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국민은 오랫동안 고자였다. 100여 년 전만 해도 개인의 자유란 일부 계층만 세울 수 있는 권리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국가가 명하지 않으면 자유를 세울 생각조차 못했던, 발기부전의 시대를 살아왔다. 민주주의라는 비아그라를 찾기 전까진.

그러니까 이것도 국가다. 국가란 이렇게 좆 같을 수도 있단 말이다. 결국 국민의 권리를 세우는 문제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에게 달려있다. 저항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자유란 그저 자위다. 평생 민주주의라는 딸딸이나 치면서 억압 속에서 사는 것이다. 다시 고자가 되고 싶진 않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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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노무현에 관한 영화이되, 노무현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노무현이란 말을 통해서 환기되고 복기되는 영화인 것 같다. 이 시대의 첨예한 갈등 한복판에 <변호인>이란 영화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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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적은 저 너머에 있는데 나와 상관없는 애들이 방패로 날 위협했다. 내 적은 너희가 아니다. 이렇게 설득시킬 요량도 없었다. 뚫리면 새된다, 라는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으리라.


물대포에도 온몸으로 맞서는 시민들과 함께 고무되어 으쌰으쌰, 하다가 폭력적으로 휘둘리며 날아드는 몽둥이에 맞을까, 달아나듯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날이 밝은 집 주변은 고요했다. 아득하게 밤의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지려는 듯.


그래도 궁금해 컴퓨터를 켰다. 현장에 남아있는 친구 녀석이 걱정됐다. 아뿔사, 이게 뭔가. 무시무시한 광경이 눈앞을 덮쳤다. 난 그곳에 있었지만 그곳은 좀 전까지 내가 보던 그 곳과 또 달랐다. 사람이 쓰러지면 다섯명 가량의 전경이 몰려 발길질과 방패질을 했고, 그러다 실신한 사람을 질질 끌고 갔다. 개처럼 맞고 있었다. 저항하는 목소리 조차도 비호처럼 날아드는 방패에 절규로 바뀌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가슴이 요동친다. 난 도무지 내 할일을 할 수가 없다. 거리로 나갔다 온 지금도 가슴이 저리고 손발이 떨린다. 하나같이 충격과 경악, 공포의 이미지라 불릴 만한 것들이 믿을 수 없게 펼쳐진다. 맙소사, 내가 아는 민주주의는 이렇지 않아.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비분강개한 육두문자가 입안에서 허망하게 부서진다.


난 오늘도 운다. 미칠 것 같다. 너무나 맥이 풀리고 기진맥진하여 거리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현장에 대해 궁금해서 또 찾고 또 땅을 치고 혼자 슬퍼한다.


누가 날 미치게 하는가. 아니, 누가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그건 아무래도 현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다. 아니, 이명박의 무덤덤한, 그리고 종종 웃음까지 내보이는 저 표정이 날 미치게 한다. 그가 섬긴다는 국민의 정체에 의구심이 났다. 그가 말하는 국민은 실체가 없다. 길에서 나뒹구는 이들은 그의 국민이 아니다. 그의 국민이란 그의 휘하에 있는 강부자 내각부터, 대한민국 5%를 가늠하는 상류층이리라.


뉴스를 보니 이제 대운하에 대해서 가릴 것 없이 추진하겠다고 정부 방침이 정해졌단다. 저 사람은 날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나보다. 순간 또 한번 아찔해졌다. 다시 되물어야겠다. 그 거리에 나가서. 당신의 국민은 누구입니까? 그 전에 몸부터 추스려야겠다. 팽팽하게 당겨졌다 느슨해진 신경들이 하나같이 지끈거린다. 게다가 할일도 밀렸다. 하하하. 웃음이 난다. 이명박은 날 완전히 파괴하고 있구나. 내 생애 가장 무서운 강적을 만났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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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의 제복을 입은 청년들은 자신들의 분노가 어디로부터 주입된 것인지 깨닫을 새 없이 주인의 명령에 따라 응어리진 분노를 담아 시민을 가격한다. 언론은 입에 재갈을 물었고, 그 와중에 시위에 나간 이들만이 하나같이 몸부림치고 처연한 목소리를 허공에 뿌렸다.
6월 항쟁도 합법 시위였을까? 유관순은 10대가 아니었는가?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권력의 수호를 위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국민이 외치는 권리를 탄압하기 용이한 법은 무엇을 위시한 것인가.
꿈틀거리는 기운이 느껴졌다. 처연하고 아련하지만 분명 그 안엔 힘있는 목소리가 있고, 양심이 있다. 누군가는 영리하지 못한 일이라 했지만 본질은 그 본질에 가까운 행위로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평화시위를 지피는 불길에 폭력의 찬물을 끼얹은 정부의 행위는 가증스럽지만 한편으로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날을 샜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청계천 소라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연설을 하고 있다 한다.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맞아 부상자가 속출했다지만 그들은 오그라들지 않았다.
이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우리로부터 나온다.
난 이렇게 노래하는 그들로 인해 진정으로 가슴이 뛰었고, 눈시울이 젖었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것이 자명해졌을 때, 투쟁과 항거는 빛을 발하는 법이다. 자유는, 그리고 정의는 그렇게 완성된다.

조금 더 힘내자. 우린 이 나라의 힘이다.
어린 전경들 너머에 숨어서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의 더러운 작태와 그에 맞서는 순수한 민주주의적 열망은 분명 먼 훗날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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