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식인멧돼지를 쫓는 사람들의 분투. <차우>는 명확히 답이 나오는 영화(처럼 보인). 괴수도 나오고, 살육신도 등장하고, 추격도 펼쳐지고, 사투가 벌어진다. 누구라도 예상하기 좋은 형태의 장르적 자질을 품고 있는, 괴수영화에서 재난영화를 포괄할만한 이미지가 선연해지기 쉬운 영화임에 틀림없다. 물론 명확한 예감처럼 서스펜스를 바탕으로 내달리는 추격전과 액션신은 등장한다. 하지만 8할이 코미디로 채워진, 그것도 평범한 방식의 코미디로 이해되기 쉽지 않을 취향의 코미디를 구사하는 <차우>괴수 어드벤처라는 카피에 이끌려 상영관으로 향한 관객들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덫에 걸렸다는 평을 얻기 좋은 결과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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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노출뿐이라 생각한다면 빈곤한 상상력을 탓할 필요가 있다. 직관적인 이미지는 자극의 잠재적 성과를 되레 반감시킨다. 선명한 이미지의 관찰보다도 불투명한 실루엣이 발생시키는 상상력이 감상적 욕구를 자극하곤 한다. 이미지가 발생시키는 자극의 충만보다도 잠재적인 욕구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매혹적이다. 여인의 나신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관능적인 티저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오감도>는 분명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에로티시즘의 상상을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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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단평

cinemania 2009. 7. 8. 18:07

식인멧돼지가 등장하는 괴수영화.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적확하지 않다. 예측불허의 코미디 괴작이랄까. 예상하지 못했던 유머의 코드가 강하다. 유머의 속성도 예측범위 바깥에 있다. <차우>는 괴수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성을 덧붙인 토착적 코미디다. <살인의 추억> <괴물>의 기시감은 선점된 이미지로서의 영향력이 크다. 부조리한 풍경 속에서 발췌되는 유머 코드도 형태적으로 유사할 뿐 성격이 판이하다. (적어도 한국에선) 대작이라 불릴 만한 60억 예산의 괴수영화라는 메이저 상업영화로서의 중압감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마이너 정서의 유머 코드가 과감할 만큼 도처에 널려있다. 엉뚱하지만 기발하며 종종 효과적이다. 다만 취향에 따라 몹쓸 시도나 배반적 결과로 구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스토리 흐름의 이음새가 눈에 띄게 덜컹거리는 것도 단지 영화적 기운의 특이성을 넘어 연출적 공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유효하다. 결과적으로 괴수영화로서의 위용이 기괴한 유머와 맞물리는 조합은 가히 컬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장르적 기대감을 품은 어떤 관객에겐 배반적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분명 쏠쏠한 묘미가 있다. 상업영화로서 대중적인 반응이 심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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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단평

cinemania 2009. 7. 7. 12:00

에로스에 대한 다섯 개의 시선. 과감하고도 감각적인 누드 이미지를 내건 티저포스터는 <오감도>가 구사할 에로티시즘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긴다. 그러나 기대는 거기까지, 영화는 포스터가 주는 모종의 기대감과 동떨어진 결과물에 불과하다. <오감도>는 일관된 주제를 관통하지 못하는 옴니버스이자 기획에 따른 기대감을 배반하는 결과물이다. 창의적인 해석력도, 과감한 묘사력도 선보이지 못한다. 도전적이라기 보단 과욕에 가깝고, 창의적이라기 보단 자만에 가깝다. 에피소드를 통과할수록 티끌과 같은 권태가 쌓여나간다. 또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축적된 권태의 무게를 견디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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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영 중인 백조는 부지런히 발을 젓는다. 겉으로 드러난 우아함은 실상 부단한 노력의 산물에 가깝다. 외모의 화려함에 가려진 내면의 절실함을 알아채기란 어렵다. 화려한 프로페셔널의 외양에 반해 그 자리를 동경하던 대부분의 초짜들은 가시밭길의 첫걸음을 체감하곤 한 바가지의 눈물과 한 대야의 땀을 흘리고서야 그 우아함의 정체를 파악하기 마련이다.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 경험과 관록의 정체를 알고 나서야 진정한 프로로서의 신고식을 통과한다. 미운 오리새끼는 비로소 백조로 탈바꿈하는 노하우를 익히고 첫 번째 비행을 준비한다. <해피 플라이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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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부로 치장한 베이클랜드 가문의 부부 바바라(줄리안 무어)와 브룩스(스테픈 딜런)는 겉으로 드러낸 평온 속에 잠재된 예민으로 끊임없이 충돌한다. 지독한 권태는 점차 부부의 삶을 괴리시키고 일상을 침전시킨다. 은밀하게 경멸과 적대로 서로를 희롱하듯 살아가는 베이클랜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토니(에디 레드메인)는 온전하지 못한 질환적인 부부관계로부터 잉태된 후유증의 존재처럼 결핍에 시달린다. 마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이중적 나선처럼 얽힌 듯한 토니의 독백을 통해 진전되는 서사는 결국 결말의 파국까지 나아가며 충격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세비지 그레이스>의 베이클랜드 가문의 인물들은 마치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미국인 중산층들의 권태를 닮았다. 영혼이 없는 껍데기의 삶을 부로 치장한 채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을 멸시의 대상이 되기 좋은 형태로 그려낸다. 실상 그 이미지 너머로 어떤 성찰이나 교훈이 감지되지 않는다. 마치 현대사 박물관에 전시된 밀랍인형들과 같은 인물들이 그리스적 비극의 현대적 역할극을 재현하지만 실상 그 재현의 방식엔 실체가 없다. 껍데기 같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엔 충격이 엄습할 뿐, 어떤 감정적 결과물이 채워지지 않는다. <세비지 그레이스>는 분명 충격적인 삶을 이야기하지만 그 충격은 어떤 감정도 잉태하지 못한다. 욕망조차 상실한 텅빈 삶처럼 영화적 욕망을 좀처럼 감지하기 힘들다. 줄리안 무어의 가공할만한 연기를 지켜보는 것조차도 결국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파격적인 양식과 별개로 기이하게 권태롭다. 빼어난 수사로 치장했지만 진심이 배제된 문장을 읽고 있는 것마냥 영혼이 새어나간 스크린을 맥없이 바라보는 기분이다. 마치 그 공허함이 영화적 의도인 것처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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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들에게 말한다. 이 길을 선택하는 순간, 너희는 많은 것을 잃게 돼. 각오와 경고가 한 몸에 담긴 언어가 필사적인 절박함을 드러낸다. 영광보단 고난을 명확히 관통하는 스승의 언질 앞에 제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피땀 흘린 노력의 과정이란 성공이란 방파제를 쌓지 않고서야 쉽게 허물어질 모래성 같은 영예나 다름없다. <킹콩을 들다>는 역도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과 금메달에 도전했다 동메달에 머무르고 부상까지 얻은 비운의 역도선수의 삶을 사제라는 관계에 뒤엉켜 넣은 신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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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갇힌 호준(김재록)은 자신이 박대하던 계상(강지환)으로부터 구출된다. 아는 게 많은 호준은 여호와의 증인을 전도하는 계상을 박대하지만 정작 계상으로 인해 구원받는다. <방문자>는 결코 맞물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어떤 관계로 거듭나는 과정을 묘사하는 버디무비이며 코미디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될 때, 우스꽝스러운 사연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인물은 변화한다. 사람을 둘러싼 정치적 편견에서 벗어나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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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미리 인터뷰

interview 2009. 6. 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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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형제 사기단>은 범죄물에 순수한 동화적 판타지를 결합한 또 다른 장르적 이종교배다. 백치미스러운 하이틴무비에 느와르적 서스펜스의 양각을 새겨 넣은 <브릭>과 전혀 다른 방식의 장르적 접합을 선보인다. <스팅>에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는 <블룸형제 사기단>은 버디무비 사기범죄물이라는 그릇을 고스란히 차용하되, 우정을 형제애로 변주한다. 스토리텔러와 액터, 마치 허구적 창작자와 유사한 사기꾼 형제의 역할분담을 통해 진전되는 사기행각은 한편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완전하다기보단 엉뚱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토리텔링은 제각각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의 다채로운 동선을 이어나가며 영화적 매력을 더해나간다. 궁극적으로 <블룸형제 사기단>은 장르적 그릇보다도 그 안에 담긴 로맨스와 형제애라는 정서적 감흥이 중요해지는 영화다. 그만큼 결말에 다다라 이야기로서의 묘미가 손실되는 인상을 부르지만 장르적 쾌감을 대신할만한 감동적 자질은 폄하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다. <블룸형제 사기단>을 통해 소포모어 징크스를 유쾌하게 넘겨버린 라이언 존슨의 재능은 분명 현재진행형의 기대감을 얻기에 유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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