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의 괴질에 감염된 사람은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출혈을 일으키다 발작 끝에 심장이 멈춰 사망한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일본 전역이 이 괴질로 초토화된다. 그 모든 것이 도쿄에서 시작된다. 일본 열도 전체가 정체불명의 괴질에 감염되어 국가 전복의 위기에 처한다. 문득 <일본침몰>이 기시감처럼 상기된다. 하지만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이하, <블레임>)은 그보다 좀 더 스케일을 요구하는 영화다. 단순히 일본의 패망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멸망이라는 거창한 단어는 괜한 것이 아니다.

Posted by 민용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기덕의 영화는 항상 김기덕으로 수렴한다. 김기덕의 영화를 논리정연한 서사의 텍스트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근래 발표하는 작품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의식의 흐름에서 비롯된 추상적 퍼포먼스를 씬과 씬 사이에 이어 붙이곤 하는 김기덕의 영화를 서사적 논리의 연속성을 염두하고 쫓아간다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것은 ‘김기덕’이란 고유명사적 자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지극히 사적인 관념 안에서 응축되거나 확장된 추상적 자의식을 추적하기란 편한 일이 아니다. 때때로 사소한 미장센조차도 잠재적 의미가 존재하리라 의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확한 해석은 결국 그 해석의 대상만이 지닌 것일 수밖에 없다. 결국 관찰자의 추론은 그 의식적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영화 <비몽>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민용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꽃망울들이 눈물이 번지듯 이지러진다. 구름이 이동한다. 바람이 분다. 화창한 어느 날, 대기는 평온하다. 17살 여고생 다이아나(에반 레이첼 우드)와 모린(에바 아무리)이 화장실에서 난데없이 찾아온 죽음의 기로에 당면한 그 순간에도 대기는 평온하다. <인 블룸>은 몽환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지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 안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다이애나와 모린의 급박한 상황을 비춘 뒤, 그로부터 달아나듯 15년 뒤의 다이애나(우마 서먼)를 등장시킨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