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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1 불면의 밤
  2. 2008.08.21 080820

불면의 밤

time loop 2008. 10. 1. 08:01

할 일이 많다. 잘 수가 없다. 근래 들어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다. 이번 주엔 평균 3시간 미만의 수면이란 강행군 중이다. 기이한 일이다. 잘 수가 없다. 불면증도 아니다. 할 일이 많다. 단지 그 때문이다. 영화제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기 직전까지 난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청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마치 전생에 무시무시한 업보라도 남긴 것인지 산더미 같은 일이 날 짓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꼬박 날을 새고 나니 되려 머리가 맑아진다. 죽으려는 징조는 아닐까 무섭기도 하다만. 6시간 뒤엔 영화를 봐야 하는데, 난 어떡하나. 아이고, 아니고. 생각해보니 한편도 아니고 두 편. 아이, 아이고. 스테레오 돌비 서라운드로 곡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린다. 아이고, 아이고. 그래, 나는 간다. 골로 가든, 극장으로 가든. 그래도 침대로는 못가는 구나. (이건) 아니고,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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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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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0

time loop 2008. 8. 21. 04:02

1.     디지털시네마서울 개막작인 <24시티>의 기자시사를 다녀왔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개발도상에 대한 원대한 꿈을 품은 도시의 그늘에서 착취되는 소시민들의 희망은 그들에게 눈물과 회한을 보답했음에도 세대를 지나 도시는 여전히 소시민들의 꿈을 착취하며 기이하게 번창한다. 군수산업을 통해 번창한 청두의 팩토리420에 긴 세월을 바친 노동자들에 대한 극화와 다큐적 술회로 이뤄진 <24시티><스틸 라이프> <>의 융합적 변주이자 <무용>의 또 다른 단면으로서 지아 장커의 새로운 실험적 면모를 각성시키는 작품이다. 영화의 끝과 함께 망연자실해졌다는 정성일 평론가의 코멘트만큼이나 거대한 감상을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허무가 밀려왔다. 24시티는 내가 모르는 세계임과 동시에 기이하게 내가 아는 세계와 어딘가 닮아있는 세계다. 베이징 올림픽의 꿈에 부푼 중국인들의 거대한 욕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지만 그 희망이 세월 뒤로 뻥 터져 쭈그러진 풍선처럼 초라해진다면 그 삶은 얼마나 많은 한을 보복처럼 품게 만들까? 그리고 그것은 달동네 판자촌을 밀어내고 거대한 뉴타운을 지으려는 이 땅의 욕망과 얼마나 먼 것일까.

 

2.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도 못 댄 인터뷰는 2개나 남아 있고, 꼭 써야 할 리뷰가 2, 그리고 손대야 할지 망설여지는 리뷰가 하나 있다. 내일은 <맘마미아!>를 봐야 한다. 할 일이 하나 늘기 전에 쌓인 것을 좀 덜어야 한다. 하지만 집중력은 떨어지고, 시간은 흐르고, 잠잘 시간은 줄어든다. 사실 이 며칠간 잠도 얼마 못 잔 탓에 정신이 몽롱하다. 게다가 어제 강행한 술자리로 인해 좀 더 피로도가 쌓였다. 박카스라도 수혈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3.     류승완 감독 인터뷰를 하면서 내 인터뷰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느꼈다. 아무래도 어떤 대답을 원하는 인터뷰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그런 점에서 류승완 감독 같은 상대는 좋은 자극이 된다. 까칠함이라기 보단 직설적인 언변은 내 스스로가 지닌 많은 문제점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난 자꾸 무언가를 해석해서 의미를 양산하려 했다. 물론 해석이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재생산한 컨텐츠를 1차적 생산자에게 자꾸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리라. 전날, 11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한 덕분에 조금 지쳤다는 그는 살짝 쉬어있는 목소리와 진이 빠진 눈빛을 간혹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진지하고도 성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어쩌면 무딘 검을 든 자의 숙명이란 베어져 나간 상처를 봉합하는 것이리라. 물론 상대가 내 목을 내려치지 못하게 만들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점에서 류승완 감독과의 인터뷰는 좋은 상채기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진심으로 그의 <다찌마와 리>가 조금만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에게 전해지지 않을 감사를.

 

4.     내일 용산CGV에서 <맘마미아!>를 보는 김에 아이맥스로 <다크 나이트>를 한번 더 볼 생각이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두 편을 줄창 보는 짓이 합당한가, 라는 질문 따위는 날려버릴 수 있는 영화니까 괜찮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가지 걱정되는 건 <맘마미아!>를 먼저 본다는 사실이다. <다크 나이트>에 짓눌려 그 이미지가 모두 상실될까 두렵다. 그래도 봐야 한다.

5.     다음 주 화요일에 원주로 23일의 동원훈련에 끌려간다. 그 전까진 대략 밀린 일을 청산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달 네오이마주 세미나 준비도 전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달에도 토론문을 쓸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미칠 노릇이다. 게다가 동원 훈련 기간엔 보고 싶은 영화의 시사회가 줄창 잡혀있다. , 이 딴 경우가 다 있냐 싶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훈련 기간이 날 쉬게 만들어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에라, 모르겠다. 하지만 군복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은 실로 끔찍하다. 내가 이 동원훈련이 싫은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그것이기도 하거니와.

 

6.     올림픽 기간은 기간이다. 나는 나름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것이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음이 탐탁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자꾸 관심이 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축제는 축제다. 하지만 그만큼 그 축제에 열광하지 못하는 이들의 사연이 외면하기 힘들어진다. 성대한 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중국인민들에 대한 연민까지 나아갈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주변도 실로 처참하다.

7.     친구 녀석 하나가 여자 때문에 끙끙댄다. 나름 친해진 여자가 있는데 상당히 자신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으로 보아 감정이 잉태됐는데 막상 그런 상태에서 여자는 한발자국 물러섰다 한다. 넋두리와 함께 조언을 구한다. 이제야 처음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는 내게 그런 카운셀링을 요청한 네 놈의 팔자도 애처롭지만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비슷한 경우가 실은 몇 년 전 나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왠지 남 일 같지도 않고. 어쨌든 정황을 보니 이 녀석은 괴롭고 상대편은 무심하거나 무심한 척 시크하게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 같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되기 힘들다는 말은 때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다. 어쨌든 쉽지 않다. 확실한 건 그것이 상처가 된다면 당장은 힘들어도 언젠가 무덤덤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이후로 좋은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장담에 대한 예시문은 바로 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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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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