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많은 연애 지침서가 존재하는 건 그토록 많은 연애 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뻔한 문장들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는 반증이리라. 그건 마치 오래된 잠언처럼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싶은 것뿐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로맨틱 코미디 혹은 멜로처럼 특별한 케이스를 빙자하고 있지만 뻔한 결과론을 담고 있는 게 인지상정. 다양한 커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버라이어티하게 나열하는 가운데 우연과 필연의 법칙 속에서 엮이고 풀리는 관계를 그려나간다. 주어와 보어의 뉘앙스만으로 감지되듯 남성보단 여성에 대한 편애가 좀 더 강하지만 이는 귀여운 투정처럼 넘어갈만한 문제다. 남성을 여성의 속죄양 취급하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다양한 에피소드가 일관되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건 문제다. 비중 차가 존재하는 각각의 로맨스를 분자 배열한 뒤 충돌시킨 반응의 에너지 값이 생각보다 미약하다. 이름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배우들의 면면보다 나아 보이는 구석이 없다. 사랑에 목매지도 간과하지도 말라는 것, 결론은 누구에게나 뻔한 교훈이다.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 그러나 나열되는 로맨스 속엔 상황에 대한 인지가 존재할 뿐 진심을 전달하는데 인색하다. 그저 질문을 던지고 농담으로 받아 치듯 헐겁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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