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많은 연애 지침서가 존재하는 건 그토록 많은 연애 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뻔한 문장들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는 반증이리라. 그건 마치 오래된 잠언처럼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싶은 것뿐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로맨틱 코미디 혹은 멜로처럼 특별한 케이스를 빙자하고 있지만 뻔한 결과론을 담고 있는 게 인지상정. 다양한 커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버라이어티하게 나열하는 가운데 우연과 필연의 법칙 속에서 엮이고 풀리는 관계를 그려나간다. 주어와 보어의 뉘앙스만으로 감지되듯 남성보단 여성에 대한 편애가 좀 더 강하지만 이는 귀여운 투정처럼 넘어갈만한 문제다. 남성을 여성의 속죄양 취급하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다양한 에피소드가 일관되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건 문제다. 비중 차가 존재하는 각각의 로맨스를 분자 배열한 뒤 충돌시킨 반응의 에너지 값이 생각보다 미약하다. 이름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배우들의 면면보다 나아 보이는 구석이 없다. 사랑에 목매지도 간과하지도 말라는 것, 결론은 누구에게나 뻔한 교훈이다.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 그러나 나열되는 로맨스 속엔 상황에 대한 인지가 존재할 뿐 진심을 전달하는데 인색하다. 그저 질문을 던지고 농담으로 받아 치듯 헐겁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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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났다. 축복을 공유해야 할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비통하다. 산모가 죽었다. 그 때문인가. 다들 아이를 경계한다. 아이의 얼굴을 본 아버지의 얼굴은 경악을 품더니 그 아이를 들고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간다. 그리고 아이는 버려진다. 팔순 노인의 주름으로 가득한 작은 얼굴과 백내장에 관절염까지 앓고 있는 노쇠한 육체는 막 태어난 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노인들의 요양원에서 거두어진 아이는 운명처럼 노인들 사이에서 자라난다. 그곳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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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습격하는 대신 동물을 사냥한다. 태양빛을 받으면 피부가 보석처럼 빛난다. 초인적인 신체능력과 독심술, 예지력까지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과 공존한다. 창백한 얼굴에 되려 기품이 서렸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반인류적인 존재로 묘사되던 기성 뱀파이어와 다르다. 생존의 방식이 아니라 삶의 관점 자체가 판이하다. 새로운 종족이다.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를 묘사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습성을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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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20세기,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어느 식민지가 그러했듯 영국의 소유가 된 호주의 원주민들은 백인 정복자들의 하수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가 탄생했다. 원주민 여성과 이주백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은 백인사회로 편입시키기 위해 원주민과 격리된 수용소에서 길러졌다. 그리곤 백인들을 위한 종으로 팔려가곤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서두에 등장하는 긴 자막이 가르키는 ‘빼앗긴 세대’에 대한 사연은 이와 같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들을 언급하고 말하려 한다. 일단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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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만화작가 강풀의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것만으로 <순정만화>는 일단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바보>에 이어 영화화된 세 번째 작품이자 이전에 영화화됐던 작품들이 흥행이나 비평적으로 원작의 인기를 배반할만한 결과를 남겼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질적으로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순정만화>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밖에 없는 잣대는 분명 원작의 영향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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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라 아즈코의 단편 ‘멋진 하루’를 동명 그대로 영화화한 <멋진 하루>는 우연과 필연이 겹친 두 남녀의 만남이 이뤄내는 하루 동안의 서사극이다. 오래 전 자신의 연인이었던 병운(하정우)에게 역시 오래 전 빌려줬던 35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희수(전도연)가 찾아간다는 사연은 단순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역시나 사연의 진행도 번거롭다. 350만원은 고사하고 자신의 거처조차 없는 변변찮은 신세인 병운은 자신에게서 빚을 받으려면 자신과 동행해서 빚을 융통하러 다녀야 한다고 희수에게 제안한다. 두 사람의 동행과 함께 본격적인 <멋진 하루>가 시작된다. <멋진 하루>는 전사와 후일담이 궁금한 쌍방향의 호기심을 추적하는 로드무비이자 경계가 희미한 로맨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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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선율과 함께 우주의 황홀경을 비추던 스크린이 중력에 이끌리듯 인공위성들의 잔해를 헤치고 지구상으로 돌입한다. 빈 깡통이 된 빌딩 사이사이를 메우는 각종 폐기물. 생명이 말소된 듯 인적이 사라진 그 거리의 쓸쓸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황량하게 물들일 찰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낭만적인 멜로디가 그 쓸쓸한 적막을 밀어낸다. 캐터필러(caterpillar)로 전진하는 작은 로봇 ‘월ㆍE(Wallㆍ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Earth-class)’는 트랜지스터 오디오 기능을 겸비한 자신의 몸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도처에 널린 폐기물을 압축해 차곡차곡 쌓는다. 그 모든 것은 <나는 전설이다>에 버금갈만한 썰렁한 대도시의 적막함을 명랑하고 낭만적으로 밀어내는 월ㆍE로부터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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