(이하, <여고괴담5>)은 부제처럼 동반자살을 약속한 동급생 여고 소녀들의 의식을 비추는 가운데 시작된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가운데 촛불을 어스름하게 밝힌 엄숙한 성당에서 각자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내고 피를 떨어뜨린 계약서에 손을 얹는 의식은 비장하다. 침묵의 제의를 지배하는 건 정적으로 대변되는 의문이다. 동반자살을 도모하는 소녀들의 사연에 물음표가 새겨진다. 그리고 의문에 휩싸인 정적을 부수는 커다란 울림을 통해 괴담은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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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2: 메멘토 모리>가 떠올랐다. 정서적인 기시감이 그렇다. 물론 그 정도로 비범한 감상을 부여한다는 게 아니다. 침잠된 정서만 그렇다. 무섭지 않기로 따진다면 시리즈 가운데 가장 밑바닥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두어 번 정도 움찔할 정도의 깜짝쇼를 제외하면 놀랄만한 구석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안타까운 건 평면적인 사연이다. 개별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갈등엔 적절한 당위가 있다. 다만 그 개별적 사연들이 지극히 스테레오 타입이다. 거기까지도 좋다. 그 개별적 사연이 충돌하는 양식이 어떤 입체적인 감흥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불필요한 사족이 동원된다평면을 구조로 쌓아가는 느낌이 아니라 평면이 계속 포개져서 두껍게 평범해지는 느낌이랄까. 점차 심심함이 더해지는 기분이다. 어둡고 흐릿할 뿐, 으시시하거나 싸늘하지 않다. 귀신보다도 무서운 사람의 내면을, 그것도 여고생이라는 예민한 시절의 풍경에 담아놓고자 한 의도는 나름 야심적이다. 다만 진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건 장르적으로 끔찍한 패착이다. 해석력이 연약하고, 상상력이 빈곤하다. 가톨릭 미션 스쿨이라는 배경은 그저 고딕적 환경을 병풍처럼 두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잔혹하다는 수사가 민망할 정도로 핏빛의 농도에 비해 압박이 약하다. 애초에 경력이 짧은 배우들의 연기를 논한다는 건 사족이다. 연기적 어색함을 찍어내는 것보다도 캐릭터를 치장시켜주기 힘든 작품의 자질이 문제다. 10주년 기념작이라는데, 이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게 될 기념작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경력이 짧은 어린 배우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진 않을까, 내심 안타까운 심정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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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방영됐던 TV시리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스타트렉>의 네임밸류는 분명 국내에서 듣보잡에 가깝다. 특히 <스타트렉>이 전세계적으로 트레키(Trekkies)라는 광신적인 팬덤까지 형성하며 성대한 지지를 얻은 시리즈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시리즈가 국내에서 얻은 대우는 가히 안습에 가깝다. 하지만 1966년에 제작된 진 로든베리의 오리지널 시리즈로부터 5번에 걸쳐 진전된 TV시리즈와 10편의 극장판까지 업데이트 된 <스타트렉>의 발자취는 국내 사정과 무관하게 무궁무진 그 자체다. J.J.에이브람스가 이 시리즈의 프리퀄(prequel)이라 소개된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하, <더 비기닝>)을 축조하기까지의 과정도 분명 그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스타트렉>은 분명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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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때때로 TV를 보면서 CF를 즐겨보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CF가 참 좋다.
유명스타 이미지를 대뜸 들이대며 상품과 무관한 현혹을 팔아먹지도 않고, 그만큼 저렴하지만 세련되게 기발하다. 유명하지 않은 출연자들 얼굴로 더더욱 실제적인 리얼리티가 구사된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시즌의 야구와 연동되는 시기적절함, 스포츠 산업과 기업 이미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윈-윈 전략이 실로 탁월하다.
각설하고,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다.
야구팬이라면 정말 좋아할만한,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이 시리즈가 브라운관에 펼쳐지면 호기심있게 지켜보게 될만한 좋은 기획이고, 발상이다.
외국 유명 CF나 뮤직비디오를 무분별하게 끌어다 베끼곤 하는 국내 영상업계의 묻지마 표절식 몰염치를 생각해보면 이런 기획력은 더욱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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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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